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도기천 기자) 유통업계 1위기업인 롯데가 인천에서 공격적인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핵심상권인 인천종합터미널을 중심으로 이른바 ‘롯데타운’을 본격화 한다는 것. 하지만 신세계 등 경쟁사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롯데의 인천 공략 플랜을 들여다봤다.
“기존의 사업 구조와 업무처리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혁신하는 ‘비즈니스 전환’이 요구된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년사)
유통공룡 롯데가 인천에서 ‘대전환’을 꿈꾸고 있다. 롯데는 수년 간의 갈등 끝에 신세계로부터 인수한 인천종합터미널 내 백화점을 4일 개장한다. 이곳에서 21년간 영업해 온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8일 영업을 공식 종료했다.
인천터미널점은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이 약 7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알짜 매장이다.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로, 부지면적 2만9223㎡(8840평), 연면적 13만6955㎡(4만1429평), 영업면적 5만1867㎡(1만5690평)에 달하는 매머드급 쇼핑몰이다.
롯데는 신세계백화점 협력업체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피해를 막기 위해 기존 백화점 의류 등 브랜드 대부분을 그대로 승계했다.
다만 식품 매장은 브랜드를 그대로 이어받는 데 어려움이 있어 추가 공사를 거쳐 오는 5월 오픈할 예정이다. 특히 푸드코트에는 인천 차이나타운의 ‘공화춘’, 송도의 유명 이탈리안 식당인 ‘일피노’ 등 인천 지역 유명 맛집과 전국의 맛집이 대거 입점할 예정이다.
패션매장의 경우, 대부분의 브랜드를 승계하고 향후 순차적 매장 개편을 통해 수입 및 해외명품 브랜드를 유치할 계획이다. 또 여성 수입 의류 PB인 ‘엘리든 플레이’, 스포츠 편집 매장 ‘피트니스 스퀘어’ 등 롯데백화점 고유의 브랜드들을 추가한다.
백화점 지하에 있던 이마트는 현재 롯데마트로 변경하는 내부공사가 한창이며 이달 중 문을 연다.
기존 신세계백화점 VIP 고객에게는 동일한 혜택이 제공된다. 2019년 6월까지 기존 VIP 고객이 5층 컨시어지 룸을 방문하면 롯데백화점 VIP인 MVG로 전환할 수 있다.
롯데는 인천터미널점이 자리 잡는 즉시 인근의 또다른 롯데백화점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플랜을 갖고 있다. 롯데는 인천터미널점과 불과 400m 떨어진 장소에서 이미 인천점을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롯데는 인천터미널 부지와 주변 농산물도매시장 부지를 합친 총 13만5500㎡(약 4만1천여평)에 백화점, 복합쇼핑몰, 시네마, 주거단지 등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인 ‘롯데타운’을 조성해 인천의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롯데는 인천의 핵심상권으로 꼽히는 남동구 구월동·미추홀구 관교동 일대를 중심으로 명실공히 인천 지역 최대 유통사업자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 분쟁’ 여진 지금까지
롯데가 지역의 노른자위인 인천터미널을 차지하기까지는 여러 곡절이 있었다.
인천터미널은 신세계백화점이 1997년부터 인천시와 20년 장기임대계약을 맺고 영업해오던 곳이다.
그러나 2012년 9월 롯데가 인천시로부터 터미널 부지와 건물 일체를 9천억원에 매입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신세계는 롯데가 건물주가 됨에 따라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면 알짜배기 점포를 롯데에 고스란히 내줘야 할 처지가 됐고, 이에 소송으로 맞섰다. 신세계는 “인천시가 롯데에 특혜를 줬다”며 시와 롯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1·2·3심 모두 패했다.
신세계의 인천점 임대차 계약은 2017년 11월 19일 만료됐지만, 양측이 협상을 벌인 끝에 롯데가 신세계의 계약 기간을 1년 더 연장해줬다.
대신 신세계는 2031년 3월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신관 및 주차타워 영업권을 13년 일찍 양보하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인천점 영업종료에 따라 점포 수가 13개에서 12개로 줄었다. 인천점은 신세계백화점 점포 가운데 강남점, 센텀시티점, 본점에 이어 매출 4위의 비중을 차지하던 점포였다.
면세점·편의점·온라인…영토전쟁 확산
인천터미널 분쟁은 가뜩이나 앙숙인 양사 간의 골을 더 깊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둘은 곳곳에서 신경전을 펼쳤다.
2015년 금호산업(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 인수전 때는 롯데의 참여 가능성을 의식해 신세계가 인수의향서(LOI)를 써냈다가 뒤늦게 롯데가 불참한 사실을 알고 하루 만에 의향서를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었고, 2017년 가을에는 롯데아울렛이 이케아 고양점과 손잡고 신세계의 대형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과 불과 3㎞ 떨어진 곳에 문을 열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케아도 쉬어야 한다”며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신세계의 모바일 간편결제 ‘쓱(SSG)페이’에 맞서 롯데는 ‘엘(L)페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면세점 시장과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매물로 나온 편의점기업 미니스톱을 놓고도 자존심을 건 인수전을 벌이고 있다.
인천 대전(大戰)도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신세계는 당분간 인천 지역에서 영업하지 못하게 됐지만 2022년 이후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설 예정인 ‘스타필드 청라’를 통해 설욕에 나설 계획이다. 스타필드 내에 백화점을 입점 시키는 방안을 포함해 여러 반격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유통사들 간에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유독 롯데와 신세계는 정도가 심하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계기를 인천터미널 분쟁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성장한계에 직면한 편의점 기업(미니스톱)을 서로 인수하겠다며 예상보다 높은 매각가를 써냈는데, 어느 쪽이 승자가 되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