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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규상 변호사의 법과 유학] 촛불 이후 달라질 ‘일편단심 민들레’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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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2호 문규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2018.11.05 10:34:33

(CNB저널 = 문규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가수 조용필은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기인 1981년 7월 발매된 그의 제 3집에서 ‘일편단심 민들레야’를 애절한 목소리로 ‘님 주신 밤에 씨 뿌렸네 / 사랑의 물로 꽃을 피웠네 / ...... / 일편단심 민들레는 일편단심 민들레는 / 떠나지 않으리라’라고 절규하듯 목놓아 불렀습니다.


‘내 사랑을 다 바친다’는 ‘일편단심 민들레’라는 말이 요즘 세태에는 고지식하고 고루한 의미로 비쳐지긴 하지만 길섶에서 뭇사람들에게 차이고 짓밟히고도 쉽게 죽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남는 민들레꽃은 굳센 생명력을 지닌 민초들에 비유되고 있습니다.


조용필이 절규한 ‘민초들에 대한 일편단심’은 오늘날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민심의 집약’으로 승화된 것으로 보여지고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공자가 말씀하신 ‘만절필동(萬折必東)’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순자(荀子)의 유좌(宥坐) 편에 실린 공자의 말씀에서 비롯된 고사성어입니다. 동쪽으로 흘러가는 황허강(黃河)을 바라보고 있는 공자에게 제자인 자공(子貢)이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이에 공자는 “(황허강이) 일만 번이나 꺽여 흐르지만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가니 의지가 있는 것과 같다(化其萬折必東 似志, 화기만절필동 사지)”고 설명하면서 군자가 큰물을 볼 때 반드시 살펴야 할 점이라고 일렀습니다.

 

‘만절필동’의 동쪽 의미도 
시대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니


황허의 강줄기는 굴곡이 심하지만 서고동저(西高東低)인 중국 지형의 특성상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군자의 의지나 절개로 풀이한 것입니다. 여기서 유래하여 만절필동은 어떠한 일이 곡절을 겪게 되더라도 결국은 원래 뜻대로 됨을 비유하거나 충신의 절개를 꺾을 수 없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되었습니다. 


2500년 전 공자는 ‘만절필동’을 모든 사물은 이치대로 흐른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의미로 뜻을 풀이했습니다마는 그 후 ‘중국 황제에 대한 변함없는 충절’의 사대주의를 일컫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지난 2016년 12월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모습. 사진 = CNB저널 자료사진

충북 괴산군에 위치한 화양구곡에는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원군을 보내온 명나라 신종과 마지막 황제인 의종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만동묘가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숙종 30년(1704)에 권상하 등이 화양동 서원 안에 건립한 만동묘는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조종암(朝宗巖)에 새겨진 선조의 어필인 ‘만절필동(萬折必東)’의 처음과 끝 자를 따서 이름을 지은 것입니다.


화양9곡 중 제4곡인 금사담은 깨끗한 물속에 잠긴 모래가 금싸라기 같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인데 그곳 높직한 암반 위에 송시열의 서재이자 별장인 암서재가 있고 그곳에서 송시열이 굴피집을 짓고 제자들을 가르쳤던 곳이라고 하는데 그 후 서원의 폐해가 극심해지면서 고종 2년에 만동묘를 폐하였습니다. 


이처럼 40년 전 조용필의 ‘일편단심 민들레야’는 ‘연인에 대한 절절한 사랑의 절규’에서 시작되었습니다만 이제는 ‘민초에 대한 끝없는 사랑’,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걸쳤던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민심에 대한 한없는 외경‘으로 승화시켜 이해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그 말의 뜻을 깊이 새기면서 ‘일편단심 민들레야’를 외쳐 불러야 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문규상 변호사: 1978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87년 검사로 임용돼 ‘특수통’으로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와 ‘강호순 연쇄 살인사건’ 등을 맡아 성과를 냈다. 2006~2008년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의 초대 심사본부장, 2009~2014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 2018년 9월 한국해양진흥공사 초대 투자 심의위원 위촉. 2013년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석사과정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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