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화장품 ‘더마’가 인기다. 화장품의 성분까지 분석하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고, 미세먼지로 인한 피부 질환 우려가 커지면서 ‘순하고 성분 착한 화장품’의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뷰티 기업들도 더마 화장품 사업 확장에 한창이다. '더마’가 무엇이기에 새 뷰티 트렌드로 떠올랐을까?
기능성 화장품? 더마 열풍
더마 화장품은 기존 화장품에 의약품의 기능성을 더한 제품을 일컫는다. 피부 과학을 뜻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에서 나온 말로, 피부 기능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기능성 화장품이다. 비슷한 분야로는 화장품(Cosmetic)과 의약품(Parmaceutical)의 합성어인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도 있으나, 차이가 불분명한 탓에 국내에서는 더마 화장품과 코스메슈티컬이 혼용된다.
이런 이유로 더마 화장품은 ‘약국 화장품’이라 불리기도 한다. 민감성 피부나 자극받은 피부를 진정시키기 위한 의약적 용도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기초제품 외에 색조 제품까지 출시되면서 더마 제품의 범위가 넓어졌다. 과거에는 아벤느 등의 해외 유명 브랜드가 더마 화장품 시장을 주도하고 국내 소비자들 역시 해외 브랜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도 더마 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아모레·LG생건·애경, 더마 화장품 경쟁력 강화에 박차
현재 한국의 더마 화장품 시장은 약 5000억 원 수준으로 전 세계 더마 시장 40조 원에 비해서는 작다. 하지만 연 15%의 급성장세가 수년간 이어지고 있어 2020년에는 1조 2000억 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기능성을 강조하는 화장품 상표도 활발히 출원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화장품 분야에서 최근 5년간(13~17년) ‘바이오’ ‘셀’ ‘더마’ 등의 상표 출원이 직전 5년간(08~12년)에 비해 약 2.57배 증가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관련 상표 출원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LG생활건강은 더마 화장품 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주력으로 내세우는 ‘CNP코스메틱’ 외에 ‘CNP RX’, ‘케어존’, ‘더마리프트’ 등 더마 브랜드만 4개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CNP RX는 CNP코스메틱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전문성을 강화해 출시된 브랜드로, 백화점이 주요 유통 채널이다. 고급 화장품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브랜드인 셈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태극제약을 인수하면서 더마 화장품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혀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직 시제품 출시까지 진척된 상황은 아니지만, 두 회사의 피부 의약품 원천 기술과 생산 설비를 중심으로 더마 사업을 지속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생활건강은 단일 브랜드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마감 기준 CNP코스메틱의 매출은 671.5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국내 더마 시장 점유율 13% 정도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8년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더마화장품 전문 브랜드 ‘에스트라(AESTURA)’를 내놨다.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컬 뷰티 전문 브랜드이자 자회사인 에스트라는 병·의원 채널을 기반으로 의학과 결합된 뷰티 솔루션을 제공한다. 안티에이징, 더마 케어 화장품, 피부의약 등이 사업의 핵심이다. 에스트라 외에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브랜드 ‘아이오페’와 ‘일리윤’도 더마 제품 라인을 갖췄다.
애경산업은 더마 화장품 분야에서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화장품이 주를 이루는 더마 분야에서 지난해 더마 샴푸 ‘더마앤모어’를 출시했다. 더마앤모어는 두피와 모발을 피부 관점으로 생각해 저자극과 성분 안정성을 강조한 제품이다. 피부 장벽 강화에 도움을 주는 세라마이드, 히알루론산, 시카 등의 성분으로 두피 보습과 손상된 모발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9월에는 ‘더마 = 순하고 착한 성분’이라는 공식을 깨고 ‘독한 성분’으로 차별화한 더마 화장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제약회사와의 기술 협약을 통해 인공 거미독과 거미줄 단백질 등의 독한 성분으로 주름 개선에 집중한 ‘더마에스떼(DERMA ESTHE)’다. 피부 주름과 탄력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기능성 제품으로, 4050 세대가 주요 대상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더마 브랜드인 ‘더마앤모어’나 ‘더마에스떼’의 매출 공개는 어렵다”면서도 “더마 시장 자체가 대중적인 화장품 시장만큼 폭발적이진 않지만 애경산업의 더마 제품들은 꾸준히 약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에 깐깐한 소비자…더마 화장품 성장의 첨병
더마 화장품 시장이 주류 화장품만큼 규모가 크거나 폭발적인 성장세는 아니지만, 뷰티 업계에서 꾸준히 더마 관련 제품과 브랜드를 출시하는 이유는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서다.
특히 환경적인 요인이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하는 미세먼지나 공해로 인해 피부질환과 민감성 피부로 고통받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피부에 자극 없는 화장품을 찾는 수요가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브랜드 아이오페가 20~39세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93%가 자신의 피부가 민감하다고 답변했다.
게다가 화장품의 성분을 분석해주는 핸드폰 어플리케이션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라는 뜻)와 유튜브 채널 ‘디렉터 파이’ 등이 이와 같은 현상을 더욱 견인했다.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성분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소비자들이 화장품의 성분을 ‘읽고, 선택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마 화장품은 소비자 사이에서 ‘자극 없는 화장품’으로 각광을 받게 됐고, 화장품 업계도 이런 기호 변화에 따라 더마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마 화장품의 미래?… 밝음!
더마 화장품 브랜드들은 헬스&뷰티 스토어에 자사 제품들을 입점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국내 최대 헬스&뷰티 스토어인 올리브영의 발표에 따르면 더마 관련 카테고리의 연평균 매출은 연 30%가량의 증가세다. 이 외에도 랄라블라·부츠 등의 헬스&뷰티 스토어에서도 더마 화장품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더마 화장품은 피부과나 전문가의 클리닉 치료보다 용이하게 피부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고령화 사회 진입에 발맞춘 노화 방지 및 주름 개선 등의 기능성으로 인해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최근에는 제약사들이 매출 부진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더마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경쟁은 한층 치열해 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한국의 더마 화장품 시장은 해외에 비하면 작다. 해외 더마 화장품의 경우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여러 업체가 나서고 있는 만큼 국내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