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2호 정의식⁄ 2018.08.17 16:37:30
HDC그룹의 종합 부동산 관리 기업 ‘HDC아이서비스’가 9월 중 코스피 상장(IPO)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HDC현대산업개발을 인적분할해 지주사 체제로 탈바꿈한 HDC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 HDC아이서비스의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엇갈린다. 핵심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지배력을 늘리려는 목적이라는 분석도 있고, 순환출자 고리 해소 및 3세 승계구도 구축을 위한 장기적 포석이라는 추측도 있다. 과연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큰 그림은 어떤 모습일까?
HDC 핵심 기업… 9월 중 코스피 상장
HDC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HDC아이서비스가 9월 중 코스피 상장을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27일 한국거래소의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데 이어 8월 10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함으로써 정식으로 코스피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HDC아이서비스는 이번 코스피 상장을 위해 639만 3700주를 공모할 예정이다. 공모예정가는 8300원~1만 700원으로 공모예정금액은 531억~684억 원이다. 9월 4~5일 양일간 수요예측이 진행되며, 9월 10일~11일 청약을 거쳐 9월 중에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이 맡았다.
HDC아이서비스는 국내 최고의 부동산 디벨로퍼인 HDC그룹(옛 현대산업개발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다. 1992년 설립 이후 부동산 관련 서비스 사업을 전개해왔다. 주요 사업 분야는 시설관리·미화·경비보안 등 부동산 관리와 인테리어, 조경 등이다.
최근 대형 건물 증가, 건물 노후화, 부동산 펀드 증가 등의 요인으로 종합 부동산 관리 시장이 급성장하는 추세다. HDC아이서비스는 부동산을 기반으로 조경,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업계 유일의 종합 부동산 관리 토탈 솔루션 체계를 완성한 회사로 시장 확대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설립 이후 26년간 흑자경영을 지속해왔고, 최근에는 조경 및 인테리어 사업 강화에 따른 매출 성장이 이어져 지난 2015년 2074억 원이었던 매출액이 2016년 2385억 원, 2017년 2826억 원으로 연평균 16.7%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꾸준히 성장해 2015년 51억 원에서 2017년 98억 원으로 2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는 HDC아이서비스의 강점으로 오랜 업력과 토탈 솔루션, 브랜드 인지도와 안정적 마켓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점을 꼽는다. 특히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 계열사 내부시장) 매출 편중이 심한 타 대기업 소속 부동산 관리 회사와 달리 전체 매출의 60%가 논캡티브 마켓(Non-Captive Market)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성공적으로 상장이 마무리될 경우 HDC아이서비스는 약 600억 원 내외의 자본금을 확충할 수 있게 되고, 코스피 시가총액 규모는 약 1500억 원에서 최대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금으로 HDC아이서비스는 제2의 도약을 위한 신성장동력 확보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각 사업의 영역을 점진적으로 확대해가는 동시에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 강화, 빌딩 특화 디벨로퍼 사업 진출 등 기존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신규 사업 영역에서 영향력을 키워간다는 것. 이를 바탕으로 종합 부동산 디벨로퍼로 변화 중인 HDC그룹 내에서 라이프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공모 분위기 가라앉았지만 실패 가능성 낮아
HDC아이서비스의 코스피 상장 일정이 공개되면서 업계의 관심은 흥행 성공 여부에 쏠렸다. 실적은 문제없지만 최근 코스피 공모시장의 열기가 지나치게 가라앉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9월 중 코스피 상장 계획을 밝힌 기업은 2곳이다. 한 곳은 반도체 관련 기업 우진아이앤에스이고, 다른 한 곳이 HDC아이서비스다. 두 회사는 비슷한 시기에 상장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 곳 모두 최근의 공모 부진 분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에 상장한 애경산업(3월), 롯데정보통신(7월), 티웨이항공(8월) 등이 모두 낮은 공모가를 피하지 못했다. 심지어 SK루브리컨츠의 경우 공모시장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해야 했다.
HDC아이서비스는 종합 부동산 관리 사업이 주된 사업 영역인데 이는 국내 건설 경기와 부동산 경기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글로벌 보호무역 전쟁의 여파로 중국, 터키, 러시아, 이란 등 각국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분위기인 것도 악재다.
무엇보다 기업 가치 산정에 필수적인 동종 유사 기업이 흔치 않다. 서브원(LG그룹), 롯데자산개발(롯데그룹), 정석기업(한진그룹), AMM자산개발(애경그룹), 미래에셋디앤아이(미래에셋그룹), 두미종합개발(효성그룹), 동양에이앤디(동양그룹), 아주프론티어(아주그룹) 등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하나 이상의 부동산 개발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 대부분은 비상장사다. 코스닥 상장사인 C&S자산관리의 경우 현재 거래가 중지된 채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부동산 관리 회사가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다만 상장 자체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HDC아이서비스의 상반기 실적이 전년 대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공모가 목표가 높지 않아 공모가 실패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면서 “흥행 분위기가 잘 조성된다면 서브원 등 유사 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인 15배가 반영돼 시가총액 2300억 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배력 강화·순환출자 해소·3세 승계 ‘논란’… HDC측 “근거 없어”
업계가 관심을 기울이는 건 상장 여부보다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다. HDC아이서비스 측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 이면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큰 그림’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가장 유력하게 제시되는 시나리오는 HDC아이서비스의 지분 56.6%를 보유한 지주사 HDC의 기업가치를 올려 HDC그룹의 주력기업인 HDC현대산업개발의 보유 지분을 늘리려는 정 회장의 복안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5월 1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주사인 HDC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인적분할됐다. 하지만 HDC는 지주사임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식을 7.03% 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아 이를 20% 이상으로 늘려야 할 상황이다. 공정거래법 상 지주사는 상장된 자회사의 지분 20% 이상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2일 HDC는 HDC현대산업개발의 기명식 보통주식 1318만 1466주를 주당 5만 8672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밝혔다. 8월 30일부터 9월 18일까지로 예정된 이 공개매수가 성공할 경우 HDC의 지분율이 37.03%로 오르게 되고, 명실상부한 지주사 체제가 완성된다.
공개매수는 HDC현대산업개발 주주에게 HDC 신주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HDC의 주가 전망이 밝아야 한다. HDC아이서비스의 상장은 지분 56.6%를 보유한 지주사 HDC의 미래를 밝게 하는 요소이므로, 공개매수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 번째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HDC그룹에는 4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하는데 그 중 2개에 HDC아이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장기적으로 모든 순환출자 고리를 정리하기 위해 HDC아이서비스를 상장시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정몽규 회장의 세 아들(준원·원선·운선)에 대한 승계구도를 미리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거론된다. HDC아이서비스의 2대 주주는 지난해 말 설립된 정몽규 회장의 개인 회사 엠엔큐파트너스(유)로 소유 지분은 10.61%다. 이 회사는 HDC아이서비스 외에도 HDC아이엔콘스, HDC자산운용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배당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향후 HDC그룹 후계 구도의 핵심 기업이 될 것으로 주목받는다.
한편, HDC아이서비스 측은 이같은 분석들에 대해 “근거없는 추론”이라며 “IPO 추진은 저희 회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보다 큰 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