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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하남 온라인센터도 좌초 위기…장안동·구리 이어 벌써 세번째

‘아마존 본사’급 혜택을 주민들이 거부한다고?…물류센터는 물류센터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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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5호 윤지원⁄ 2018.09.13 16:47:07

지난 3월 30일, 오수봉 전 하남시장이 LH 하남본부에서 LH 및 이마트 관계자들과 만나 자족시설 부지사업 재검토 및 최종계약 보류 등을 확인한 후, 로비에서 기다리던 주민들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신세계그룹의 하남 온라인센터 건립 계획이 결국 무산될 위기다. 하남시는 지난달 말 신세계그룹과 ‘이마트 물류센터 철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간담회를 열었다. 비대위 측은 신세계가 지으려는 시설물에 물류센터 기능이 있는 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번 프로젝트가 무산된다면 신세계그룹은 2015년 장안동, 지난해 구리시에 이어 4년 사이 세 번의 온라인 물류센터 건립 계획이 모두 주민 반대로 무산되는 셈이라 그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e커머스 사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용진 발표 후 5개월…설명도 못 해보고 끝나나?

 

지난달 27일 경기도 하남시 하남시청 2층 소회의실에서 신세계 온라인센터 관련 4자회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하남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세계와 하남시민들이 조직한 ‘물류센터 철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참석했다. 비대위 부위원장의 사회로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는 신세계가 어떤 사업을 구상 중인지를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설명회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세계가 제시한 온라인센터 구상에는 비대위가 가장 반대하는 물류 기능이 포함되지 않은 계획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비대위의 반대 취지는 ‘신세계는 안 된다’가 아니라 ‘물류 기능이 있는 사업은 안 된다’는 것이 핵심이었으므로, 물류 기능 백지화가 포함되지 않은 사업에 대한 설명회는 굳이 듣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에 설명회는 무산됐다.

 

김상호 하남시장은 “정확한 팩트를 알고 반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업 설명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지난 6.13 지방 선거 후보자 당시 이미 물류센터 반대에 서명했고, 주민 동의가 없는 시설은 반대해야 한다는 시장으로서의 입장 때문에 결국 물러섰다.

 

비대위 측은 “하남시와 시의회는 시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만큼 신세계와 LH에 철회할 것을 공문으로 통보해 달라”고 요청하고 간담회는 종료됐다.

 

김상호 하남시장이 8월 31일 시청에서 H1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취소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네오' 6개 짓겠다더니 퇴짜만 3번째

 

신세계는 지난 3월 LH로부터 하남미사지구 자족시설용지 중 인접한 4개 블록을 한데 묶은 2만 1422㎡의 부지를 972억 200만 원에 낙찰 받았다. 그리고 그달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신세계그룹 & 파트너사 채용 박람회'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하남에 아마존을 능가하는 온라인센터를 구상 중"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하남 시민들은 이 구상에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주거 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는 게 이유였다. 온라인센터가 물류센터 기능을 포함한다면 베드타운으로 조성된 미사지구 아파트 단지들과 인접한 곳에 배송 차량·납품 차량이 대규모로 드나들며 매연, 교통 체증, 안전 문제 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시민들은 비대위를 조직하고, 하남시·하남시의회·LH 하남사업본부·지역구 국회의원 등을 만나 물류센터 건립 원천 철회 요구에 합의하고, 스타필드 하남 중앙광장에서 시민 궐기대회도 열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하남 부지는 상일 IC와 가까우며, 서울외곽순환도로를 탈 수 있어 신세계 입장에서는 입지적 장점이 뚜렷하다. 하지만 전면적인 주민 반대에 부딪혀 6개월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게다가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올초 1조 원의 외부 투자를 끌어온 데 이어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대외적으로 발표한 프로젝트여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그런데 신세계가 온라인 물류센터를 지으려다 주민 반대에 부딪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신세계는 서울 장안동에서 인근의 은석초등학교와 불과 직선거리로 150m 정도 떨어진 부지에 NEO(차세대 온라인 점포, 이하 네오)를 지으려다 주민 반대로 철회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경기도 구리시 갈매지구 내 1-3 블록 자족유통판매시설용지 5천 평을 매입, 2019년 완공을 목표로 네오 구리 센터 003 건립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역시 주민 반대로 3개월 만에 백지화했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경기 용인과 김포에 이마트몰 온라인 물류센터인 네오 두 개를 각각 2014년과 2016년 오픈해 운영 중이다. 향후 온라인 부문 강화 전략에 따라 2020년까지 수도권 지역에 총 6개의 온라인 물류센터를 증축-가동해 온라인 매출 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벌써 4년 사이에 세 곳의 온라인 물류센터 증축 계획이 무산되고 있어 목표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포의 이마트몰 온라인 물류센터 'NEO002' 전경. (사진 = 이마트)
지도 중앙의 '자족기능확보시설'에 신세계가 확보한 하남 온라인센터 부지는 유치원과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해 있다. (사진 = 네이버지도 캡처)

유치원 앞을 1분마다 트럭이 지나간다면

 

장안동·구리 갈매·하남 미사 주민들이 비대위를 조직하고, 수천 명의 반대 서명을 받으면서 신세계 온라인 사업에 반대하는 것은 왜일까? 신세계라는 기업을 특별히 싫어하거나, 물류센터를 체질적으로 싫어한다는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해당 지역 지자체 장들이 신세계 그룹과 정치적으로 척을 지고자 하는 의도도 읽히지 않는다.

 

세 지역 주민들의 주된 반대 이유는 대동소이하며, ‘주거 환경 훼손 우려’라는 말로 요약된다. 물류센터의 특성상 대형 납품 차량과 1톤 이상 배송 차량이 쉴새없이 드나든다면, 주변 도로의 교통 체증, 안전, 미세먼지, 소음 등의 환경 문제가 야기될 텐데, 그런 시설이 들어서는 부지가 아파트 단지, 그것도 최근에 조성된 신흥 베드타운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해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포에 위치한 네오002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배송차량인 1톤 트럭이 하루 600~700대 운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분에 한 대꼴이다. 신세계가 하남시에 확보한 부지는 김포나 보정의 기존 네오 부지보다 넓고, 건물은 30층 아파트 높이로 지어질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30층 아파트 높이는 물류센터로는 6~7층 규모에 달한다. 차량이 드나드는 빈도가 김포보다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지역 주민들은 안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장안동은 부지에서 불과 150m 거리에 은석초등학교를 포함한 2개 학교가 위치해 있고 반경 500m 이내에 아파트 단지가 7개나 위치해 있다. 구리시 갈매동 부지도 대단지 아파트 2개가 500m 이내에 있고, 길 건너에 단독주택 밀집 지역이 조성되어 있으며, 150m 이내에 초등학교, 중학교 등이 위치해 있다.

 

아파트와 초등학교 사이의 어린이보호구역. (사진 = 경찰청)

신세계의 하남시 부지는 아파트들과는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지만 인구밀도가 높고, 500m 이내에 노인복지센터, 노인정 등이 위치해 있으며, 불과 30m 정도 다리 건너에 유치원이 위치해 있다. 물류센터에 드나드는 트럭들이 어린이 보호구역을 통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주민들의 불만은 신세계뿐 아니라 신세계에 땅을 판 LH로도 향한다. 갈매동의 경우 인근 아파트가 불과 1~2년 전에 완공되었고, 지금까지도 새로운 입주자들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갈매동의 한 입주민은 “분양 광고에서는 갈매동 신도시에 둘레길과 역사문화공원 등이 조성된다며 ‘쾌적한 환경’을 내세웠다”면서 “여기에 설득되어 입주한 주민들에게 불과 1~2년 만에 길 건너에 대기업 물류센터가 들어와 하루 트럭 수백 대가 다니는 환경으로 바뀐다고 하면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두 번 무산된 후 들고 나온 ‘아마존 본사’ 카드

 

신세계는 결국 동대문구 장안동과 구리시 갈매동의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철회했다. 구리시의 경우 신세계는 해당 부지에 들어서는 시설은 물류센터 용도를 없애고, 지역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설로 꾸미는 것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는 신세계가 이 토지를 처분하려고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려던 신세계그룹의 야심찬 계획은 이처럼 물류센터 건립 계획이 두 차례 무산되며 뒤처지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하남시에 땅을 살 때도 또다시 주민 반대에 부딪힐 것을 우려했는지, 신세계는 이번에 물류센터라는 용어 대신 온라인센터라는 용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창고 및 물류센터의 기능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대신 그룹에서 분사할 예정인 통합 온라인 사업부(SSG.com)의 본사가 입주할 첨단 IT 건물이라고 표현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3월 31일 오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 참석해 그룹 향후 게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 = 신세계)
경기 용인 보정의 이마트몰 온라인 물류센터 NEO 001의 자동화된 시스템의 모습. (사진 = 이마트)

신세계는 하남 온라인센터를 미국의 글로벌 기업 아마존 본사와 자주 비유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세상에 없던, 아마존을 능가하는 최첨단 온라인 센터”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 기업 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e커머스 기업이며, 시가총액 세계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다. 아마존의 본사는 시애틀에 있는데, 지난해 제2 본사를 세울 계획이라며, 후보지를 공모한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제2 본사를 통해 일자리 5만 개를 만들고, 지역에 50억 달러(한화 약 5조 3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북미에서 무려 238개 도시가 자기 지역으로 오라고 신청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워싱턴DC, 보스턴, 마이애미, 뉴욕 등 미국 주요 대도시를 포함한 230여 개 도시들이 러브콜을 보냈고, 아마존은 올해 초 이들 도시들 중 후보 도시 20개를 압축해 발표했다. 이 도시들은 아마존이라는 회사가 시애틀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바꾸는지 지켜봤다.

 

시애틀 도심에 위치한 아마존 본사 및 벨 본사 등의 빌딩들. (사진 = Pixabay)

시애틀은 2010년 아마존 본사가 들어선 이후 380억 달러의 직·간접 투자, 본사 인원 4만 명 고용과 연관 일자리 창출 5만 3000여 개 등등 엄청난 ‘아마존 효과’를 경험했다. 아마존 본사 이전 5년 만인 2015년 시애틀의 도시 중간소득 가구의 평균 소득은 8만 달러를 넘었다. 이는 뉴욕 맨해튼의 7만 5000달러보다 높고 미국 평균인 5만 3000달러에 비해 약 40% 많은 소득이다. 구글·애플·페이스북·인텔 등이 밀집한 실리콘밸리는 9만 8000달러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꼽히는데, 시애틀도 이에 못지않게 부유한 도시가 됐다.

 

신세계는 하남 온라인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아마존 본사가 시애틀에 가져온 것과 같은 효과를 하남시에 가져올 것을 자신했다. 신세계는 하남 온라인센터를 그룹 e커머스 사업의 허브로 소개하며, 적어도 4000억 원을 투자해 첨단 IT 시설을 갖추는 데다 아파트 30층 높이의 건물은 예술적으로 디자인해 지역의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3000여 명이 근무할 예정이며 지역 주민 우선 채용 정책으로 지역 일자리 조성에도 기여한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하남시는 시애틀이 아니다

 

하지만 하남 지역 여론은 그런 설득에 혹하기보다 이미 인근 스타필드하남과 온라인센터 부지 옆에 들어설 코스트코 등으로 교통체증이 심한 가운데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신세계를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다. 신세계는 온라인센터에 대해 “신세계가 향후 성장 산업으로 키우려고 하는 온라인 사업이 집약된 센터”라며 “1조 원 이상을 투자 받아 고용 창출을 비롯해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 마련 등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정작 주민들이 가장 반대하는 물류센터 기능이 아예 없다고는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고 계속된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 우호적인 언론은 지역 주민이나 비대위가 신세계의 온라인센터를 물류센터로 오해했다거나, 아마존 본사와 같은 효과를 누릴 기회를 스스로 거부한다는 등 무지한 집단으로 그리는 보도를 내보내며 신세계의 온라인센터 건립에 힘을 보태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언론 보도는 주민들로 하여금 “신세계가 언론 플레이로 비대위를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한다”며 더욱 반발하게 만드는 결과만 낳았다.

 

신세계 온라인센터가 한국의 아마존이라고 한들, 하남 미사지구가 시애틀 수준의 수용 여건을 갖춘 지역은 아니다. 시애틀은 인구 300만이 훨씬 넘는 대도시고, 아마존 본사의 위치는 시애틀의 도심 한복판, 그것도 처음에는 쇠락한 폐공장이 가득하던 산업 단지에 들어섰다.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전경. (사진 = 하남시)

지금 아마존이 제2 본사 부지를 물색하는 조건도 까다롭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여야 하며, 도시 중심이건 변두리건 상관없이 시애틀 본사만큼의 규모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또한, 아마존은 해당 지역에 대해 ‘물류의 편의성’도 중요한 조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대규모 건물과 인력이 모여드는 만큼 지역 커뮤니티의 도움이 필수라고 밝혔다. 입주에 필요한 조건을 해당 지역에 미리 밝히고, 그 지역 커뮤니티의 동의와 이해를 구하는 것도 선행 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하남시 주민은 “우리나라 기업이 아마존을 능가하는 기술로 무장한 최첨단 물류센터를 짓는다면 국민으로서 자랑스러운 일이겠지만, 주변에 그로 인해 피해 보는 일반인들이 없는, 조금 더 외진 곳에다가 지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라며 “미국 사람들도 애들 다니는 학교 바로 앞에 아마존 물류센터가 들어선다면 절대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실제로 아마존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시애틀은 아마존 직원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임대료가 급상승해 지역 커뮤니티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한, 아마존 본사가 이처럼 화려한 도시 쇼핑에 나서며 여유를 부리고 있는 반면, 세계 곳곳의 아마존 물류센터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과 본사와 현저히 차별되는 급여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영혼을 파괴하는 감옥’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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