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홍성재 의학박사) 모발은 성장기-퇴행기-휴지기를 반복하며 자라나고 빠진다. 즉 한 번 난 모발이 평생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수명이 다한 모발이 빠지고 그 자리에서 새로운 모발이 자라난다.
성장기란 모발이 길게 성장하는 시기로 평균 5년간 지속된다. 이후 더 이상 모발이 자라지 않고 죽어가는 2~3주 정도의 퇴행기를 거친다. 그리고 퇴행기를 거친 모발이 빠지고 새로운 모발을 준비하는 2~3개월의 휴지기를 맞는다. 이를 모발 주기라고 하며 일생동안 이런 과정이 평균 20회 정도 반복된다.
항상 강조하지만 탈모 원인의 70~80%를 차지하는 안드로겐형 탈모는 모발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가늘어지고 짧아져 모발이 적게 보이는 것이다.
안드로겐형 탈모는 모낭에서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에 의해 DHT호르몬으로 전환되어 모근세포와 부착되면 모발 파괴 물질이 분비되어 성장기를 짧아지게 만들어 탈모가 발생한다. 따라서 현재 탈모 치료의 핵심은 DHT를 감소시키거나 모근세포에 DHT가 부착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 5알파-환원효소를 억제하여 DHT를 감소시키는 약물인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그리고 DHT가 모근세포에 부착되는 것을 방해하는 약물인 스피노락톤(spironolactone)은 개발되었다.
위 두 종류 약품의 단점과 부작용을 보완하고 더 효과적으로 탈모를 치료하기 위해 새로이 개발되는 영역이 있다. 그것은 모발의 성장주기를 길게 만드는 방법이다. 현재의 대표적인 치료 방법과는 완전히 다른 경로로 탈모에 맞서려는 것이다.
새 방법은, 탈모 진행 과정에서 감소하는 윈트 신호전달경로(Wnt/β-catenin pathway)를 활성화시켜 모낭 줄기세포와 모발 성장에 관여하는 세포의 분화 및 증식을 촉진시키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제약회사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개발 중이며 조만간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 예상된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각각 독립생활을 하는 세포들끼리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생존한다. 소통이 멈추는 세포는 소멸한다. 생체 내 세포는 상호 신호전달 체계가 있는데 이를 정보전달경로(signaling pathway)라 부른다.
신호전달(signal transduction)은 세포 외부의 화학적 물리적 정보가 호르몬, 사이토카인(cytokine), 증식인자(growth factor) 등 다양한 단백질을 통해서 각각 특이적인 수용체(receptor)와 결합하면 세포의 복잡한 반응 경로를 경유하여 핵에 전달되어 증식, 분화, 이동, 세포사(死) 등으로 세포의 운명이 결정된다.
신호전달체계 중에서 윈트 신호전달경로(Wnt/β-catenin pathway)는 세포의 증식 또는 분화의 조절을 담당하지만 모낭에서 탈모 및 치료에 많은 연관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모발의 약 90% 가량은 성장기에 있으며 대부분의 탈모 현상은 이 시기에 DHT로 인한 모근 파괴 물질이 분비되어 생긴다. 따라서 모근 파괴 물질을 줄이고 윈트(Wnt)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이 있다면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현재 윈트(Wnt)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로 성장인자와 항산화제가 사용되고 있다.
탈모 치료를 위해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를 복용해도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는 윈트(Wnt) 신호전달경로의 기능 저하로 모발이 성장기로 돌아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윈트(Wnt) 신호전달경로의 이런 기능 저하를 막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돼 실제로 사용되는 날이 곧 오면, 탈모 치료에도 새로운 차원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