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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미‧중 반도체 전쟁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새우 등’ 터지나

마이크론 vs 푸젠진화 공방 격화… 중국, 한국기업까지 ‘제재’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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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5호 정의식⁄ 2018.11.21 10:34:55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푸젠진화, UMC 로고. 사진 = 각사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양국의 반도체 대표 기업인 마이크론과 푸젠진화반도체를 둘러싼 반도체 전쟁도 불붙었다. 고소와 고발, 판매 금지와 독점행위 조사 등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애꿎은 한국 기업들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불거졌다. 최근 중국 반독점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가 반도체 가격 담합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 과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두 강국의 틈바구니에서 활로를 찾아낼 수 있을까?

美 법무부 “중국 기업·개인이 마이크론 영업비밀 침해”

지난 1일(현지 시간) 미국 법무부는 자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Micron)의 영업비밀을 훔친 혐의로 중국 국영 기업인 푸젠진화반도체(JHICC)와 대만 반도체 기업 UMC, 그리고 이와 관련된 3인의 산업 스파이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에 따르면, 스테판 첸, JT 호, 케니 왕 등 3인의 엔지니어는 원래 마이크론의 대만 자회사 MMT(Micron Memory Taiwan)에 근무하던 직원이었다. 이들은 지난 2016년 4월 UMC와 푸젠진화가 공동으로 D램을 개발하기로 합의한 이후 양측의 공동 프로젝트에 합류하기 위해 MMT를 떠났다.

문제는 이들이 퇴사하면서 MMT로부터 수백 개의 파일을 빼돌렸다는 것. 그 파일들에는 마이크론의 D램 제조 공정 및 25나노미터 D램 제조 방법에 대한 233페이지 분량의 PDF 파일, 실제 칩을 제조하기 위한 데이터가 포함된 엑셀 스프레드시트 3개, 마이크론의 20나노미터 및 1X나노미터 D램 계획에 대한 3개의 PDF 파일 등이 포함돼 있었다.

대만에 위치한 MMT(Micron Memory Taiwan) 사옥. 사진 = 마이크론

미 법무부 추정에 따르면, 이들이 빼돌린 문서의 가치는 최대 87억 5000달러(약 10조 원)에 달한다. 법무부는 공소장에서 중국이 자국이 제작할 수 없는 D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마이크론의 정보에 불법적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중국이 D램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해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 중국은 국영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그룹을 앞세워 마이크론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 칭화유니그룹은 약 23억 달러의 인수가를 제시했으나, 미국 정부는 마이크론의 플래시 및 D램 기술이 미국의 전략적 산업 자산이고, 중국 기업의 인수가 미국의 안전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중국은 푸젠진화를 중심으로 D램 기술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10월 29일 미 상무부는 푸젠진화에 대한 모든 미국 제품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의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나 기술 부품 등을 푸젠진화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사전 특별 승인을 얻어야 하는, 사실상의 수출 금지 처분이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노광, 증착, 식각 3대 핵심 장비 구입이 필수적으로, 네덜란드 ASML(노광)과 미국 AMAT(증착), 램 리서치(식각)가 각 분야의 절대 강자다. 메모리 제조사는 세 장비 업체들의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서는 고품질 메모리 생산이 불가능하므로, 푸젠진화의 D램 기술 개발은 좌초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대만 반도체 기업 UMC도 “푸젠진화와 진행 중인 모든 연구개발(R&D) 활동을 중단하겠다”며 미국 정부의 규제에 따를 방침을 밝혀 이같은 전망에 힘을 보탰다.

중국 “푸젠진화 결백… 미국 측 제재 조치 규탄”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반도체 전쟁에서 물러설 기색이 없어 보인다.

3일 푸젠진화는 자사가 독자적인 연구개발 노선을 견지해왔으며, 메모리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독점적인 성과를 거뒀고,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이 자사의 기술 발전을 위협으로 간주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방해 공작을 펴왔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이번 미국 법무부의 기소가 마이크론의 방해 공작에서 비롯된 것이며, 자신들은 결백하다는 취지였다.

푸젠진화는 미국 법무부의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결연히 보호하고 미국에 잘못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쌍방 기업의 정상적인 무역 및 합작이 이뤄지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3일 푸젠진화 홈페이지에 공개된 성명서. 사진 = 푸젠진화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2일 성명에서 “미국이 정말 의혹을 갖고 있다면 실제 사례를 들어 자신의 말을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중국 푸저우 시 법원은 지난 7월 미국 마이크론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대만 UMC의 제소에 따라 마이크론의 중국 내 제품 판매를 중단시키는 가처분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미국과의 반도체 전쟁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드러낸 셈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한국 기업의 악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마이크론의 중국 내 입지가 약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정반대로 흐르는 분위기다.

중국의 반격,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큰 불똥’

지난 16일 우전궈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반농단(반독점) 국장은 반농단법 시행 10주년 맞이 기자회견에서 “지난 5월말부터 진행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대한 독과점 행위 조사 결과 대량의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D램 시장의 95%를 장악한 세 기업을 정면 공격하는 방식으로 반격에 나선 것.

중화권 매체 보도에 따르면, 중국 반농단국 조사관들은 지난 5월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사무실을 방문해 반독점 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의 배경에 가격 담합 등을 통한 시세 조정이 있었는지, 반도체 공급 부족을 악용한 끼워팔기 등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중국 반농단국의 기자회견. 사진 = 중국 국무원신문방송실 

이 조사는 당시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등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계속 오르고, 공급도 원활치 않다”고 호소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이 위원회는 삼성전자 등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했다.

이후 6개월여가 지난 시점에 중국 당국이 조사 결과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3사에 대한 과징금 등의 처분이 가시화됐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중화권 주요 매체들은 이미 3사에 대해 최대 80억 달러(약 9조 원) 수준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마이크론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입을 타격이 더 크다는 것. 2017년 기준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약 832억 달러)의 40%, SK하이닉스 매출(약 377억 달러)의 35%, 마이크론 매출(약 318억 달러)의 50%가 중국 시장에서 나왔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수입액 총 886억 달러 중 한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2.3%인 약 463억 달러에 달한다.

전문가들 “지나친 걱정은 금물”

가뜩이나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낮아지는 가운데 중국 반독점 당국의 규제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과연 두 회사는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까?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지나친 걱정은 기우”라며 낙관하는 분위기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반독점 조사는) 지난 연초에 이미 나왔던 내용의 재해석으로 과도한 해석이 불필요하다”며 “D램 빅 사이클이 종료되면서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D램 실적은 감소하겠지만 고수익성은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며, 내년 2분기부터 D램 가격 하락 폭 축소로 완만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D램 시장 수익 랭킹. 자료 = D램익스체인지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미·중 무역 분쟁 격화는 한국 기업보다 미국 기업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중국 당국이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를 금지했는데, 앞으로 이런 조치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김영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반격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는 “YMTC(칭화유니그룹 산하 양쯔메모리테크놀러지)가 삼성전자의 V-낸드를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역설계)했다는 의혹이 있어 삼성전자가 IP 소송을 제기하면 승소 가능성이 높지만, 최대 수요처인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건드리긴 어렵다”며 “단기적으로 소송보다는 제품의 초격차와 원가절감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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