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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의 높은 판매수수료, 원인은 송출수수료?

홈쇼핑사, 매년 판매수수료로 뭇매…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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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5호 김수식⁄ 2018.11.19 16:44:44

현대홈쇼핑 쇼호스트가 홈쇼핑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현대홈쇼핑 방송 캡처

매년 국정감사에서 TV홈쇼핑사들이 받는 높은 판매수수료 문제가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TV홈쇼핑사는 TV를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업체로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등이 있다. 이 TV 홈쇼핑사들이 다른 유통업체보다 과도하게 높은 판매수수료를 매기고 있다는 게 시비의 초점이다. 그런데, 올해 국감에서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조순용 한국TV홈쇼핑협회장은 “TV 홈쇼핑사가 유료 방송사(IPTV, 케이블TV 등)의 높은 송출수수료를 감당하기 때문에 어렵다”며 처지를 호소했다. 송출수수료란 TV 홈쇼핑사가 홈쇼핑 채널을 갖기 위해 유료 방송사에 지급하는 금액이다.

 

TV 홈쇼핑사는 유료 방송사 채널을 통해 상품을 TV에 노출시키고 판매한다. 이때 상품 납품 업체로부터 판매수수료를 받고 유료방송사에 송출수수료를 지불한다. TV 홈쇼핑사들은 날로 높아지는 송출수수료 탓에 올 3분기 저조한 실적을 냈다.

 

홈쇼핑 판매수수료, 여전히 ‘뜨거운 감자’

 

TV 홈쇼핑사의 수수료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이태규 정무위원회 국회의원은 지난 10월 15일 발표한 ‘연계 방송 홈쇼핑 품목 매출액 세부 내역’에 따르면, 주요 TV 홈쇼핑사 6곳(GS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이 연계 편성된 제품을 판매하면서 납품 업체로부터 받아간 평균 수수료율이 38~54%에 달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9월 9~19일, 11월에 방송된 상품이다.

 

연계 편성이란 종합편성 채널 건강 프로그램에서 나온 상품을 유사한 시간대에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 종편에서 전문가들이 ‘티베트 비타민나무 열매 가루’의 효능을 강조한 직후 옆 홈쇼핑 채널에서 티베트 열매가루 제품이 판매되는 식이다.

 

연계 편성된 품목 중 TV 홈쇼핑 수수료가 가장 높았던 상품은 지난해 9월 홈앤쇼핑에서 판매된 ‘메이준 아사이베리’였다. 총 매출액 4131만 1000원 중 홈쇼핑사가 96.9%인 4001만 2000원을 가져갔다. 납품업체엔 단 3.1%인 129만 원이 돌아갔다.

 

같은해 11월 롯데홈쇼핑에서 판매 방송된 ‘네이쳐스패밀리 로열젤리’의 경우 7843만 원어치를 팔았다. 납품 업체는 864만 원(11%)을 벌었다.

 

홈쇼핑사의 방송 편성표. 사진 = 네이버 캡처

CJ오쇼핑은 평균 수수료율이 54.4%로 홈쇼핑 업체 6곳 중 가장 높았다. 롯데홈쇼핑(52.2%), 현대홈쇼핑(50.28%) 등도 평균 수수료율이 매출액의 절반을 넘어갔다. 이어 GS홈쇼핑 47.0%, NS홈쇼핑 44.1%, 홈앤쇼핑 38.1% 순으로 나타났다.

 

연계편성된 상품의 수수료율이 유독 높은 건 건강보조식품에 정액 수수료를 부과하는 TV홈쇼핑 업계의 관행 때문이다. 정액 수수료는 판매 실적에 관계없이 홈쇼핑 업체가 사전에 납품 업체에 일정 금액을 부과하는 형태다. TV 홈쇼핑사는 미리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판매가 부진해도 손실을 입지 않지만 납품 업체는 미리 지불한 수수료만큼 타격을 받는다.

 

오랜 기간 TV 홈쇼핑사와 일하고 있는 한 납품 업체 관계자는 “TV 홈쇼핑사에 내는 수수료가 부담되는 건 당연하다. 다른 유통 판매 경로에 비해 많게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또한 “홈쇼핑 방송은 ‘악마의 유혹’이다. 실제로 1시간 정도 방송에 몇 억 원을 벌어들이는 경우도 있다. TV 홈쇼핑의 ‘한 방’을 노렸다가 상품은 팔리지 않고 높은 수수료만 떠안아 힘들어 하는 곳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TV 홈쇼핑 억울함 호소

 

조순용 한국TV홈쇼핑협회장. 사진 = 한국TV홈쇼핑협회

이런 불평에 대해 TV 홈쇼핑사는 억울함을 토로한다. TV 홈쇼핑사는 케이블TV와 IPTV 등 유료 방송사 채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한다. 이때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판매수수료 중 상당 부분이 유료 방송사에 송출수수료로 지불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송출수수료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

 

조순용 한국TV홈쇼핑협회장은 지난 10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홈쇼핑사의 수수료가 다른 유통업체보다 높다는 지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TV 홈쇼핑사는 일반 유통업체와 달리 유료 방송사에 송출수수료를 내야 한다. 납품 업체로부터 받은 판매수수료에서 송출수수료를 제외하면 실제로 우리가 받는 수수료는 백화점 수수료보다 낮은 셈이다. IPTV 등에 내야 하는 높은 송출수수료 때문에 납품 업체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를 낮출 여력이 없다. 송출수수료를 임대차보호법처럼 일정 기간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김경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회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TV 홈쇼핑 7개 사업자는 작년 송출수수료로 1조 3093억 원을 지급했다. 2013년 9710억 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약 35% 폭증한 금액이다.

 

김경진 의원은 송출수수료의 인상은 판매수수료가 높게 책정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TV 홈쇼핑사가 송출수수료 증가분을 납품업체 판매수수료를 통해 충당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 역시 “TV 홈쇼핑사의 채널 경쟁이 송출수수료를 높이고 이로 인해 실적이 저조하게 나오는, 이런 악순환은 납품업체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송출수수료로 생긴 손해를 판매수수료로 충당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러한 악순환이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드러냈다. 그는 “납품업체가 TV 홈쇼핑사에 내는 수수료가 늘어나면, 납품 업체에서는 물건의 가격을 수수료까지 고려해 책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홈쇼핑 사 3분기 실적 저조…“높은 송출수수료 탓”

 

실제로 올 3분기 송출수수료 부담이 늘면서 TV 홈쇼핑사의 실적이 큰 타격을 받았다.

 

GS홈쇼핑은 3분기 취급액이 전년동기 대비 1.1% 신장한 9572억 원이었다. 매출액은 2491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0.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306억 원)은 소폭(1.0%) 올랐다. 그러나 이는 일회성 이익인 ‘연간 할인권 환입액(56억 원)’이 반영된 수치로, 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5% 준 셈이다.

 

CJ ENM의 오쇼핑 부문은 3분기 취급액(9359억 원)과 매출액(2950억 원)이 각각 5.2%, 6.8% 늘어나며 호조세를 나타냈다. 반면, 송출수수료가 작년보다 130억 원 가량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이 178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1.8%나 감소했다.

 

한국IPTV방송협회 로고. 사진 =한국IPTV방송협회

현대홈쇼핑의 3분기 실적은 취급액 875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49억 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20.6%나 하락했다. 특히, 영업이익이 컨센서스(312억 원)를 크게 하회했다.

 

업계에서는 현대홈쇼핑 역시 송출수수료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비수기로 꼽히는 추석 때도 취급고 성장률은 비교적 선방했다”며 “마케팅비를 전년 대비 5% 감축했음에도 송출수수료 인상에 따라 판매관리비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대홈쇼핑은 SK브로드밴드를 제외한 IPTV 2개 사와의 송출수수료 협상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전분기 대비 약 100억 원의 송출수수료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방통위 “지나친 송출수수료 인상 바람직하지 않아”

 

송출수수료가 높아진 가장 큰 이유는 홈쇼핑사 간의 채널 경쟁이다. 홈쇼핑 채널이 증가하면서 ‘황금 채널’을 배정받기 위한 홈쇼핑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올해 9월 기준 IPTV 점유율 1위인 올레TV 채널 중 홈쇼핑 채널은 17개다. TV 홈쇼핑 7개(GS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 공영쇼핑), T커머스 단독사업자 5개(K쇼핑, 신세계TV쇼핑, SK스토아, 쇼핑엔티, W쇼핑), TV 홈쇼핑 겸영 사업자 5개(GS MY SHOP, CJ오쇼핑플러스, 현대+Shop, 롯데OneTV, NS Shop+) 등이다. 10번 대 황금채널의 절반을 홈쇼핑채널이 차지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섰다. 방통위는 지난 11월 13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한국TV홈쇼핑협회장, 한국홈쇼핑상품공급자협회장, 7개 TV홈쇼핑 대표자와 함께 ‘TV 홈쇼핑 및 납품업체 대표자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방통위는 TV 홈쇼핑사와 IPTV 간 송출수수료 협상 과정에 불공정 행위는 없는지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이효성 위원장은 “지나친 송출수수료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업자 간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간섭할 순 없지만, 급격한 인상에 대해 업체가 타격받지 않도록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1월 13일 ‘TV 홈쇼핑 및 납품업체 대표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 = 방송통신위원회

IPTV 업계도 불편한 속내를 보였다. IPTV 업계는 “IPTV도 홈쇼핑사와 마찬가지로 중간에 끼어있다”며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방송프로그램 공급업자)는 사용료를 더 내라 하고, 홈쇼핑에선 송출수수료가 너무 높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IPTV는 가입자 증가에 따라 송출수수료 매출도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케이블TV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IPTV 입장에선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최근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가입자 수도 늘고 있는 만큼 송출수수료도 합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송출수수료 인상폭이 높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송출수수료 인상으로 인터넷 쇼핑몰 등 타 유통 채널보다 불리한 가격경쟁력을 갖는 상황이 계속 개선되지 못하면 홈쇼핑 채널 전체가 쇠락할 수도 있다”며 경계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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