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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에 떨고 있는 기업은?

내년 봄 주총 앞두고 긴장하는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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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8호 손정호 기자⁄ 2018.10.08 10:40:42

우리나라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주주총회 의사결정권을 확대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환영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투자 결정 둔화, 기관투자자 횡포 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 9월 4일 열린 자본시장연구원의 관련 포럼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손정호 기자

(CNB저널 = 손정호 기자) 주주권 강화가 재벌개혁의 한 축으로 부상한 가운데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총 의사결정 범위를 가늠 짓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돼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주요 대기업 주식을 대량 보유한 국민연금이 거수기 노릇을 벗어나 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기업들 심기가 불편하다. 앞으로 주총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의사결정의 폭을 확대하는 내용의 ‘스튜어드십 코드(자율지침)’가 도입되면서 기업 주총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2016년에 한국거래소 산하 기업지배구조원 제정위원회가 만든 최종안을 시행한 것.


국민연금은 600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보유 중인 국내주식은 5월 말 기준 130조1490억원, 이중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만 272개에 달한다. 


CNB가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투자(지분)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내 10대 기업의 주식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전자(9.42%), SK하이닉스(10.0%), 현대자동차(8.44%), 포스코(10.82%), LG화학(8.72%), 네이버(10.33%), 삼성물산(5.70%), 현대모비스(9.45%) 등이다.


이외에도 신세계백화점(12.60%), CJ제일제당(12.10%), 현대건설(11.26%), 현대백화점(11.25%), 한진칼(10.93%), SK케미칼(10.91%), 효성(9.80%), LG전자(9.34%), CJ(8.49%), 한화(6.91%), 기아자동차(6.52%) 등의 주요주주다.  


금융권에서도 높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B금융지주(9.62%), 하나금융지주(9.55%), 신한금융지주(9.55%), 기업은행(9.41%), 우리은행(9.29%) 등의 ‘큰 손’이다.  삼성증권(9.97%), 미래에셋대우(9.99%), NH투자증권(10.77%),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지주사·9.50%) 등 증권가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재계에 큰 파장을 줄 수도 있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많은 지분을 갖고도 주총에서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기업의 ‘거수기’라는 오명을 얻었다. 

 

9월 4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경제인사들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기업의 성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왼쪽부터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전무, 최도성 가천대 교수, 신현한 연세대 교수, 김성민 한양대 교수.   사진 = 손정호 기자

하지만 앞으로는 주총 안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반 의사를 밝히고, 임원 선임과 해임 등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내년 봄 주총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긍정·부정 의견 ‘팽팽’ 


국민연금의 이런 변화에 대해서는 긍정·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적은 지분으로 ‘황제 경영’을 하던 일부 오너의 전횡을 방지하고, 이사회의 민주화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어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지나치게 활성화될 경우, 분기별 실적에 몰입하게 돼 해당 기업입장에서는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가령, 삼성그룹은 최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AI·5G·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미래성장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당장 생산설비에 수조원이 투자될 계획이다. 그런데 자금이 투입되는 분기에는 지출이 늘게 돼 일시적인 실적 악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럴 때마다 주주들이 실적 악화를 구실로 시비를 건다면 장기적인 투자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이런 우려는 자본시장연구원이 9월 4일 개최한 컨퍼런스에서도 잘 드러났다. 이날 포럼에서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기업의 가치를 최대화하기 위해 대주주와 이사회, 기관투자자 사이의 권한을 어떻게 분배하는 게 최적인지는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1%로 낮은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더 낮아진다”며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져야 국가경제에도 활력이 생긴다. 시장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현한 연세대 교수(경영학과)는 “요즘 기업인들을 만나면 규모에 상관없이 모두 ‘힘들다’고 한다”며 “국가의 가장 기초적인 주체는 기업인데,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들의 지나친 경영개입이 기업인들의 의욕을 좌절시킬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기관투자자들이 주총에 참여할 때 의결권자문회사의 의견을 참고한다”며 “주식이 한주도 없는 의결권자문사의 찬반 의견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그동안 주주권 강화의 필수요건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기업활동의 실익 측면에서 보완할 점이 많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반면 재벌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강력한 스튜어드십 코드의 행사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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