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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쪽짜리 무인 편의점…소비자는 어느 편을 손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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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9호 김수식⁄ 2018.12.14 09:39:00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스마트편의점 시그니처에선 정맥 인증 결제 서비스인 '핸드페이'를 통해 제품을 구매한다. 사진 = 연합뉴스

‘무인(無人) 편의점’은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삶에 가져온 여러 새로운 변화 중 하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소비자 편의성 증대’라는 장점보다 ‘청소년 탈선 장소’라는 단점이 더 부각되고 있다.

무인 편의점은 말 그대로 점원이 없는 편의점을 말한다. 점원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구입하고 결제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무인 편의점을 방문해보면 의외로 편리하지가 않다. 구입 단계가 복잡하고, 각 단계마다 소비자가 일일이 신경쓰고 체크해야 한다.

기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한 소비자를 만났다. 그는 “무인 편의점이 확실히 마음은 편하다. 특히 여성용품을 사는 데 점원이 여자인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소비자 편의성을 높였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결국, 소비자가 다 한다. 개인 신원 확인 후 구입하려는 물건마다 바코드를 찍고, 결제하고, 봉투에 담기까지. 내가 알바생(일하는 사람)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무인 편의점에 대해 물어보면 ‘신기하다’, ‘눈치 안 봐서 좋다’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유독 ‘편하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소비자들은 무인 편의점의 허점을 걱정한다. 청소년 탈선 조장 장소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두 달 전 한 개인방송 진행자가 무인 편의점에서 너무 쉽게 담배를 구입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또 편의점은 아니지만 다른 영역의 무인 점포에서 청소년들이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질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관계자들은 ‘또’라는 반응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도 모르겠다. 아니, 실제로 그랬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또 그거냐’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두 달여가 지난 현 시점까지 이렇다 할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업계는 여전히 ‘대책 논의 중’이다.

‘무인 편의점’ 아닌 ‘스마트 편의점’에 불과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고, 왜 해법이 손쉽게 나오지 않을까? 정답은 간단하다. 국내 무인 편의점은 소비자 편의성 증대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을 위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알바생을 없앤 편의점이다보니 오히려 기존 편의점보다 소비자 편의성이 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사진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이마트24 ‘무인점포’, CU ‘바이셀프’, GS25 ‘스마트 GS25’ 등 무인 편의점 매장. 사진 = 편의점 각 사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국내 무인 편의점을 제대로 된 편의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집약한 ‘스마트 편의점’ 정도가 정확한 설명일 것이다. 업계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무인 편의점이라는 표현을 애당초 사용하지 않는다.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술 발달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안에는 발주, 정리, 청소 등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여전히 있다. 또 청소년의 술, 담배 구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대면 판매’가 불가피하다고 세븐일레븐은 설명한다. 다른 편의점도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이다.

 

그렇다고 꼬투리 잡을 일만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반쪽짜리 무인 편의점이라도 반갑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이야기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최저임금 인상은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너무 고달픈 현실이다. 편의점 업계 입장에선 가맹점주의 하소연을 모른 체 할 수 없다.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2019년이면 최저임금이 7530원에서 8350원으로 오른다.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데 1년에 인건비만 50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내년에는 시급이 오르면 그만큼 인건비는 더 나가는 셈”이라며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수익은 그대로인데 최저임금만 인상되니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또 그 가맹점주는 “무인 편의점을 여는 데 드는 초기비용이 만만치 않겠지만 1~2년 정도 운영하면 투자비용은 충분히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무인 편의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점주들의 고충을 덜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완전 무인으로 하기에는 아직 기술이 갈 길이 멀다"는 미국계 세븐일레븐과, "알바생 임금 줄여서 가맹점주에 금전적으로 도움이 돼야 한다"는 국내 편의점 업계의 방향 설정 중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는, 앞으로 소비자들이 결정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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