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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도심 속 휴양지’ 변신한 기업발(發) 문화공간

롯데·신세계·GS건설·하나은행의 2無(더위·입장료)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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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2호 선명규 기자⁄ 2018.08.27 10:28:33

GS건설이 서울 종로 본사 1층에 마련한 갤러리 ‘시선’을 위에서 본 모습. 사진제공 = GS건설

(CNB저널 = 선명규 기자) 연일 염천(炎天)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이 실내로 몰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용료가 없어 부담 적은 기업발(發) 문화공간이 주목받고 있다. 갤러리부터 도서관까지 다양한 가운데, 최근에는 금융 업무를 보면서 힐링도 할 수 있는 이색 은행 점포까지 등장했다. 폭염 속 더욱 눈길 가는 ‘無더운’ 공간을 CNB가 소개한다. 


서울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은 지난 14일. 잠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아트홀은 가족단위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바다 100층짜리 집’ 미디어 특별전이 열린 전시장에선 “나 이거 책에서 봤어!”라는 아이들의 높은 말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이와이 도시오의 동명(同名) 어린이 그림책 시리즈는 한국과 일본에서 25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책은 바다에 떨어진 인형 ‘콩이’의 탐험기로 부모와 아이의 관심을  동시에 받았다. 1층에서 100층까지 내려가며 숫자를 배우는 동시에 문어, 곰치 등 바닷속 생물을 생생히 볼 수 있어 교육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을 얻었다.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바다 100층짜리 집 미디어 특별전 ‘이와이 도시오의 동화 아쿠아리움’ 전시장 모습. 전시에서는 바다를 주제로 한 영상과 복합미디어 조형물(아래 사진)을 볼 수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이번 전시는 동심을 사로잡은 책 속 장면들을 미디어 작품으로 소개하는 자리다. 평면의 그림뿐 아니라 벽을 뚫고 나온 배, 높이 2.8미터 ‘대왕게’ 조형물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7살 딸과 전시를 찾은 황현선 씨는 CNB에 “평소 아이가 좋아하던 책이라 오게 됐다”며 “요즘 너무 더워서 아이와 마땅히 갈 데가 없었는데 이렇게 시원한 곳에서 무료로 전시를 관람하니 정말 좋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회사 밀집지역인 서울 종로에 직장인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무료 문화 쉼터가 등장했다. GS건설이 지난 9일 본사 ‘그랑서울’ 빌딩 1층에 마련한 갤러리 ‘시선’이다.


이곳은 두 가지로 파릇파릇하다. 문 연지 열흘 남짓이라 새롭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선보여 신선하다. GS건설 관계자는 “로비에 무료 갤러리 공간(약60평)을 확보해 신진작가와 대학생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자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앞으로 전시공간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공유할 수 있는 ‘시선’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약간의 움직임도 거추장스러운 요즘, 시원한 실내서 가만히 책 읽는 일만한 호사도 없다. 


아직 휴가를 떠나기 전이라면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가 제격이다. 세계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여행 서적 1만5000여권이 비치돼 있고, 가이드북을 통해 계획을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어 유익하다. 

 

기업 라이브러리, ‘북캉스족’ 유혹 
음료 한 잔이면 책 3000권 눈앞에


책과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접목하고 싶다면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그랜드 워커힐 서울 호텔 내 ‘워커힐 라이브러리’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곳이다. 메인바에서 커피 등 음료를 사면 소설, 에세이 등 여러 분야의 도서 3000여권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읽을 수 있다. 독서 마니아 사이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은 ‘북맥(책+맥주)’이 가능한 것도 장점. 휴식과 독서욕을 동시에 충족하고픈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별마당 도서관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설치된 최정화 작가의 ‘꿈나무’가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사진 = 선명규 기자

집이나 직장서 가까운 곳을 찾는다면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으로 북캉스(책+바캉스)를 가는 것도 괜찮다.


신세계가 지난해 5월 쇼핑몰 한가운데에 마련한 이곳은 높이 13m 대형 서가에 도서 5만권을 채워 출발했다. 이후 매달 약 1000권의 책을 사들이며 신간 출간 속도를 따라잡고 있다.


최근엔 도서관 한복판에 과일과 채소가 주렁주렁 달린 지붕을 쓴 원형 의자가 설치돼 휴양지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이 구조물은 별마당 도서관 개관 1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설치 미술 작가 최정화의 ‘꿈나무’이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쇼핑몰 속 원두막에서 책 읽는 느낌을 줘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하나은행 컬처뱅크, 도심 속 아틀리에


일찍이 도심속 대표 더위 피난처(?)였던 은행도 변신하고 있다. 대형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KEB하나은행 잠실레이크팰리스지점은 위치도 외관도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무더위 쉼터’가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잠깐 멈칫하게 된다. 잎이 넓은 나무들이 내부를 울창하게 장식하고 있고, 커피향을 풍기는 카페가 그다음 눈에 들어온다. 시선을 안쪽으로 깊이 옮겨야 은행 창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KEB하나은행의 컬처뱅크 세 번째 지점이다.

 

KEB하나은행의 컬처뱅크 3호점인 잠실레이크팰리스지점은 ‘도심 속 자연’을 주제로 꾸며졌다. 사진 = 선명규 기자

방배서래 1호점이 ‘공예’, 광화문역 2호점이 ‘책’에 주안이 있다면 3호점은 ‘자연’에 방점이 찍힌다. 퀸마마마켓 가드닝 셀렉샵, 르메르디앙 호텔 그린스페이스, 메종 포 그린 럭셔리스트스위트룸 등으로 알려진 ‘베리띵즈 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도심 속 아틀리에라는 복합 문화 공간을 탄생시켰다.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메뉴를 선보이는 카페에서는 아이를 데려온 인근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평범한 은행이 동네 ‘사랑방’으로 거듭난 풍경이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잠실레이크팰리스지점을 “다양한 교류와 힐링을 위한 매력적인 지역 명소로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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