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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전시] 미술관에서 눈으로 음미하는 '커피 한 잔'

63아트 미술관, 커피 주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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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1호 김금영⁄ 2018.10.23 17:59:21

커피 원두를 직접 만질 수 있도록 구성된 전시 도입부 공간.(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출근길 커피 한 잔, 식사 후 커피 한 잔, 피곤할 때 커피 한 잔, 입이 심심할 때 커피 한 잔. 커피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자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 잡았다. 이 커피를 주제로 한 전시가 63아트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커피 한 잔’전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커피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자리다. 오승희 63아트 미술관 상무는 “커피에 대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의견이 분분했다. 건강에 해악을 끼치는 음료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커피의 긍정적인 효능 또한 꾸준히 제시돼 왔다. 그리고 오늘날 커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음료로 자리했다”고 현 시대 커피 문화의 위상을 짚었다. 무심한 습관적 소비부터 커피를 전문적으로 소비하는 마니아적 태도까지 커피를 대하는 태도들은 무수히 많다. 이제 커피를 빼놓고는 이 시대의 일상을 논할 수 없는 현실.

 

옵티칼 레이스 작가의 작품 ‘월요병’은 실제 커피가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팔리는지 구체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제작됐다.(사진=김금영 기자)

전시는 이 가운데 여러 질문을 던진다. 오승희 상무는 “전 인류가 모두 커피를 마시지는 않지만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중 75~80% 정도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일상은 생각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커피는 우리의 일상에 깊이 파고들어 있다. 우리나라 또한 2000년대 이후부터 폭발적으로 커피의 소비가 늘어나 현재는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연간 400잔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커피를 늘 마시는 사람들에게 커피는 어떤 의미일까?”라고 의문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커피를 통해 우리의 삶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을까?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완전히 일상에 스며들어 있어 오히려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번 전시는 우리의 일상을 점령한 기호품, 우리가 미처 깨닫지도 못할 만큼 자주, 아주 많이 소비하는 음료 중 하나인 커피를 주제로 그 속에 담긴 일상의 시간과 사회·문화적인 의미를 바라보는 기회를 마련한다”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김수민 작가는 스타벅스 대표 캐릭터의 일상을 종이컵 위에 그려내 재미를 준다.(사진=김금영 기자)

전시는 커피 원두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공간부터 시작된다. 오 상무는 “우리는 커피를 흔하게 마시지만 실제로 커피 원두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은 것 같다. 전시를 본격적으로 보기에 앞서 커피 원두를 직접 만지고 향도 맡아보면서 친근하게 커피 전시로 인도하고자 마련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전시는 5가지 소주제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커피와 수’다. 논현동, 상계동 등 특정 지역을 나타내는 지도와 해당 지역에 붙어 있는 여러 크기와 색의 스티커가 눈길을 끈다. 옵티칼 레이스의 작품 ‘월요병’이다. 실제 커피가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팔리는지 구체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작업한 결과물이다. 월요일 하루 통계로 작업했는데 단 하루에도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커피의 인기를 직접적인 수와 연관시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지현 작가의 ‘저스트 어 컵(Just a Cup)’은 개성을 지향하는 것 같지만 비슷비슷한 커피 한 잔의 이미지들을 집단적으로 보여주며 현 시대의 단면을 읽어낸다.(사진=김금영 기자)

 

커피를 둘러싼 수·도구·공간·시간까지
커피를 통해 일상 돌아보기

 

‘커피와 도구’를 주제로 한 공간엔 커피의 일상적 소비에 동원되는 도구들과 디저트를 바탕으로 이뤄진 작품들이 전시된다.(사진=김금영 기자)

두 번째 주제는 ‘커피와 도구’다. 커피의 일상적 소비에 동원되는 도구들과 디저트를 바탕으로 작가들이 작업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미지들이 대부분이라 관람객들이 유독 친근함을 느끼는 공간이기도 하다. 유소라와 김수현은 커피를 마시는 데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컵을 각각 천 위에 바느질, 그리고 철사 드로잉으로 표현했다. 현홍은 커피가 담긴 일회용 컵을 일일이 흔들어 사진을 찍고 그것들을 군집의 이미지로 표현해 보여주고, 성정원은 수집하고 재구성한 일회용 컵을 촬영해 대량생산되는 컵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김수민이 작업한 컵은 익숙한 가운데 독특해 눈길을 끈다. 사람들에게 친숙한 스타벅스 대표 캐릭터의 일상을 종이컵 위에 그렸는데 출근길에 시달리고 헐레벌떡 뛰어가고 노래를 부르는 등 그 모습이 익살스러워 웃음을 자아낸다. 노세환은 커피를 처음 맛본 황홀경을 커피 컵에 날개를 단 모습으로 표현하고, 이지현은 개성을 지향하는 것 같지만 비슷비슷한 커피 한 잔의 이미지들을 집단적으로 보여주며 현 시대의 단면까지 읽어낸다.

 

슈퍼픽션, ‘커피 브레이크(Coffee Break)’. 애니메이션, 43초. 2015.(사진=63아트 미술관)

컵에 이어 맛있는 디저트들이 이어진다. 테이블에 놓인 커피와 디저트를 표현한 나빈, 케이크를 주로 소재로 작업하는 김수연, 화려한 색감과 장식적인 패턴으로 효과를 낸 디저트 그림을 선보이는 송지연은 커피와 함께 늘 소비되는 디저트를 통해 관람객에게 마치 카페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전한다.

 

커피를 통해 일상을 엿보는 작업들도 있다. 윤소연은 급히 커피를 마시고 자리를 뜬 것 같은 잔상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을 돌아보고,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스튜디오 슈퍼픽션은 짧은 애니메이션 영상 ‘커피브레이크’를 통해 양복점 조수인 스캇이 양복점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보내는 짧은 휴식을 보여준다.

 

김병진 작가의 ‘청자들’ 작업은 커피를 마시는 카페라는 공간에 주목했다.(사진=김금영 기자)

세 번째 주제는 ‘커피의 공간’으로 이곳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공간에 집중한다. 오승희 상무는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성격을 지녔다. 과거부터 이중섭 작가 등 문화예술인의 아지트로서 기능하며 커뮤니케이션의 장 역할을 했다면 오늘날에는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 고립의 장소로서도 기능한다”며 “오늘날의 카페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들을 통해 현 시대 만남의 장의 실상을 들여다본다”고 말했다.

 

조은주는 강렬한 색감 대비로 그린 카페 풍경을 통해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으로는 고독과 싸우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서지선이 그린 카페는 밝고 경쾌하다. 사람들과의 수많은 관계가 이뤄지는 카페를 느낄 수 있다. 김병진은 극사실적인 묘사로 관람객들을 작품 속 카페 공간으로 끌어들이고, 이효연은 다수이지만 서로 감정을 교류하지 않는 인물들을 화면에 등장시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심정을 드러낸다.

 

홍지철 작가는 커피농장에서 일하는 흑인 아이들의 모습을 커피가루로 그리며, 커피 한 잔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현실을 꼬집는다.(사진=김금영 기자)

네 번째 주제는 ‘브랜드와 소비문화’로 커피의 생산과 거래, 소비의 공정성에 대한 생각을 살필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커피의 윤리적인 소비를 언급하고, 커피 소비의 사회적 기호가 된 글로벌 브랜드의 점령에 대한 관점까지 살피는 시도다.

 

홍지철은 커피농장에서 일하는 흑인 아이들의 모습을 커피가루로 그렸다. 커피 한 잔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커피 컵 한가운데 그려 넣으며 자본주의 사회가 지닌 이면을 꼬집는다. 전웅은 ‘스타벅스’ 시리즈를 선보인다. 원더우먼과 엄마의 합성어인 원더우맘 캐릭터가 카페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화면에 그리며 일상에서 브랜드가 소비되는 다양한 장면들을 보여준다.

 

문제이 작가의 화면엔 가상의 인물이 커피를 마시며 반려견과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 담겼다.(사진=김금영 기자)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시는 순간의 감성에 주목하는 ‘커피의 시간’이 마련됐다. 박성연의 작품엔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평범한 여자가 등장하는데, 커피가 위안이 되는 존재로서 기능한다. 갭웍스는 자연을 음미하는 영상에 커피까지 어우르며 일상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바쁜 현대인에 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문제이의 화면은 심플하다. 가상의 인물이 커피를 마시며 반려견과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 담겼다. 이 공간에서는 별다를 것 없는 일상 속에서의 커피 한 잔이 등장하지만 그 한 순간의 휴식이 바쁜 현대인에게 나지막한 위로를 건네주는 느낌이다.

 

오승희 상무는 “19세기 말 우리나라에 커피가 소개된 이래로 커피는 서구문물의 상징이자 당대 문화적 자본을 가진 사람들의 취향과 욕망과 밀접하게 연결된 기호품이었다. 하지만 근대기를 거치면서 문인들과 예술가들의 창작의 산실이 됐고, 이후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게 됐다”며 “커피 광고는 언제나 맛, 향, 삶의 여유와 같은 우아하고 품위 있는 문구로 채워졌다.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짧은 휴식을 권한 것이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바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63아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커피 한 잔을 마신다는 일상적 행위의 여러 상징들과 문화적 기호들, 그리고 새로운 커피 문화의 모습 등을 회화, 영상, 설치 등의 현대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각 자료를 통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며 “우리는 커피를 매개로 세상의 고통에 맞설 수 있는 감성과 우정, 지혜로운 각성과 휴식을 얻는다. 커피를 통해 결국 바라보고자 한 것은 우리들의 삶의 순간들이다. 커피 한 잔이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듯 이번 전시가 우리의 일상을 잠시 돌아보고 새로운 긍정의 에너지를 얻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63아트 미술관에서 내년 3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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