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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시중은행 대출금리 ‘나홀로 상승’ 숨은 내막

예금이자는 그대로, 대출이자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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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9호 도기천 기자⁄ 2018.10.15 10:22:52

서울시내 한 은행에 걸린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예금금리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의 자의적인 금리 인상을 막겠다며 대책을 예고했지만 예금과 대출 간의 이자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대출금리만 나홀로 상승하는 이유가 뭘까.

 

통상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덩달아 금리를 올리는 게 순리다. 한미 간의 금리 격차가 커지면 외국자본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연내 한 번 더 금리를 올리게 되면 우리와의 금리차가 최대 1%까지 벌어지기 때문에 이전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일 경제 동향 간담회에서 ‘금융 불균형의 누적’을 언급하며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KB국민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3.47~4.67%를 기록, 3주전보다 0.1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3.44~4.55%)과 우리은행(3.4~4.4%), KEB하나은행(3.136~4.336%)도 0.097~0.12%포인트 올랐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만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조만간 5%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예금금리는 사실상 제자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신규취급액 기준 1년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1.97%로 지난달과 같다. 올해 초와 비교해도 0.04%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정기적금 금리 또한 1.83%로 전월대비 0.01%, 1월 대비 0.02%포인트 상승에 불과하다. 

 

예금액으로 자금조달 충분해


이처럼 대출금리만 오르다보니 서민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적지 않다. 회사원 정모씨(46)는 CNB에 “정기예금 만기가 돼서 이자가 높은 곳을 찾고 있는데 신협이나 저축은행 외에는 예금금리가 오른 곳이 없었다”며 “하지만 가끔 사용하고 있는 마이너스 통장의 이자는 (1년전 보다) 2% 넘게 치솟아 은행에 항의했지만 지점 권한이 아니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조달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CNB에 “조달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채권금리가 미국 금리 상승 영향으로 선반영 되어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상 은행 조달금리의 기준이 되는 대표적인 지수는 코픽스다. 코픽스는 담보대출 금리의 기준 역할을 했던 양도성예금증서(CD)가 시장의 실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2010년 2월 도입됐다. 


은행연합회가 매달 한 번씩 9개 시중은행 (농협,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기업, 국민, 외환, 한국씨티)으로부터 정기예금, 정기적금, CD, 환매조건부채권, 표지어음, 금융채 등 자본조달 상품관련 비용을 취합해 코픽스 지수를 산출한다. 한마디로 자본조달비용을 반영한 은행 내부 기준금리로 보면 된다. 여기에 가산금리(스프레드·spread)를 더해 최종적인 대출금리가 결정된다. 


가산금리는 업무원가, 목표이익률, 위험프리미엄, 신용도 등을 감안해 은행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금리다. 최근 발생한 금리 조작 사태의 여파로 동결된 상태다.  

 

금융감독원의 올해 상반기 검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은행들이 대출금리 산정 때 소득금액과 담보물 등을 잘못 전산입력하거나 임의대로 입력해 기준보다 높은 이자를 책정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7월 경남은행, KEB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에 대해 이자 환급을 조속히 실행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조사대상이었던 10개 은행(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기업·씨티·SC제일·부산·경남은행)과 지방은행들은 자체 점검 결과를 보고토록 한 바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금융산업 공익재단’ 출범식에서 “금융회사의 자의적인 금리 인상으로 서민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날을 세우자 시중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손대지 못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CNB에 “요즘 같은 분위기에 가산금리를 올리는 은행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은 가산금리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후진적 영업 마인드가 문제”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동결하고 코픽스만 적용해 대출금리를 올렸다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한국외대 강명재 겸임교수(경영학부)는 CNB에 “코픽스가 올랐다하더라도 자금조달의 상당부분이 예치금(예금액)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코픽스에만 의존하고 있는 대출금리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시중은행의 예금액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7월말 정기예금 잔액은 663조원으로 전년 동월대비 9.8%(59조2600억원)나 늘었다. 


이처럼 예금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 조달이 쉬워졌음을 의미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의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금잔액 비율)을 100%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 이는 늘어난 만큼의 예금액을 더 많은 대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예금금리는 정체 상태이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충분한 예대마진(예금-대출간 발생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은행들은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리고 예금금리는 그보다 천천히 올려 예대 금리 차를 크게 벌여 놨다. 둘의 차이는 지난해 4분기 2.30%포인트에서 올 2분기 2.35%포인트로 확대됐다. 최근의 대출금리 인상분을 감안하면 예대금리 차이는 더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4년 11월(2.36%) 이래 최대 수준이다. 


강명재 교수는 CNB에 “선진국 은행들은 신용도, 미래가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투자은행(investment bank) 개념이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예대금리 차이로 수익을 올리는 후진적인 소비금융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것도 이런 영업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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