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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SI계열사, 잇단 IPO 추진 ‘왜?’

롯데정보통신, 아시아나IDT 이어 현대오토에버…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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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6-617합본호 정의식⁄ 2018.11.28 09:27:17

23일 오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본관에서 열린 '아시아나 IDT 신규 상장식'에서 박세창 아시아나 IDT 대표이사(오른쪽 세번째)와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대기업 소속 SI(System Integration, 시스템 통합) 계열사들이 하나둘 유가증권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이미 롯데정보통신, 아시아나IDT가 상장을 완료했고, 현대오토에버가 상장을 준비 중이다. 한화시스템, 현대무벡스 등도 조만간 상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B2B 위주의 사업을 영위해 그간 대외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던 SI계열사들이 침체된 시장 상황에서 과감히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

SI 계열사들, 올해만 3곳 상장 추진

지난 7월 27일 롯데정보통신이 코스피 유가증권 시장에 신규 상장한 데 이어 이달 23일에는 아시아나IDT가 코스피에 입성했다. 22일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현대오토에버가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내년 2월 코스피 상장이 목표다.

하반기 증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해 CJ CGV 베트남홀딩스, 카카오게임즈 등 소위 ‘대어’로 꼽히던 기업들조차 잇따라 공모 계획을 철회하고 있는 가운데 세 기업의 IPO(기업공개)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자 업계는 세 기업의 공통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롯데정보통신, 아시아나IDT, 현대오토에버 로고. 사진 = 각사

공통점이란 세 기업이 모두 대기업 소속으로 그룹 전반의 SI 업무를 담당하는 소위 ‘SI 계열사’로 지칭되는 회사라는 것. 롯데정보통신은 롯데그룹의 IT사업을 전담해온 기업이며, 아시아나IDT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IT서비스 전문기업이다. 현대오토에버 역시 자동차 관련 SI 업무와 정보시스템 개발·운영 등 현대자동차그룹의 IT서비스를 전담하고 있다.

물론 대기업 소속 SI계열사의 상장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 2006년 SI업체 최초로 신세계I&C가 코스피 상장에 성공한 이후 2014년에는 삼성SDS가 상장돼 화제가 됐다. SK C&C는 2009년 상장돼 2015년 SK주식회사를 흡수합병한 후 사명을 SK주식회사로 변경했다. 삼성SDS, SK C&C와 함께 SI업계 ‘빅3’로 불렸던 LG CNS는 아직 비상장으로 남아있는데, 업계에서는 LG CNS도 조만간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증시 침체, 상장 포기 또는 흥행 저조 유발

문제는 시장 상황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 1월까지만 해도 연일 코스피 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2600선을 넘나들었지만 2월 초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부각되면서 하락 국면이 시작됐다. 이후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이 커지며 잠시 회복 국면을 맞았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시장 상황은 더 악화돼 11월 말 현재 코스피 지수는 2000~2100 사이에서 머무르고 있다.

증시 침체는 신규 IPO를 추진하던 기업들에게 치명타를 안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을 추진하다 중도에 포기한 기업만 약 16곳이며, 하반기에 상장 포기가 집중됐다. 상반기에 상장을 포기한 기업은 SK루브리컨츠 1곳이었지만, 하반기에는 프라코, 아시아신탁, HDC아이서비스, CJ CGV 베트남홀딩스, 카카오게임즈 등 6개 기업이 공모를 철회했다. 이외에 인카금융서비스, 진셀 등 9개 기업은 심사 단계에서 철회 의사를 밝혔다. 시장상황 악화로 최종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내년 이후로 상장 시점을 연기해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27일 오후 코스피는 16.40포인트 오른 2,099.42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 = 연합뉴스 

상장한 기업들의 성적도 좋지 않다. 롯데정보통신의 경우 애초부터 공모가를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의 14.5~17.4배인 주당 2만 9800원으로 낮춰잡았는데, 이는 동종 기업인 삼성SDS, 신세계I&C 등의 평균인 21.0배보다 최대 30% 가까이 낮은 금액이다. 상장 후에도 한동안 롯데정보통신 주가는 공모가보다 낮은 2만 5650원(8월 21일)의 최저가를 기록하는 등 고전했으나, 이후 반등에 성공, 현재는 약 3만 2000원 대를 횡보하고 있다.

23일 코스피 상장에 성공한 아시아나IDT 역시 흥행에 참패했다는 평가다. 당초 예상했던 공모 희망가 1만 9300원~2만 4100원에서 크게 낮은 1만 5000원에 공모가가 확정됐고,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에 못미치는 1만 2450원에 불과했으며, 이후 3거래일이 지났지만 공모가는 여전히 1만 20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PO 목적 ①: 연구·개발 자금 확보

앞서 두 SI기업의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현대오토에버가 상장 추진을 결정한 이유를 두고 업계에서는 ‘연구·개발 자금 확보’와 ‘일감 몰아주기 문제 해결’을 동시에 노린 양수겸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수년간 해외 판매 부진으로 자금 압박을 받고 있지만,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했다. 현대오토에버는 차량 보안, 지능형 교통시스템, 생체인증 파이도(FIDO), 블록체인 활용 디지털 인증 기술 등 다양한 특화 기술을 확보한 IT전문기업으로 현대차 기술 개발의 핵심적인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가 개발 중인 VR의 쇼룸. 사진 = 현대오토에버

IT와 자동차가 상호 융합하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에 맞게 지속적 R&D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상장을 통한 연구·개발 자금 확보가 필수불가결한 상황인 것.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상장 이유에 대해 “연구·개발(R&D) 투자자금 조달·기업 인지도 제고, 우수 인재 확보 등으로 디지털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정보통신 역시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등 신사업 강화와 인수합병 등에 사용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한편, 아시아나IDT의 경우는 아시아나항공의 심각한 부채비율을 줄이는 등 재무구조 개선이 상장의 주된 목적이었다.

IPO 목적 ②: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

또 하나의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움직임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주도하는 정부의 규제 기조에 대한 현대차그룹 차원의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그동안 SI계열사의 수익은 재벌의 쌈지돈처럼 여겨진 측면이 있었다. 그룹내 온갖 정보를 처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외부 기업에 쉽게 맡기기 어렵다는 사정을 빌미로 그룹 내부 기업들의 전산시스템 업무를 독점하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손쉽게 매출을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압도적인 것을 이용해 후계자 상속을 위한 자본 불리기 밑천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롯데정보통신의 경우 지주사인 롯데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했지만, 상장을 통해 롯데지주 지분은 70%로 낮아졌다. 아시아나IDT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이 100%였으며, 상장 이후 지분율은 76.22%로 줄었다.

9월 7일 인도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기조연설 중인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사진 = 연합뉴스

현대오토에버 역시 현대차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90.3%에 달하며, 이 중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지분은 약 19.5%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규제 대상인 20%보다는 부족하지만, 지난해 매출의 92%가 그룹 내부거래에서 발생해 그간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끊임없이 거론돼왔다. 현대오토에버 상장을 통해 정 수석부회장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일부 해소하는 한편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총알’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SI계열사의 상장은 계속 이어질까? 업계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화그룹의 한화시스템이 상장 주관사를 정하고 상장 작업에 돌입했으며, 현대그룹 현대무벡스(구 현대유엔아이)도 연내에 상장 예비심사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외에 CJ그룹의 CJ올리브네트웍스, LG그룹의 LG CNS도 언제든 상장할 수 있는 회사들”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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