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1호 정의식⁄ 2018.10.23 10:40:40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시행령 입법예고를 통해 ICT 주력기업에 한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방안을 열어주면서 내년 1월부터 카카오와 KT가 각기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신규 인터넷은행의 설립도 가능해져 키움증권, 인터파크, 네이버 등 이전부터 이 분야에 관심이 많던 기업들이 다시금 인터넷은행 진출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세 번째 인터넷은행의 타이틀을 차지할 기업은 과연 어디일까?
은산분리 규제, 내년부터 사라진다
지난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정식 출범하며 국내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에 묶여 두 은행의 실질적 주도기업인 KT와 카카오 대신 우리은행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1대 주주가 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지난 8월 규제혁신을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완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국회에서 여야가 은산분리 완화 대상을 법에서 제한하지 않고 시행령에 담는 방식으로 규제를 푸는 데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10월 17일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에 돌입한 인터넷전문은행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입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불허되지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문호가 개방된다. 11월 26일까지로 예정된 입법예고기간이 끝나면 이 시행령은 규제개혁위원회·법제처의 심사를 거친 후 내년 1월 17일 인터넷전문은행법과 함께 정식 시행된다.
시행령에는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10% 넘게(특례법상 한도 34%) 보유하는 한도초과보유주주의 요건에서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대상 기업집단을 배제하되 ICT 주력기업은 허용한다는 문구를 담았다. 이는 국회 정무위가 인터넷전문은행법을 통과시키면서 제시한 부대의견을 그대로 수용한 조항이다.
ICT 주력그룹의 판단 기준은 기업집단 내 비금융회사 자산 합계액에서 ICT 기업 자산 합계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인 경우다. 여기서 ICT 기업은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상 정보통신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외국 ICT 기업의 인터넷은행 진입도 가능하지만,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 및 국내 핀테크 산업 발전, 서민금융지원 등에 대한 기여도 등을 평가하는 만큼 국내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산분리 규제의 가장 큰 이유인 ‘대주주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장치도 다양하게 도입된다. 인터넷은행의 동일인에 대한 대출한도를 은행법(자기자본의 25%)보다 더 강한 20%를 적용하기로 한 것. 다만 국민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제외된다. 또, 인터넷은행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나 대주주 발행주식 취득 역시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카카오‧KT, 카뱅‧케뱅 1대주주 된다
새 시행령에 따라 당장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기업은 카카오와 KT다. 두 기업은 ICT 주력기업에 해당하므로 앞으로는 지분보유한도가 4%(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에서 34%로 늘어난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0%를 가진 1대주주이고, 카카오 지분은 18%에 불과하다. 이외에 국민은행(10%), 넷마블(4%), 우정사업본부(4%), 이베이(4%), 텐센트(4%) 등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케이뱅크의 경우 우리은행이 14%로 1대주주이며, KT와 NH투자증권이 각기 10%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뒤이어 한화생명보험(9%),GS리테일(9%), KG이니시스(7%), 다날(7%) 등이 핵심 주주사다.
박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와 KT가 각각 지분율을 16%, 24%까지 확대할 것”이며 “카카오뱅크와 한국금융지주 간에 내년 6월쯤 지분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인터넷은행의 비금융 주력자인 카카오와 KT가 법이 시행하는 한도까지 최대한 지분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어 박 연구원은 “이번 제정안으로 3번째 인터넷은행의 진입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후보자로 네이버-미래에셋대우와 키움증권 등을 지목했다.
3호 인터넷은행 사업자, 키움증권‧인터파크‧네이버
업계에서는 키움증권과 인터파크, 네이버 등의 진입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먼저 키움증권은 과거 권용원 전 사장 시절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려다가 포기한 적이 있고, 현 이현 대표도 여러 차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서 3호 인터넷은행의 첫 후보로 지목된다.
IT서비스업체 다우기술이 약 47.7%의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라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분류된다. 과거 인터넷은행사업 진출을 포기했던 것도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비금융주력자에게 허용된 의결권 있는 지분이 4%로 한정됐기 때문이어서, 규제가 사라지면 가장 먼저 준비가 가능한 기업으로 꼽힌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지만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인터파크도 유력한 인터넷은행 후보 기업이다. 인터파크는 1차 인터넷은행 사업자 모집 당시 SK텔레콤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끌었지만 선정되지 못했다.
인터파크는 당시 주력인 전자상거래 사업에 은행 서비스를 결합하면 기존 은행이 할 수 없었던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었다. 현재도 이 회사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후보자 네이버도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와 전략적제휴 관계를 맺고 케이뱅크와 함께 체크카드를 출시하는 등 금융기관과 협력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온 바 있어 인터넷은행 설립 시 시장 판도에 변화를 줄 기업으로 꼽힌다.
이외에 넷마블, 넥슨 등 자금력이 탄탄한 ICT 기업들도 새 인터넷은행 설립 후보자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정작 이 회사들은 현재까지 별다른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