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이성호 기자) 신한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KB국민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3분기 실적은 고공행진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91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했고, 우리은행은 지난해 동기 대비 38% 늘어난 1조9034억원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당기순익(1조5121억원)을 돌파했다.
KEB하나은행 역시 사상 최대 실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1% 늘어난 1조7576억원, KB국민은행은 전년 동기비 12.9% 증가한 2조793억원을 기록했다. 은행들의 호실적은 예대금리차(예금-대출간 금리차이)로 인한 이자이익 상승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호조세를 내년에도 이어갈 수 있을까? 올해보다 사정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업계를 둘러싼 리스크 요인을 살펴보면 일단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금융불안으로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금리인상으로 재무건전성이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또 내수경기 둔화로 내수업종 및 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는 물론 부동산시장 내 담보가치 하락으로 부실위험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각종 규제도 걸림돌이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규제 강화, 기업대출 확대 등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압력이 커지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 준수 비용 부담도 발생한다. 아울러 인터넷전문은행·신탁사업자 추가 인가로 인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수익의 핵심인 가산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리스크관리비용·자금조달원가·마진(목표이익률) 등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산정한 가산금리를 더한 후, 영업상황에 따른 우대금리 등의 추가 적용을 거쳐 확정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은행의 가산금리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인상 시, 타당성을 검토하겠다고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여러 환경변화와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가산금리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2017년 하반기부터 가산금리(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가 정체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향후에도 증가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한국금융연구원은 2019년 국내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을 올해 11조8000억원(추정) 보다 대폭 줄어든 9조80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반면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대손비용을 올해 대비 35% 가량 늘어날 것으로 가정하더라도, 이자이익 증가가 대손비용 증가를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 수준일 것으로 판단한다”며 “내년 실적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연구원은 내년 은행 수익이 대손충당금 증가로 올해보다 17%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에 대한 반론인 셈이다.
최 연구원은 “경제성장률 하락과 금리 상승 등이 대손비용 증가 요인임은 분명하지만 2019년에도 충당금 환입 요인들이 다수 있고 연체와 건전성이 금리와 경기에 상당히 후행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설령 부실이 급증한다고 하더라도 내년 이슈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2019년 은행 전망 보고서’에서 “2019 실적 환경은 좋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나빠 보이지도 않다”며 “비록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겠지만 대출증가율은 5% 전후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고용증가에 따른 비용증가와 대출증가율 둔화 등으로 내년 은행들의 순이익은 전년대비 1.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올해보다 수익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CNB에 “9.13 부동산 대책 이후 가계대출은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며 “기업들 역시 경기가 불확실하다보니 설비투자 등 이런 부문이 활성화되지 못해 기업대출도 여의치 않아 내년도 대출자산 성장률은 지난해나 올해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출시장의 성장이 멈춘 상태에서 고정비용이 늘게 되면 이익 자체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