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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K뷰티 선호도, 이렇게 변했다…고가 일변도에서 중저가로 확산

'사드 갈등' 불구 K뷰티 인기 오히려 높아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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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1호 옥송이⁄ 2018.10.24 15:27:20

지난 2016년 중국 청두 타이쿠리(太古里)에 문을 연 100번째 설화수 매장. 사진 =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의 ‘후’,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등 대기업의 고가 브랜드에 집중됐던 중국인들의 관심이 서서히 변화하는 분위기다. 그간 K뷰티의 인기를 독점했던 럭셔리 브랜드 외에 실제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중저가 브랜드까지 관심 폭이 넓어진 것.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 기업들도 이전까지의 브랜드 전략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변화하는 중국 K뷰티 소비자들의 현황과 이에 대응하는 국내 기업들의 전략을 살펴봤다. 

 

설화수·후, 중국 인기 ‘넘사벽’

 

중국의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에서 ‘한국의 화장품’을 검색하면 ‘설화수와 후에 대해 한국인들은 어떻게 평가하나’, ‘왜 한국인들은 후를 쓰지 않나요’, ‘한국인들은 설화수와 후를 사용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들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중국에서 인기 한국 화장품 순위 1, 2위를 다투는 후와 설화수가 한국에서도 인기많은 제품인지 궁금해 하는 현상이다.

 

바이두에서 ‘한국 화장품’을 검색한 화면.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화장품' '왜 한국인들은 후를 사용하지 않는가' 등의 내용이 화면 아랫쪽에 연관검색어로 뜬다. 

 

이 문제에 대해 중국인들은 자체적인 질문과 대답을 통해 결론을 내린다. 중국의 아이폰 전용 커뮤니티 도우반샤오주(豆瓣小组)의 한 사용자가 물어본 “한국인이나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후’나 ‘설화수’를 진짜 사용하는지 알고 싶다”라는 질문에 또 다른 사용자가 올린 답변은 다음과 같다. 

 

“예전에 LG 회사에서 중국어 강사를 하고, 한 간부의 집에서 과외도 했었다. 그때 보니 한국 여성들은 중저가 라인인 마몽드나 에뛰드 하우스, 더페이스샵 같은 브랜드들을 많이 쓰더라”며 “그래서 '한국에선 후나 설화수를 쓰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중노년층이 후를 많이 쓴다 들었다.”

 

또 다른 사용자는 “한국에서는 후와 설화수가 최상위 고급 라인에 속해 중년층이 많이 사용한다”고 답해줬다.

 

이처럼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화장품은 LG생활건강의 ‘후’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다. 두 브랜드는 각사의 대표적인 ‘럭셔리 한방 브랜드’로 중국 내 한국 화장품 인기 순위 1·2위를 다툰다.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K뷰티 대표 브랜드 ‘우뚝’

 

중국 시장에 K뷰티의 깃발을 먼저 꽂은 건 LG생활건강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일찌감치 ‘후’로 중국 뷰티 시장에 진출했다. ‘왕후의 궁중 문화’라는 독특한 콘셉트와 고급화 전략으로 중국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했다. ‘후’ 진출 이후 지난 2016년에서야 LG생활건강의 다른 브랜드인 ‘숨’을 출시했을 정도로 오랜 기간 고급화 전략에 매진했다. 

 

그 결과 LG생활건강은 ‘사드 한파' 속에서도 꾸준히 중국에서 선전을 이어갔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역시 후의 2분기 중국 내 매출이 71% 상승하면서 분기 최초 1000억 원을 넘기는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후’나 ‘숨’ 같은 고가 제품들이 LG생활건강의 판매를 주도하는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왼쪽)와 LG생활건강의 '후' 제품들. 사진 = 각 사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비교적 한발 늦은 2011년에 중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성공적으로 중국내 프리미엄 시장에 안착했다. 베이징백화점 입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중국 행보를 시작한 설화수는 ‘한국의 미’와 ‘동양의 힘’을 내세워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LG의 후가 ‘화려함’을 내세웠다면 설화수는 ‘순수함’을 강조했다는 평을 듣는다. 

 

설화수는 2015년 ‘요우커 만족도’ 화장품 부문 1위, 2016년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한국의 명품’ 한방 화장품 부문 1위 선정 등의 성과를 거뒀다. 2014년에는 중국의 유명 배우 량장이 직접 설화수 매장에 방문해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올해도 설화수의 매출 호조가 이어져 아모레퍼시픽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사드 이후 K뷰티 기업들, 전략 수정

 

그러나 지속적인 호황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6년 중국과 사드 갈등이 빚어지며 국내 화장품 업계는 직격타를 맞았다. 중국 현지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적극적인 사업을 펼쳐가던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매장 수를 줄이거나 철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뷰티업계 일부는 오히려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중국인 소비 체질에 맞게 변화를 거듭하면서 활로를 모색했다. 백화점이 없는 지역의 소비자에게도 다양한 채널로 접근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중국의 대표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 입점한 LG생활건강 '후'의 공식 쇼핑몰. 사진 = 티몰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사드 여파 이후 온라인 판매에 집중해왔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중국 내에서 기존 운영하던 직영몰 샤오홍슈(小红书. SNS 기능과 물건 판매 기능이 합쳐진 중국 플랫폼)에서의 판매에 이어 중국 3대 온라인몰에 속하는 VIP닷컴에 공식 입점했다. LG생활건강 역시 티몰(Tmall), 징동닷컴, VIP닷컴에서 ‘후’를 비롯해 다른 고가 라인 ‘숨’, ‘오휘’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진짜 사용하는 화장품은 뭐죠?”

 

사드 사태 이후 달라진 건 한국 화장품 회사들의 마케팅 전략만이 아니다. K뷰티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과 이해도도 다양해졌다. 

 

그동안은 중국 현지에서 적극적인 고급화 마케팅으로 높은 인지도를 쌓아온 ‘후’나 ‘설화수’ 같은 고가 라인에 치중됐던 관심이 인터넷을 매개로 한국의 다양한 브랜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한국인이 사용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 (바이두 화면 캡처)

 

2015년까지 올라온 K뷰티 관련 게시물의 내용이 대체적으로 설화수나 후에 대한 좋은 평가와 뛰어난 효과에 대한 후기였다면, 그 이후에는 ‘한국인이 진짜 사용하는 화장품 브랜드’, ‘한국인이 봤을 때 가장 좋은 한국 화장품이 무엇인가’ 같은 질문과 답변 등이 많다. 이런 양상은 한국의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에 해당하는 바이두(百度)의 쯔다오(知道. ‘알다’라는 뜻)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이트에 올라온 ‘한국인들이 정말 사용하는 기초 피부 제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살펴보면, 답변자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추천 브랜드 외에도 한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중저가 로드샵인 미샤,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등의 제품까지 소개한다. 한국에선 예전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LG의 드봉(현지명 HERCYNA)과 도도화장품(현지명 DODOCLUB) 등에 대한 설명도 눈에 띈다.  

 

마펑워에 게시된 한국 화장품 회사들의 로고. 사진 = 마펑워

 

중국의 여행 사이트인 마펑워(马蜂窝)에 올라온 등급별 한국 화장품 소개를 살펴보면 K뷰티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을 한층 더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이 게시물에 따르면, 최고급 등급은 LG생활건강의 ‘후’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이며, 중고급 등급은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 한율, 로드숍 브랜드 잇츠스킨(잇츠한불) 등이다. 중급은 LG생활건강의 수려한,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메라와 라네즈, 마몽드를, 중저등급에는 로드숍 브랜드인 에뛰드(아모레퍼시픽)와 스킨푸드, 더페이스샵(LG생활건강), 미샤(에이블씨앤씨) 등을 소개했다. 그 외에도 젊은 층에 맞는 브랜드를 추천하고, 25세 이상에 적합한 브랜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K뷰티 열풍 여전히 ‘맹위’… 시장 다각화 ‘과제’ 

 

이처럼 중국의 K뷰티 열풍은 사드 한파에도 잦아들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고 심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22일 코트라(KOTRA)가 발간한 ‘2018 글로벌 화장품 산업 백서’에 따르면, 사드 한파가 맹위를 떨친 2017년에도 한국의 화장품 수출은 49억 6000만 달러로, 4년 전인 2013년의 4배로 증가했으며, 특히 2017년의 중화권 수출은 32억 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2.5%나 성장했다. 

 

중국 대표 온라인 쇼핑몰 징동닷컴의 '메이크업' 카테고리. 에이블씨앤씨의 로드샵 브랜드 '미샤'가 메인 화면에서 광고되고 있다. 사진 = 징동닷컴

 

하지만 K뷰티가 언제까지나 중국에서 승승장구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사드 한파의 직격타를 맞고 중국 내 사업을 축소한 화장품 브랜드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LG생활건강의 로드숍 브랜드인 더페이스샵은 130여 개에 달하던 로드숍 매장을 모두 철수하고 H&B(헬스앤드뷰티) 스토어인 ‘왓슨스’에 제품을 입점 시켰다. 로드숍 브랜드인 네이처리퍼블릭과 토니모리 역시 단독 매장 수를 크게 줄였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 입점하는가 하면 중국 로컬 브랜드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이에 따라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도 점차 고급화 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LG는 중국 내에서 고가 제품으로 럭셔리 화장품을 포지셔닝해왔다”며 “중국 뷰티 시장의 변화가 있지만, 앞으로도 LG생활건강은 ‘후’나 ‘숨’을 위주로 최고급 럭셔리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반면 에이블씨앤씨의 로드숍 브랜드 미샤의 관계자는 “미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다각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H&B스토어와 드럭스토어에 미샤 제품 입점이 매년 증가세일 뿐만 아니라, 단독 매장 역시 290여 개다. 중국 내 미샤의 공식 판매처는 3000여 곳으로 지난해에 비해 1000개 가량 늘어났다”며 “오프라인 철수를 택하기보다는 넓히는 전략이다. 그 외 온라인으로는 T몰, 징동닷컴, VIP닷컴에 모두 입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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