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3호 윤지원⁄ 2018.08.28 13:16:10
전 세계적인 폭염에 각국 정부 및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올해와 같은 폭염은 기업 입장에서도 심각한 리스크이기에 많은 기업들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CNB저널은 국내 기업들의 온난화 대응 방안을 살펴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동통신사인 KT는 에너지를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보고 스마트에너지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를 에너지 사업 원년으로 선언한 KT는 스마트에너지 관리 플랫폼인 KT-MEG 플랫폼을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화 활동을 진행해 온 데 이어 최근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관리하는 ‘온실가스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KT는 이를 기존의 에너지 사업과 연계해 온실가스 배출권 관리 사업 모델도 발굴할 계획이다.
건물 온실가스 배출 현황 실시간 감시
23일 KT는 온실가스 저감 활동 촉진을 위해, 전국 169개 KT 빌딩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배출 현황을 관리할 수 있는 ‘온실가스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모니터링 시스템은 건물에 설치된 전력량 계측기에서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전기 사용량을 바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수치화하고, 별도 웹사이트에 구축한 대시보드 현황판을 통해 전기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확인하는 것 외에도 빌딩별ㆍ일자별ㆍ시간별 전력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전년 대비 증감 현황, 목표 배출량 달성률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데이터 및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 건물의 에너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달성할 방안을 도출하고, 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T의 온실가스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은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실시와 관련이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업체들에게 매년 배출할 수 있는 할당량을 부여하여 배출량을 초과하거나 남을 경우 이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 정부는 2015년 1월 12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KT는 연간 2500GWh의 전력을 사용하고(2016년 기준), 전기료 3000억 원 이상을 지출하는 국내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민간 기업이다. 따라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물론 대부분의 에너지 이슈에 민감해야 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KT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통신망 구조 개선과 고효율 저전력 통신 설비 도입 등 통신 시설에 대한 전기 사용량 저감 활동과 친환경 냉방 시스템 구축 등의 에너지 효율화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이렇게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에너지 관리 서비스 사업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KT는 현재 제한적으로 구축, 운영하고 있는 온실가스 모니터링 시스템을 올해 하반기 중에 KT그룹이 보유한 전국 300여 개 건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 시스템을 기존 에너지 사업과 연계, 발전시킨 온실가스 배출권 관리 사업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KT INS본부장 김영식 전무는 "KT는 국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지속 노력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시작으로 KT의 스마트에너지 사업과 연계한 온실가스 배출 사업 모델을 발굴하여 많은 기업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KT는 기존의 스마트에너지 관리 플랫폼인 KT-MEG(KT Micro Energy Grid)에 온실가스 모니터링 시스템을 세부적으로 적용하고, 이를 에너지 진단, 태양광 발전 시설, DR(Demand Response, 수요 관리),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과 다각도로 연계하는 온실가스 배출권 관리 서비스 사업 모델을 발굴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최근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 서비스로 스마트에너지 분야의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번 온실가스 모니터링 시스템이 정식 서비스로 개발되어 나온다면 온실가스 저감에 부담을 느끼고 있을 많은 국내 기업들로부터 환영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인공지능 활용한 스마트에너지 관리
KT는 스마트에너지 사업을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규정하고 적극 육성하고 있다. 특히 올해를 에너지 사업 원년으로 선언하고, 이를 위해 미래융합사업추진실 내부에 스마트에너지사업단을 신설하기도 했다.
KT가 국내 대표적인 통신 사업자로서 보유한 방대한 네트워크와 많은 가입자는 에너지 신사업 추진에 적합한 장점이다. 수많은 단말과의 연결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제어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KT는 빅데이터,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의 최신 ICT 기술을 접목한 에너지 소비 관리 및 절감 솔루션과 실시간 발전 설비 관리 등으로 에너지 효율화 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KT의 스마트에너지 사업의 핵심 요소는 KT-MEG 플랫폼이다. KT-MEG은 KT가 2009년 지식경제부의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 사업과 국책 과제를 통해 개발된 K-MEG 플랫폼 개발에 참여했던 경험에 인텔리전트 네트워크/AI/실시간 관제 등의 역량을 추가해 완성한 세계 최초의 복합 에너지 관리 플랫폼이다. KT는 2015년 12월 경기도 과천에 에너지 통합관제센터인 KT-MEG센터를 개관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에너지의 생산-저장-소비-거래 등 에너지 사이클 전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T-MEG은 스마트 에너지 관리 플랫폼으로는 세계 최초이자,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3월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ㆍ정보통신 산업 전시회인 MWC(Mobile World Congress) 2017에서 KT-MEG이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 스마트시티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 일명 '글로모 어워드'(GLOMO Award)는 ICT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릴 정도다.
KT-MEG에는 IoT를 이용해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고객의 에너지 소비/생산 패턴을 실시간 분석하고 예측하는 AI 기반의 분석 엔진 ‘e-브레인’이 장착되어 있다. e-브레인은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계절별·요일별·시간대별 에너지 소비 패턴의 특성을 파악하고, 시간대별 소비량을 예측해 에너지 과소비를 막는다. 더불어 AI 기술과 에너지 시뮬레이션 기술의 융합으로 고객 맞춤형 에너지 설비 최적제어 기능을 제공한다. 그리고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진단-예측-최적제어 전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점점 더 똑똑하게 진화해가고 있어 ‘에너지 분야의 알파고’라 불리기도 한다.
에너지 낭비 70% 이상 줄이기도
KT는 KT-MEG 플랫폼을 기반으로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 환경을 제공하는 ‘기가 에너지 매니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ESS 등을 통해 저장/관리하는 ‘기가 에너지 젠’ ▲전력수급 상황에 적극 대응하는 ‘기가 에너지 DR’ 등의 서비스들을 제공하는데,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에너지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특히 ‘기가 에너지 매니저’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저감 노력의 미래가 좀 더 희망적으로 다가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광주의 한 스포츠센터는 센터 내 사우나 시설에 온수를 공급하는 데 LNG 가스 보일러를 사용하는 등 연간 에너지 비용으로만 2억 8000만 원을 지출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KT-MEG 플랫폼을 이용해 이곳의 에너지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노후한 보일러 교체의 필요성과 에너지 최적 운전 제어 등 몇 가지의 솔루션이 도출됐다. 솔루션 적용 후 이 스포츠센터의 연 에너지 비용은 이전 대비 75%나 줄어든 7000만 원에 그쳤다. 이렇게 절약된 2억 1000만 원이 매년 고스란히 영업이익에 더해지며 재무건전성도 크게 개선됐다.
또 대구의 한 20년 된 아파트는 6개 동 727세대가 1년 동안 약 1500만 원 남짓한 공동 전기료를 지출하고 있었다. 세대별로 2만 원이 넘는 부담이다. 이곳에 대해 매일 최대 피크 전력 예측과 모니터링 등을 통해 낭비 전력을 개선했다. 그 결과 이 아파트의 공동 전기료는 연간 1000만 원 이상 줄어든 450여만 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곳 역시 기존 대비 약 70%의 절감 효과를 얻은 것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렇게 절약된 돈으로 더위에 고생하는 경비실에 에어컨을 선물하기도 했다.
전력 생산 및 중개업 나서…한전과 경쟁하나
KT는 이미 2008년부터 강릉·화성 송신소, 동부·호남 물류센터 등 자사 유휴 시설과 강원 지역 학교 38개소 등 고객 시설까지 전국 300여 곳에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자이기도 하다.
그동안 KT는 이러한 자사 태양광 발전소를 대상으로 KT-MEG 플랫폼을 적용, 전력 생산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분석, 예측을 통해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에너지 운영관리 서비스를 적용, 10여개 이상의 태양광 발전 사이트에서 평균 14%의 발전량 증대 효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 7월부터는 KT가 구축하지 않은 중소형 태양광 발전소에 대해서도 같은 서비스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5월 28일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이제 1메가와트(MW) 이하 소규모 전력 중개가 허용되면서 KT의 에너지 사업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됐다. 발전·송전·배전·판매 등 이제껏 한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대규모 전기 사업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 ESS, 전기차 등에서 생산되거나 저장된 전기를 중개사업자를 통해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이번 개정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소비자가 직접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는 개인간(P2P) 전력 거래를 의미하는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도 열릴 전망이다.
KT는 포스코와 함께 전력중개업에 새롭게 뛰어드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소규모 전력 생산자들에게는 KT-MEG 플랫폼의 발전량 예측 및 운영 효율 극대화 효과가 매우 유용하니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할 가능성이 높고, 이들을 네트워크화하는 데도 뚜렷한 강점이 있는 만큼 KT의 시장 선점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특히 KT는 KT-MEG 플랫폼의 관리능력에 더해,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이 데이터의 병렬·다중 처리를 통한 암호화와 실시간 데이터 검증 등으로 발전량을 공유하고 수익도 실시간으로 정산할 수 있어 전력 중개 사업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이미향 KT 융합사업추진담당 상무는 “블록체인 기술은 다자간의 거래를 효율화하는 데 적합하다”며 “해외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사례가 많으며, 향후 개인간 전력거래 등의 에너지 시장도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 관리는 정확한 예측이 필수이며, 이는 면밀한 데이터 분석에서 시작되는 만큼 KT의 ICT 기술은 당면한 여러 가지 에너지 문제를 극복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며 “또한,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사회적 우려와 부담도 커졌는데, KT같은 에너지 신산업 사업자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해법을 다양하게 제시한다면 근본적인 논란의 축이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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