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계가 1인 미디어 산업인 MCN(멀티 채널 네트워크)과 손잡고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으며 ‘쇼퍼테인먼트(쇼핑과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어)’로 진화하고 있다. CJ ENM은 CJ오쇼핑과 CJ E&M이 합병하며 출범, 융복합 콘텐츠 제작에 나섰으며, 롯데홈쇼핑은 1인 크리에이터 양성에 직접 뛰어들었다. 그 결과 홈쇼핑 기업들의 실적에서 모바일 매출이 차지하는 날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에 상품 녹여 소비 심리 자극
지난 7월 1일 TV홈쇼핑사인 CJ오쇼핑과 콘텐츠 미디어 기업 CJ E&M이 합병하며 CJ ENM이 출범했다. 이 회사는 디지털 융복합 신사업 모델을 만들어 글로벌 확대 및 신규 시장 개척을 가속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CJ ENM 오쇼핑은 CJ몰 모바일 라이브방송 ‘쇼크라이브’에서 다양한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와 협업하고 있다. 지난 11월 27일에는 다이아 티비(CJ ENM E&M 부문 1인 창작자 지원 사업)의 파트너 푸드 크리에이터 ‘소프’가 쇼크라이브 ‘인싸쇼핑’에 출연해 직접 상품을 판매했다.
이러한 CJ ENM 오쇼핑의 ‘예능 쇼핑’은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CJ ENM 오쇼핑에 따르면 지난 9월 쇼크라이브의 뷰티·패션 프로그램인 ‘픽미업(Pick美Up)’에 뷰티 인플루언서 ‘헤이즐’과 ‘로즈하’가 출연해 ‘클리오 프리즘 에어블러셔’를 판매한 결과, 생방송 중 20~39세 고객의 유입 비율이 65%를 차지했으며, 상품도 전량 매진됐다.
CJ ENM 오쇼핑부문 관계자는 “최근 SNS를 기반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세포마켓(Cell Market)이 대세”라며 “모바일과 동영상에 익숙한 젊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세포마켓이 활성화되면서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홈쇼핑과 MCN의 만남 ‘합격점’
롯데홈쇼핑은 지난 11월 22일 ‘VISION 2025 선포식’을 열고 모바일 플랫폼을 지속 강화해 2025년까지 글로벌 미디어 커머스 1등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홈쇼핑 영역을 넘어 크리에이터로 진화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도 알렸다.
이미 지난 4월 롯데홈쇼핑은 인기 크리에이터의 개인 방송과 홈쇼핑 방송을 융합한 ‘쇼킹호스트’를 선보인 바 있다. 쇼킹호스트는 콘셉트 ‘인터넷 SNS의 유명 BJ들이 쇼호스트에 도전한다’를 내건 모바일 생방송으로 평균 조회수 1만 건 이상을 매번 기록하고 있다.
나아가 롯데홈쇼핑은 지난 10월 1일 크리에이터 양성 프로그램인 ‘쇼핑 크리에이터 아카데미’를 열었다. 이를 시작으로 롯데홈쇼핑은 MCN 사업을 본격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김인호 롯데홈쇼핑 모바일본부장은 “유통업계에서 쌍방향 소통을 기반으로 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롯데홈쇼핑은 소셜 미디어에서 영향력이 높은 여러 분야의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할 뿐만 아니라 쇼핑 크리에이터를 직접 양성해 모바일 채널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홈쇼핑도 지난 11월 28일 현대H몰 모바일 전용 생방송 ‘쇼핑 라이브(SHOW핑 Live)를 론칭했다. 쇼핑 라이브는 인플루언서, BJ, 연예인 등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인물을 상품군별 특성에 맞춰 게스트로 섭외해 진행한다. 시청자와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예능·드라마 형식으로 방송이 진행된다.
MCN 업계도 홈쇼핑업계에 대한 관심 증대에 한층 들뜬 분위기다. 한 MCN업계 관계자는 “1인 미디어의 고질적인 문제가 수익 창출이다. 정말 다양하고 좋은 콘텐츠가 많은데 수익으로 이어 나가는 게 어렵다. 시간이 필요하다”며 “홈쇼핑은 커머스 부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시장이다. 홈쇼핑과 MCN의 만남, 즉 커머스와 콘텐츠의 결합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매출 증가했지만 모바일 플랫폼은 포화 상태
TV홈쇼핑사가 MCN과 협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모바일 커머스를 미디어 커머스로 확장하기 위해서다. 미디어 커머스는 미디어 콘텐츠와 커머스가 결합된 형태로, 온라인 시대를 맞아 새로운 소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미디어 커머스는 ‘1인 미디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1인 미디어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MCN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홈쇼핑과 MCN의 협력 시너지 효과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TV홈쇼핑사들이 내놓은 모바일 매출 성적이 이를 보여준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홈쇼핑업계 평균 모바일 취급고 비중은 2013년 6.2%에서 2017년 33.3%로 크게 증가했다.
GS홈쇼핑의 경우 모바일 비중이 절반에 가깝게 늘었다. GS홈쇼핑의 모바일 매출 비중은 2016년 35.8%, 2017년 39.7%, 2018년 상반기 44.30%로 증가했다.
CJ ENM 오쇼핑과 현대홈쇼핑도 모바일 매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CJ ENM은 2016년 24%, 2017년 25%, 올해 상반기 28%로, 현대홈쇼핑은 2016년 23%, 2017년 24%, 올해 상반기 25%로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역시 취급고 대비 모바일 비중이 2016년 26.4%, 2017년 32%로 증가했고, NS홈쇼핑도 2016년 11%, 2017년 14%로 늘어나고 있다.
업계는 앞으로도 모바일 관련 콘텐츠가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 그만큼 콘텐츠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업계는 지난 2011년 이후 하락세였다. 최근 3년간은 연평균 3% 수준의 저성장을 보였다. TV를 시청하는 고객이 점점 줄고, 모바일 등을 통해 원하는 콘텐츠만 찾아보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암울한 업계의 분위기 전환을 위한 새로운 창구로 모바일 플랫폼을 선택했고 나름의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여기도 이제 포화상태”라며 “이대로라면 자칫 과도한 경쟁이 생길수도 있어 우려 된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어 “건전하면서도 좀 더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콘텐츠가 필요하다. MCN이 그런 부분을 해줄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