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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증권업계, 1군 기업 살고 2·3군 공멸하나

위기의 증권가, ‘사업다각화’가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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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9호 손정호 기자⁄ 2018.12.24 10:20:04

내년 증권업계는 대형사와 중소형사별로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증권사의 수익이 감소했는데, 이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손정호 기자) 내년 증권업계는 대형사와 중소형사별로 명암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코스피는 최고점(1월 29일, 2598.19)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 여파로 주식거래량이 줄면서 56개 증권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9561억원)은 전분기보다 23.2% 감소했다.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5.7% 줄었다.

이처럼 증권사의 이익이 줄어들면서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들은 코스피 하락 여파 속에서도 양호한 성적표를 받은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코너에 몰리고 있다.

애프앤가이드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주요 증권사 20곳의 순이익은 총 2조3878억원이었다. 이중 절반이 넘는 57.22%(1조3665억원)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대 증권사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증권가의 이런 양극화 현상이 내년에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가 약세를 보이면서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수익이 줄었다. 하지만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 부문은 상대적으로 증시 흐름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 이런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에 “증권사의 실적은 대형사 위주로 좋은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초대형IB 사업자가 등장한 이후 대규모 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늘었다”며 “내년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주식거래수수료에 주로 의존하던 중소형 증권사는 신용도가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에 대해 이처럼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올해 코스피를 떨어트렸던 두 가지 요인이 내년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내년에도 2~3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은 올해 0.25%p씩 3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2.00~2.25%까지 올렸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1.5%)보다 높아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국내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런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의 주식시황 전광판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글로벌 악재’ 내년에도 계속

미중 무역분쟁도 여전히 계속될 악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분쟁을 협상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존에 부과된 관세는 아직 유지되고 있다. 내년 3월 1일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이 10%에서 25%로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전히 해결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미국 수출을 줄이게 되면, 중국에 철강, 반도체 등 원자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 또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수출주의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된다.

이처럼 대외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이어지면, 코스피는 정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10대 증권사(NH투자·한국투자·하이투자·IBK투자·유진투자·메리츠종금·삼성·현대차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는 내년 코스피가 평균 최저점 1931, 최고점 2372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분위기는 주식거래 감소로 이어져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익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 정길원 연구원은 CNB에 “증권업계는 내년 상반기에는 올해 하반기보다 나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증권사 실적은 외부 방향성에 따라 움직이는 부분이 많다. 미국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분쟁 등 현안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살길은 ‘사업다각화’뿐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년에도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증권사만이 위기를 견딜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의 전통적인 사업영역인 브로커리지 외에,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증자 등을 하는 IB, 자산관리(WM) 등 다양한 사업군에서 골고루 수익을 올려야 태풍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증권업계 수익 1위로 올라선 한국투자증권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회사는 5곳의 초대형IB 증권사 중 가장 먼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는데, 브로커리지(22.4%), IB(22.4%), 자산운용(21.6%), 자산관리(13.7%) 등 고른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실적 2위를 차지한 메리츠종금증권도 마찬가지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브로커리지 비중(18.2%)이 전체 증권사 평균(42.2%)보다 크게 낮다.

증권업계의 사업다각화는 인사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IB 전문가들은 대표로 승진하는 등 대우를 받고 있지만, 주식거래 부문에서는 수익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중소형 증권사들 간의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있다. 과거 초대형IB를 육성하기 위해 대형 증권사끼리의 합병으로 규모를 키워 성공한 사례들이 있었다. 시장에서 소외된 중소형 증권사들이 이런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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