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산업의 대표격인 건설업 분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성과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롯데건설은 현장에 3차원 레이저 스캐너를 도입했고, SK건설은 태블릿과 모바일 앱으로 실시간 시공관리에 나섰다. 현대엔지니어링, 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 등도 다양한 신기술로 건설 현장의 스마트화에 앞장서고 있다. 보다 안전하고 실용적인 건설 현장을 만들기 위해 ICT와 동행에 나선 건설사들의 사례를 손꼽아봤다.
2차원 설계도면을 3차원으로… 모바일 앱으로 건설현장 한 눈에
최근 롯데건설은 현장에 ‘3차원 레이저 스캐너’를 도입,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3차원 레이저 스캐너는 대상물에 레이저를 투사하고 반사되는 값을 통해, 3차원 형상 정보를 디지털화해 데이터를 취득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레이저 스캐너가 현장 스캐닝을 통해 고유한 위치 데이터를 확보하면 자료를 취합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영상을 구현하고 이를 분석해 현장에서 활용하는 단계를 거친다.
3D 스캐너로 얻은 정보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ling) 데이터로 구현된다. BIM은 2차원 설계도면을 3차원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스캐너를 통해 획득한 정보와 BIM 데이터가 연동되면 보다 정밀한 시공을 할 수 있고, 하자도 예방할 수 있어 시공 품질을 한 차원 더 높여주는 효과가 생긴다.
롯데건설 기술연구원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시공 품질 및 공사 효율, 기술 안전을 강화할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3차원 레이저 스캐너 외에도 드론, IoT(사물인터넷), 자동화 장비 등을 현장에 적용해 롯데건설의 시공 능력을 한 차원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건설은 건설 현장에 디지털 시스템을 적극 적용하고 있다. 최근 개발, 현장 관리 업무의 디지털 전환을 도입한 관리 시스템 ‘RPMS(Realtime Pc Management System)’가 좋은 사례다.
RPMS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법(공장에서 보, 기둥, 슬래브 등을 개별적으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해 건물을 완성하는 공법)’의 설계 단계부터 제작, 시공에 이르는 과정을 설계사, 제작 업체, 건설 현장이 하나의 플랫폼이 돼 정보와 업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롯데건설은 생산, 반입, 설치 간의 물량 산출 등에서 오류를 줄이고,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골조 공사 관련 현장 관리자의 업무 시간을 70% 이상 절감했다고 밝혔다.
SK건설은 스마트폰, 태블릿 PC등으로 실시간 시공 관리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개발, 적극 활용함으로써 디지털 건설 현장을 구축하고 있다.
현장 관리자는 앱을 활용해 시간과 장소 등의 제약 없이 사내 매뉴얼, 기술 자료 열람, 작업 일보 작성, 작업 지시, 현장 검측, 선행 공정 체크 등의 업무를 모바일로 실시간 처리한다. PDF/CAD 도면 관리도 통합적으로 관리 가능하며, 협력사도 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
건설업계, 건설 현장의 안전 선진화에 앞장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장비와 기계 관련 업체들도 4차 산업혁명을 적극 받아들이는 추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ICT 기반의 ‘장비 접근 경보 시스템’을 구축, 전국 총 33개 사업장에 적용했다. 장비 접근 경보 시스템은 건설 장비에 설치한 RFID 태그와 작업자의 안전모에 부착한 RFID 태그 스티커가 양방향 무선 통신을 하면서 상호 거리가 7.5m 이하로 좁혀지면 경고 알람이 울리는 방식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적외선이나 초음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기존 시스템에 비해 인식률이 높고 정확성도 우수하다”며 “건설 장비 사용 시 배치되는 신호수와 함께 2중의 안전 관리 체계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외에 현대엔지니어링은 안전 활동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IoT 기술을 접목한 ‘IoT 안전모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IoT 안전모 시스템은 타워크레인의 설치·해제·상승 작업 시 장비 전문가가 타워크레인 작업 지휘자, 검사원, 작업팀장의 안전모에 부탁된 카메라와 통신 장비를 통해 모든 상황을 밀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IoT 안전모 시스템의 사각지대는 ‘타워크레인 혼합형 블랙박스’로 살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타워크레인 주요 구조부에 총 4대의 CCTV를 설치해 작업 상황을 전방위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타워 상부에 설치된 작업 컨트롤 시스템으로 타워크레인의 기울기, 고도, 풍속 등을 실시간 계측해 모든 작업을 확인하고 안전 지침을 전달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ICT 기반 모바일 앱 ‘두산커넥트’를 출시했다. 두산커넥트는 ICT를 활용해 굴삭기와 휠로더, 굴절식 덤프트럭 등 건설 장비를 원격으로 모니터링 하는 텔레매틱스 서비스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전 세계 어디서든 두산커넥트에 접속하면 장비 위치와 가동 현황, 엔진과 유압 계통의 주요 부품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건설기계도 최근 SK텔레콤, 미국 측량 전문 기업인 트림블과 스마트 솔루션 사업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미래형 건설 플랫폼인 ‘스마트 컨스트럭션’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스마트 컨스트럭션은 측량부터 시공, 완공 후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토목 공사의 프로세스 전반에 ICT를 활용해 관련 정보를 취합·분석·제어하는 지능화 기술이다.
건설업계, 매일 변하는 건설 현장 탓 ICT 투자 부담
그간 건설업계는 유난히 4차 산업혁명에 뒤처진 분야로 꼽혔다. IoT 신기술이 적용된 아파트를 만들면서도, 정작 그 집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IoT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던 것. ICT 관련 투자도 크지 않았다.
2018년 5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15년 기준으로 건설 산업의 ‘ICT 자본 집약도(건설 산업의 ICT 투자 지표)’가 8.4%였다고 발표했다. 10년 전인 2006년(4.9%)과 비교하면 3.5%포인트 증가했다지만, 증가 폭은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3년 0.4%포인트, 2014년 0.3%포인트, 2015년 0.2%포인트였다.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건설 현장에 막대한 돈을 들여 ICT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채산이 안 맞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은 매일 변한다. 건물은 하루가 다르게 층수가 올라가고, 외벽과 내벽이 세워진다. ICT를 적용해도 바뀌는 건설 현장에 맞춰 매번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데 인력과 비용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건설업계에선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현장을 사람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건설업계가 4차 산업혁명에 전혀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최근 잇따른 건설 현장 사고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업계는 다양한 4차 산업혁명 신기술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선 무엇보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ICT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났을 때 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조치할 첨단 기술도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건설업계에서 많은 고심이 있었고 그 결과물이 최근에 나오고 있다”고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