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명실상부 ‘배달공화국’이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고, 24시간 이내에 원하는 상품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편리함은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살 정도지만, 배달공화국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질 예정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 당신의 집 앞에’ 신선한 식품을 배달해주는 ‘새벽배송’ 전쟁이 시작돼서다.
기자의 새벽배송 이용기, 새벽배송에 “와우”
기자는 ‘프로 배송러’다. 필요한 일정 외에 모든 것을 집에서 해결하는 ‘집순이’인 탓에 옷·생필품 쇼핑, 장보기에 이르기까지 생활의 전 범위에 걸쳐 배송 서비스를 이용한다. 몇 해 전 대형마트에서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도 격하게 반겼지만, 이제는 새벽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기자는 ‘쿠팡’의 로켓와우(새벽 배송 서비스를 포함한 월정액)를 이용해봤다. 로켓와우는 일반 상품과 신선식품을 무료로 배송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대신 매달 2900원(오픈특가)의 월정액 요금이 있지만, 90일간 무료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손쉽게 와우클럽 회원 등록을 하고, 우유와 요거트, 채소 등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시간을 보니 배송 마감 시간이 몇 분 남지 않아 급히 결제했다. 로켓와우는 자정까지 결제해야 새벽에 배송된다. 이튿날 기상 후 휴대폰을 보니 친절한 쿠팡맨이 기자의 집 앞에 배송한 물건들을 손수 찍은 사진이 전송돼있었다.
배송 도착 시간은 새벽 5시. 쿠팡맨들의 노고에 감탄하면서 포장을 개봉했다. 주문한 상품들의 상태는 좋았다. 유제품의 유통기한이나 채소의 상태도 신선했다. 일부 제품은 스티로폼 박스에 포장돼있어 처리하기에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 상품들이 마음에 들어서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새벽배송이었다.
대기업까지 뛰어든 새벽배송 각축전
유통업계 배송 대세는 단연 새벽배송이다.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된 초창기에는 주로 스타트업기업들이 주도해왔지만 최근에는 판이 커졌다. 처음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곳은 식재료 온라인몰 마켓컬리다. 마켓컬리는 지난 2015년 ‘샛별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매년 매출이 늘어나 지난해에는 첫해 매출의 3배를 기록했다.
새벽 배송 시장이 커지면서 지난해부터 업계 대표 주자들이 뛰어들었고 새벽 배송 시장은 각축전의 양상으로 진화했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은 물론 이마트와 GS리테일 등의 유통 대기업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업계 최초로 아침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5월 기존 ‘쓱배송’의 새벽배송 버전인 ‘쓱배송 굿모닝’을 시작했다. 이마트몰을 통해 오후 6시까지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6~9시 또는 오전 7~10시 사이에 상품을 받을 수 있다. 4만 원 이상 무료 배송이며, 현재 서비스 가능 지역은 일산·가양·파주·신도림·중동·수색·부평·용산 등 서울과 경기도·인천 일부 지역이다.
롯데슈퍼도 지난해 2월부터 새벽배송을 시행 중이다. 롯데슈퍼 새벽배송만의 차별화된 점은 수도권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방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는 점이다. 롯데프레시 서초에서의 시범 운행을 시작으로 서울 주요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고, 현재는 광주·김포·용인·대전·대구·시흥 등의 지방에서도 롯데슈퍼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롯데 측에 따르면, 새벽배송 서비스는 도입 이후 6개월 만에 주문 건수와 매출이 6~7배 이상 늘어났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7월 백화점 업계최초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백화점의 식품 전문 온라인몰인 ‘e슈퍼마켓’은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새벽식탁’을 내놨다. 오후 4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주문 상품을 배송 받을 수 있는 해당 서비스는 현대백화점의 식품 브랜드인 ‘명인명촌’, 프리미엄 한우 브랜드 ‘화식한우’ 등 현대백화점의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 신선 가공 식품을 집에서 그대로 받아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새벽배송의 매력 무엇이기에?
유통업계가 치열하게 새벽배송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78조 2000억 원으로, 연평균 약 20% 내외로 성장하고 있는 고성장 산업이다. 오는 2022년에는 18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00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새벽배송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새벽배송을 통한 신선식품 배송이 유통업계 새로운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선식품 시장은 소비자들에게 친근하지 않았다. 신석식품의 경우 유통 기간이 짧고, 쉽게 상할 우려가 있어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고객이 직접 매장에서 구매하는 방식이 선호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 쇼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신선식품 역시 간편하게 주문하고 배송 받길 원하는 수요가 늘어났다. 특히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정의 증가와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미세먼지 기승으로 인해 장시간 외출을 자제하거나, 실내에 있는 것이 선호되면서 새벽배송을 통한 신선식품 구매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새벽배송, 문제점도
신선식품은 생필품이기 때문에 구매 빈도가 높아 한 번 고객을 확보하면 장기 고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 고객의 주 1회 이상 구매율을 살펴보면 신선식품은 최소 60% 이상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부는 물류 창고 구축,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서비스 새벽배송 서비스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새벽배송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안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벽 배송 인건비가 주간에 비해 2배 정도 더 부담될 뿐만 아니라, 냉장 냉동 배송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배송기사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소비자들에게는 편리하고 빠른 새벽배송이지만, 그만큼 배송 기사들에게는 부담이 되고,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 ‘도미노 피자’가 빠른 배송을 앞세워 ‘30분 배송’을 자랑했다가 배달원의 사망사고가 이어지면서 해당 서비스가 폐지된 사례도 있다.
환경 문제도 있다. 주문 물품에 비해 과도한 포장이 환경 훼손 우려를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이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고객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줄 수 있는 배송을 위해 유통업계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