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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정책] BMW발 후폭풍…징벌적 손해배상제 빨라지나

“법체계 맞지 않아” vs “나쁜 기업 엄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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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5호 이성호 기자⁄ 2018.09.17 10:23:51

지난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BMW차량 화재관련 공청회’에서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이사 회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BMW 차량 연쇄화재 사건으로 인해 수면위로 급부상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여부다. 당정이 한 목소리로 제도 도입을 외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 따르면 ‘징벌적 배상’은 피해자의 권리·법익 침해에 대해 악의적· 고의적·중대과실 등으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가 실제 입은 손해의 만족을 의미하는 통상의 전보적 손해배상(compensatory damages)에 더해 특별히 지우는 또 다른 손해배상을 말한다.


즉, 말 그대로 가해자를 응징하고 향후 이와 같은 유사행위가 일어나지 않게 억제하기 위한 장치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다.


현재 국내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전면적으로 도입돼 있지 않다. 다만 지난 2011년 ‘하도급 거래 공정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징벌적 배상이 최초로 도입된 이후 특정분야에 한해 개별 법률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적용받기 까다롭고 배상액도 손해액의 3배에 불과해 실효성이 낮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무게추에 힘이 더해지고 있는 것.


위자료는 지나치게 적고, 소비자 피해 사건에서 정신적 손해가 입증되기 어려워 손해배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징벌적 배상제의 필요성으로 언급되고 있다.


특히 최근 BMW 차량의 화재 사고가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재발방지책의 일환으로 ‘징벌적 배상제’ 전면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한층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 측은 BMW가 차량 연쇄화재가 반복되는 동안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정부조사가 착수되자 뒤늦게 10여만대 리콜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는 정부 측의 기술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고, 리콜 계획서를 부실하게 작성하는 등 부적절한 태도를 보였으며 리콜도 문제 부품을 일시적으로 교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사사고가 발생한 미국·독일 등에서는 징벌적 배상제 등을 적용하고 있어 BMW가 선제적으로 130여만대 리콜을 실시했다는 것. 반면, 국내에서는 이와 달리 징벌적 배상제가 없기 때문에 늑장·부실대응을 하고 있어 소비자 권익이 침해되고 있다는 얘기다.


8월 23일 울산에 거주하는 BMW 520D 차량 소유자들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적인 기업들이 대한민국 국민을 우습게보지 않도록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실상 미비한 법적 체계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커지는 상황이 발생하자 결국 당정이 움직이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고속도로에서 달리던 BMW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대원이 불을 끄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실효적 강화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해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늑장 리콜 또는 고의로 결함 사실을 은폐·축소하는 제작사는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할 정도의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소송남발 발생 우려…재계 ‘긴장’


이에 자연스레 시선은 국회로 가는데 최근 신창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제조물 책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BMW 차량화재 사고를 겨냥해 눈길을 모은다. 


제조물의 결함을 알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에도 ‘징벌적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재산상 피해도 배상책임 대상에 포함, 그 한도를 현행 최대 3배에서 5배로 상향토록 함이 골자다.


그동안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은 경우만 징벌적 배상책임에 해당했지만 ‘재산상 피해’까지도 범주 안에 넣은 것이다. 더불어 앞서 국회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만을 따로 떼어낸 제정안 3개가 계류중이다.


‘징벌적 배상법률안(박주민·금태섭·박영선 의원 각각 대표발의)’은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태나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을 저지른 폭스바겐 사태 등에 따라 제출된 법안으로 징벌적 배상책임을 인정토록 했다.


무엇보다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손해를 가한 자에 대해서는 가중책임(금태섭 의원안: 매출액에 100분의 3을 곱한 금액, 박주민 의원: 상한 없음)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국회 법사위에 따르면 일단 헌법상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징벌적 배상의 대상이 되는 법위반 행위는 동시에 형사처벌 대상이 돼, 하나의 불법행위에 제재적 성격의 징벌적 배상책임과 형사처벌이란 제재가 이중적으로 부과되는 결과가 발생된다는 것.


과잉처벌금지의 원칙도 위반되며 형사소송절차는 행위자의 불법성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넘는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나, 징벌적 배상제는 이를 우회해 민사소송절차를 통해 형사상 제재와 유사한 징벌을 부과하게 되므로 헌법상의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밖에도 우발이익 기대에 따른 남소 발생 가능성으로 기업 활동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고, 민법의 손해배상 체계 내에서도 위자료 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 징벌적 배상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국회 상임위에 징벌적 배상을 손해배상의 원칙 중 하나로 전면 도입하는 것은 위헌적 소지 및 우리나라 법체계와 부조화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지탄을 받고 있는 BMW 연쇄 화재사건이 징벌적 배상제에 불을 붙인 만큼 향후 입법화가 탄력을 받게 될지에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CNB에 “지난 28일 국토위에서 BMW 사고 관련 공청회도 열리는 등 다각적으로 대책마련을 고심할 예정”이라며 “또한 여당 측에서는 징벌적 배상 강화에 대해 정책적으로 조율을 꾀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참여연대 관계자는 CNB에 “배상 한도를 5배 등으로 올리는 등 적정선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논점에서 벗어난다”며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상한을 두지 않아도 된다”고 전제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함에 방점이 찍혀 있기에, 실제로 위반했을 때 기업의 부담을 따지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


그는 이어 “마찬가지로 소송남발 우려는 기우”라며 “무조건 징벌적 배상을 받는 게 아니라 요건이 있기 때문에 예방적 차원에서 얻는 효과가 더 크므로 제도가 속히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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