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손강훈 기자) 반도체는 글로벌 시장 호황에 따른 수출 증가와 그에 따른 투자 확대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 1월부터 11월까지 5572억달러를 수출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한 사상 최대 성적이다. 같은 기간 반도체는 전체 수출액의 21.1%에 달하는 1131억달러를 수출했다.
월별로 살펴보면 반도체가 얼마나 수출에 기여했는지 알 수 있다. 반도체는 지난 5월부터 7개월 연속 수출이 매월 100억달러를 넘었으며, 무려 26개월 연속 수출액이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 기업은 호실적을 거뒀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올 3분기까지 36조8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2조원 정도로, 올 한 해만 50조원에 육박하는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이끈 메모리(저장용) 반도체 사업부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500%를 특별 보너스로 준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매출 40조원, 영업이익 20조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투자로 이어졌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반도체 중심 기업의 올 3분기까지 설비와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금액의 합은 29조2156억원이다. 삼성전자가 18조2978억원, SK하이닉스가 10조9178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국내 30대그룹 계열사 256개의 투자액이 64조850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절반(45.1%)을 반도체가 차지한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한국경제의 반도체 의존 경향이 심해진 상황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경기가 내년에 꺾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
현대경제연구원은 ‘2019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ICT 산업이 후퇴 국면에 진입한다고 예측했다.
수요감소·가격하락…내년 ‘흐림’
이들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신흥국 금융 불안, 미국 금리 인상 등이 ICT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세계 경제의 위축, 중국의 경제불안 등이 수요 둔화를 불러온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반도체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D램 현물가격은 지난 1월 4.9달러에서 11월 3.35달러로, NAND 현물가격은 1월 4.03달러에서 11월 2.9달러로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전년 대비 반도체 수출증가율은 1월 53.3%, 2월 40.8%, 3월 44.2%, 4월 37%, 5월 44.4%, 6월 69%, 7월 31.6%, 8월 31.5%, 9월 28.3%, 10월 22.1%, 11월 11.6%로 내리막길이다.
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는 내년 반도체 가격하락으로 수출증가율이 올해 평균 30%대에서 5%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반도체 수출이 한국경제를 견인해왔다는 점에서, 수출 기반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내경기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을 2.3%로 낮춰 잡았다.
반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완화로 위안화 환율이 안정되고 있어 반도체 수요급감의 핵심요인 중 하나인 중국 리스크가 가라앉았다는 긍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내년 중하반기부터는 CPU 공급부족에 따른 PC DRAM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연말과 (내년)연초 유통재고 감소를 위한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이 후 수요 회복과 공급제약에 따른 업황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