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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1994년 그리고 2018년의 '라이온 킹'

아날로그적 감성과 캐릭터 변화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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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1호 김금영⁄ 2018.08.14 13:32:03

뮤지컬 ‘라이온 킹’의 한 장면. 배우들이 직접 동물 퍼펫을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Photo by Joan Marcus ⓒDisney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사자, 원숭이, 누 떼들이 뛰어다니는 장면을 어떻게 무대 위에 재현할 수 있을까?” 뮤지컬 ‘라이온 킹’은 이 고민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뮤지컬 ‘라이온 킹’이 국내 관람객들과 만난다. 3월 마닐라를 시작으로 6월 싱가포르에서 공연을 가진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가 11월 대구를 시작으로 내년엔 서울과 부산에서도 공연된다.

 

2014년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겨울왕국’ 이전에 디즈니를 우뚝 서게 한 주인공으로 ‘라이온 킹’이 있었다. 디즈니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꼽히는 ‘라이온 킹’은 1994년 개봉해 그해 모든 박스오피스에서 흥행 1위를 기록하며 사랑받았다.

 

뮤지컬 ‘라이온 킹’은 1994년 개봉한 원작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1997년 11월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다. Photo by Deen van Meer ⓒDisney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동물이지만, 그 속에는 인류가 공감하는 사랑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깊은 공감을 전했다. 그 인기는 현재까지 이어져 8월 12일 웹진 케이블티비닷컴에서 미국 50개 주별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 일리노이, 위스콘신 등 16개 주에서 ‘최고의 디즈니 만화영화’로 ‘라이온 킹’이 꼽히기도 했다.

 

그리고 이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라이온 킹’이 국내를 찾는다.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미리 살짝 엿본 이 고전 작품에 눈길이 가는 큰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2018년 첨단 디지털 시대에 전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의 가치, 그리고 극 속 캐릭터의 변화다.

 

① 첨단 기술 사용하는 공연계 트렌드 속
인간이 직접 밀고 뛰는 아날로그적 감성

 

뮤지컬 ‘라이온 킹’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지켜봐 온 펠리페 감바 ‘월트디즈니 컴퍼니 시어트리컬 그룹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총괄 이사.(사진=클립서비스)

‘라이온 킹’ 콘텐츠를 무대화 시키고 싶다는 바람은 디즈니에서 시작됐다. 펠리페 감바 ‘월트디즈니 컴퍼니 시어트리컬 그룹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총괄 이사는 뮤지컬 ‘라이온 킹’의 탄생과 지금까지 거쳐 온 과정을 지켜봐온 장본인이다. 그는 “90년대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와 ‘라이온 킹’을 성공시켰고, ‘미녀와 야수’는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사랑받았다. 이때 ‘라이온 킹’ 또한 무대 위에 오르면 어떨까 생각했다. 하지만 당장에 현실적인 문제는 ‘큰 코끼리를 무대 위에 어떻게 올리지?’였다. ‘라이온 킹’에는 수많은 동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기서 줄리 테이머와의 협업이 이뤄진다. 1998년 뮤지컬 ‘라이온 킹’이 토니 어워즈 최우수 연출상과 최우수 의상 디자인상, 그 외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외부 비평가상, 드라마 리그상에서 연출상을 수상하게 한 원동력이 그에게 있었다.

 

뮤지컬 ‘라이온 킹’은 마스크를 이용해 애니메이션 속 동물 캐릭터를 무대 위에 구현해낸다.(사진=클립서비스)

줄리 테이머는 극 중 정글을 뛰어다니는 가젤을 애니메이션에서 무대로 옮기는 작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서 눈길을 끄는 방식이 탄생한다. 동물의 퍼펫(형체)을 만들고 이 퍼펫을 조종하는 배우의 모습을 숨기지 않은 채 드러내면서 동물의 섬세한 몸짓까지 표현한 것. 이것은 16세기에 시작된 일본 전통 퍼펫극인 분라쿠 퍼펫극 양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과거 인형극에서는 인형에 실을 달거나 인형에 손을 끼어 조종했고, 이를 조종하는 사람의 모습은 작은 무대 뒤로 완벽하게 감추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분라쿠 퍼펫극은 퍼펫사가 관객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여줄 수 있었고, 나머지 두 퍼펫사는 한 명은 왼손, 다른 한 명은 퍼펫의 다리를 조종하는 식으로 퍼펫의 몸짓을 표현했다. 기존 인형극과 비교해 보다 자연스러워진 몸짓이 특징이다.

 

극 중 무파사(오른쪽)와 그의 자리를 노리는 스카가 대립하는 모습. 배우들의 역동적인 몸짓으로 극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Photo by Joan Marcus ⓒDisney

펠리페 감바 이사는 “‘라이온 킹’이 담은 건 결국 동물이 아닌 인간의 이야기다. 그래서 줄리 테이머는 무대 위에서 인간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고, 이 개념이 ‘라이온 킹’의 캐릭터들을 무대 위에 구축하는 기본이 됐다”며 “배우가 양 팔에 우아한 치타의 퍼펫을 끼고 뛰어다니거나 여러 가젤 퍼펫이 달린 수레를 배우가 밀고 가는 등의 방식으로 무대 위에서 사람과 퍼펫이 혼연일체가 돼서 연기한다”고 말했다.

 

동물뿐 아니라 무대를 이루는 배경 또한 사람이 연기한다. ‘라이온 킹’ 소개 영상에서 정글의 울창한 풀들을 머리에 쓰고 등장한 배우들이 역동적으로 노래하고 춤을 추는 장면을 포착할 수 있었다. 가장 주목되는 장면은 누 떼들을 피해 달아나는 주인공 심바의 모습. 수많은 누 떼들의 형상을 대형 롤러에 부착하고 이를 돌리는 방식으로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표현했다.

 

화려한 영상을 무대 전면에 쏘는 등 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요즘 공연계의 트렌드에서 이 전통적인 아날로그 방식은 오히려 눈길을 끈다. 인간의 몸짓에 담긴 역동성과 생명력이 극대화된 상태로 표현되기 때문. 퍼펫극 방식과 마스크를 활용한 캐릭터의 무대화라는 결과만 갖고 말하는 건 쉽다. 하지만 이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 수많은 아이디어와 노력이 있었음을, 뮤지컬 ‘라이온 킹’ 무대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다.

 

② 다양한 문화를 품고
진취적으로 변한 여성 캐릭터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남성이었던 개코원숭이 주술사 라피키는 뮤지컬에서는 여성으로 설정이 바뀌었다. Photo by Joan Marcus ⓒDisney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는 변화해 왔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 고전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에게 보호받는 수동적인 역할에 그쳤으나, ‘겨울왕국’ 속 엘사와 안나는 왕자의 도움을 기다리기보다는 주체적으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중간에 ‘라이온 킹’이 있다.

 

1994년에 개봉한 원작 애니메이션은 남성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아프리카를 다스리는 왕 무파사가 있었고, 이 자리를 남동생 스카가 노린다. 무파사의 죽음 이후 아기 사자 심바는 방황을 하나 이후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본래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발걸음을 시작한다. 심바를 돕는 캐릭터로 소꿉친구인 암사자 날라가 등장하긴 하나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그치고, 진정한 개혁은 심바를 통해서 이뤄진다.

 

그런데 뮤지컬 버전에서는 캐릭터들이 변화를 거쳤다. 날라의 비중을 늘려 활기 넘치는 입체적 캐릭터로 만들었고, 사악한 스카에 반항하는 강인함까지 갖췄다. 날라는 심바가 왕의 숙명과 책임감을 각성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오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는 등 뮤지컬에서 기존과 비교해 매우 진취적인 캐릭터로 변화했다. 또한 개코원숭이 주술사 라피키가 여성으로 설정이 바뀌었다.

 

심바의 조력자에 그쳤던 암사자 날라(왼쪽)의 역할은 뮤지컬에서 더욱 진취적인 역할로 변했다. Photo by Joan Marcus ⓒDisney

여기엔 ‘생명의 순환’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자 한 의도가 있다고 한다. 펠리페 감바 이사는 “줄리 테이머는 애니메이션보다 캐릭터와 스토리를 확장시켜 왕으로서 제자리를 찾는 사자 심바의 여정을 묵직하게 다루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날라와 라피키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확장됐다. 라피키는 여성으로 설정을 바꿔 자연의 힘을 모으는 역할로 드라마를 섬세하게 이끈다”고 말했다.

 

라피키를 연기하는 배우 느세파 핏젱은 “‘라이온 킹’은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이 담긴 작품이다. 미국, 영국, 멕시코, 싱가포르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배우들이 함께 했고, 아프리카 정서를 담은 ‘라이온 킹’을 표현하기 위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배우들도 합류했다”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여성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캐릭터에 더 풍요로운 요소를 주기 위해 라피키의 캐릭터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뀐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즉 ‘생명의 순환’이라는 원작의 메시지는 한쪽 측면에서만 바라봐서는 이뤄질 수 없다는 것.

 

그래서 1994년 개봉한 원작 애니메이션과 2018년 무대 위의 ‘라이온 킹’은 같으면서도 또 색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문화를 녹여내며, 여기서 이뤄지는 조화 속 균형을 이루고자 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뮤지컬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포스터.(사진=클립서비스)

한편 1997년 11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 ‘라이온 킹’은 20년 동안 20개국, 100개 이상 도시에서 공연되며 9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전 세계 6개 프로덕션에서 15년 이상 공연됐으며, 올해 4월 22일 기준으로 브로드웨이에서 8510회 공연을 돌파했다. 1998년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상을 비롯한 6개 부문을 수상했고 뉴욕 드라마 비평가 상, 그래미 어워즈, 이브닝 스탠다드 어워드,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 등 메이저 시상식에서 의상, 무대, 조명 등 디자인 부문을 휩쓸며 70개 이상의 주요 상을 거머쥐었다.

 

원어 그대로 선보이는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는 오리지널 연출가인 줄리 테이머가 연출을 맡고, 오리지널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한다. 엘튼 존, 팀 라이스, 레보 엠, 한스 짐머가 호흡을 맞춰 만든 아프리카 토속 색이 짙은 음악을 중심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펼쳐진다. 한국에서는 대구(계명아트센터, 11월), 서울(예술의전당, 2019년 1월), 부산(드림씨어터, 2019년 4월) 3개 도시에서 ‘라이온 킹’ 인터내셔털 투어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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