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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재벌정책 유턴? 문재인 대통령과 ‘신세계 별마당’이 말하는 것

개혁 대상이 협력파트너로…우향우 돌아선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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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4호 도기천 기자⁄ 2018.11.19 10:52:38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삼성동 신세계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문재인 정부의 경제사령탑이 교체되면서 2년 가까이 진행돼온 재벌개혁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기 경제팀 수장에 낙점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매주 기업인들과 점심식사를 하겠다고 밝혔고, 청와대 전략회의가 사상 처음으로 신세계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렸다. 잇단 친기업적 신호에 재계는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아직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첫출발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규제개혁과 정부·기업 간 소통을 통해 경제위기를 함께 돌파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한 대기업 임원)

‘소통형 관리’로 알려진 홍남기 국무조정실 실장이 김동연 부총리의 뒤를 이어 경제부총리 후보에 오르면서 재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홍 후보자는 참여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두루 거친 정통 경제관료로 업무조정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스로도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제관료를 30년 했기에 시장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안다”며 시장 친화적 행보를 예고했다.

홍 후보자는 지난 9일 지명 직후 기자들과 한 호프집에서 만나 “필요하다면 경제관계장관회의의 명칭을 경제활력대책회의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는 경제정책의 방점을 ‘활력’에 두겠다는 것으로, 재계는 규제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홍 후보자가 이날 ‘기업과의 만남’을 정례화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매주가 안 되면 격주로라도 소상공인, 중소·중견·대기업, 경제협회·단체와 오찬 미팅을 하겠다”며 “기업인들이 건의하는 내용을 귀담아듣고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재계는 홍 후보자의 이런 발언이 기업을 대표하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잇단 규제완화를 요구한 직후에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5일 ‘2018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상당수 규제는 이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받는 수준까지 갔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12일 열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초청 간담회에서도 “역대 정부마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현장에서는 규제개혁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며 “생명·안전과 직결된 필수 규제를 제외한 다른 규제들에 대해서는 폐지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상의 회장단 15명이 참석했다.

대한상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제구실을 못하면서 사실상 재계의 유일한 대변자로 부상한 상태다. 전체 회원사 수가 약 17만 곳으로 전경련, 경총과 비교도 안될 만큼 규모가 크다. 대·중소기업은 물론 지방기업, 벤처기업들까지 가입돼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을 지휘해온 ‘투탑’이다. 이중 장 전 실장의 퇴진으로 기업정책에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나홀로 쌍두마차…김상조 힘 빠지나

과거 참여연대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주도했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물러난 점도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장 전 실장이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코드를 맞춰왔다는 점에서 그의 퇴진에 재계는 안도하는 모습이다.

장 전 실장은 김 위원장이 취임 전까지 주도했던 경제개혁연대의 전신인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두 사람은 30여년전 의기투합해 재벌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함께 내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장 전 실장은 경제정책 핵심인 ‘J노믹스’를 총괄했고, 김 위원장은 ‘공정경제’ 분야를 맡아왔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에 기업집단국을 신설해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근절, 편법·불법상속 제재, 문어발식 확장 방지, 골목상권 보호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성주디앤디, 하림, 미스터피자, 비비큐, 부영, 대림산업, 효성, 한진(대한항공), BHC, 교촌치킨 등 숱한 기업이 공정위 조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CNB에 “J노믹스의 경제민주화 부문을 설계해온 두 사람(장하성·김상조) 중 한명이 물러났다는 점에서 강경일변도였던 기업정책에 변화가 생길지 지켜보고 있다”며 “정부가 재벌을 개혁의 대상이 아닌 협력의 파트너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김앤장(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 엇박자 논란을 감안한 듯 장 전 실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보다 홍 부총리 후보자에게 더 힘을 실어주고 있는 점도 재계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청와대는 교체인사를 발표하면서 홍 후보자가 경제사령탑이고, 김 실장은 포용국가 설계자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친화적인 홍 후보자 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게 낫다.

한숨 돌린 유통공룡, 기대감 커져

이처럼 재계에 온풍이 불면서 기대가 가장 커진 곳은 유통대기업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제 보장, 본사의 횡포로부터 가맹점 보호,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상생 등을 주요 경제개혁 과제로 세워뒀는데, 이중 상당 부분이 유통대기업을 겨냥한 것들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 후보자가 시장친화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공정위는 각종 규제를 내세워 이들을 압박하고 있으며, 정부·여당은 최근 의무휴업 확대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서는 대기업 계열의 대형마트에 한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있는데, 이를 일정면적 이상의 복합쇼핑몰에도 적용하겠다는 게 여권의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롯데몰(롯데쇼핑)과 스타필드(신세계), 현대시티아울렛(현대백화점) 등이 규제대상이 된다.

유통기업들은 홍 부총리 후보자가 ‘활력 경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 안도하며 기존 정책이 수정되길 바라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지난 9일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밖에서 ‘공정경제 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장소가 서울 삼성동 신세계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 ‘별마당도서관’이었다는 점에 고무돼 있다.

별마당도서관은 신세계가 정기적으로 북 콘서트, 시 낭송회, 인문학 토크쇼, 책 전시회 등을 열고 있는 대규모 복합 문화공간이다. 책 5만권과 600여종의 최신잡지, 온라인과 모바일 기기를 통해 책을 볼 수 있는 최신 e-book 시스템을 갖춰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하고 있다.

별마당도서관이 자리한 스타필드 코엑스몰은 신세계그룹의 부동산 개발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 2016년 인수했다. 코엑스몰은 한 때 연간 유동인구가 5000만명에 육박했으나 2013년 이후 침체를 겪었다. 갈수록 방문객이 줄자 색다른 랜드마크로 조성하기 위해 만든 것이 별마당도서관이다.

유통기업들은 문 대통령이 이곳에서 전략회의를 가진 것을 규제완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형쇼핑몰에도 의무휴업을 적용하겠다는 기존 분위기와 배치된다는 점에서다.

또 정부가 기업과 함께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청와대는 최근 일자리 창출은 정부 주도만으로는 안되고 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기업 주도론’으로 정책을 선회하는 중이다. 스타필드 코엑스몰을 선택한 이유는 별마당도서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최근 2년 간 여기에 새로 문을 연 브랜드가 100여곳에 이르기 때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직접 설계했다는 만물상 ‘삐에로쑈핑’을 비롯, 시코르, 부츠, 자주 등 신세계의 주요 전문점들과 인기 패션·식음료 매장들이 입점해 있다.

별마당 회의, 규제개혁 신호탄?

사회평론가 구병두 교수(서경대)는 CNB에 “이날 전략회의가 청와대가 경제수장을 홍 부총리 후보자와 김수현 정책실장으로 교체하는 날 열렸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커 보인다”며 “대기업 대 골목상권 논리에서 벗어나 서로 공유하고 공존하는 경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가 장기적으로는 전통시장의 소비까지 감소시켰다는 여러 통계에서 보듯 각종 규제가 투자와 일자리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은 선진국의 신산업 육성 정책이나 중국의 ‘제조 2025’ 같은 산업발전 전략을 만들어 기업과 협력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질적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새로운 정책방향을 제시해 달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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