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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유한양행, ‘15억→1조4000억’ 잭팟의 내막

‘오픈 이노베이션’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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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4-625합본호 이동근 기자⁄ 2019.01.28 09:59:38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사옥.

(CNB저널 = 이동근 기자) 유한양행이 연이어 신약 기술 수출에 성공, 소위 ‘잭팟’을 터뜨리자 제약업계에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한이 15억원에 사들인 기술을 1조4000억원에 팔자, 그 비결을 찾기 위해 벤처마킹에 나서고 있는 것. 하지만 ‘대박’을 꿈꾸기 전에 결과물이 ‘거품’이 되지 않도록 ‘꼼꼼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한양행은 지난해와 올해 초에 이르기까지 3건의 기술 수출을 성공시켰다. 흥미로운 것은 이 3건 중 2건이 직접 개발한 것이 아닌 외부에서 들여온 기술이라는 것. 이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결과로 해석된다.

우선 지난해 7월 유한양행은 퇴행성 디스크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YH14618’을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계약금 65만달러(한화 약 7억원), 개발 및 상업화까지의 단계별 마일스톤 기술료로 2억 1815만달러(약 24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11월에는 얀센 바이오텍과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위한 임상단계 신약 ‘레이저티닙’의 라이선스 및 공동개발 계약 체결을 공개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계약금 5000만달러(약 560억원)와 단계별 마일스톤 기술료로 최대 12억500만달러(1조3500억원)를 받는다. 상업화 뒤에는 경상 기술료도 지급 받는다.

잭팟은 연이어 터졌다. 유한양행은 지난 7일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자체개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신약후보 물질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계약으로 유한양행은 계약금으로 1500만달러(약 167억원)을 받고, 개발 및 매출 마일스톤 기술료로 7억7000만달러(약 8600억원)과 매출에 따른 경상 기술료를 추가로 받을 전망이다.

연이은 계약으로 유한양행은 계약금만 6565만달러(약 720억원), 제품화 성공 시 19억7500만달러(약 2조2000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2017년 매출은 1조4622억원이었다.

제약업계, ‘대박’ 사례 벤치마킹 열풍

제약업계는 유한양행의 성공 비결에 주목하고 있다. 수출 기술이 유한양행의 자체 기술이 아닌 사들인 것이라는 점에서다.

주목받은 첫 기술수출 성과인 ‘YH14618’은 유한양행이 지난 2009년 수익의 4분의 1을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신약개발 전문기업인 엔솔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한 약물이다.

‘레이저티닙’도 국내 벤처기업인 오스코텍이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자회사 제노스코와 함께 약 3년 동안 개발한 3세대 항암 신약 후보 물질이다. 유한양행은 이 물질에 대한 권리를 불과 15억원에 매입했다. 최소 37배, 잘만 되면 약 100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이처럼 3개 기술수출 중 2개의 성과가 유한양행이 처음부터 스스로 일궈낸 것이 아닌 타사로부터 도입한 기술이다 보니 신약 개발에 어려움을 호소하던 제약사들은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기업이 연구개발·상업화 과정에서 외부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경영 전략이다. 주로 벤처기업과 중견기업이 협업하는 형태로 많이 이뤄진다.

해외에서는 흔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벤처와 중견 기업의 ‘협업’에 익숙치 않은 국내 문화 탓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국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협업 하다가 핵심 기술이나 인력만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업계를 살릴 ‘구세주’로 주목받고 있다. 독자적으로 기술을 연구하는 것보다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벤처사 입장에서는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과 기간이 워낙 부담스럽다 보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기술을 살릴 수 있고, 중견 업체들은 어느 정도 연구가 된 기술을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다는 것. 통상 업계에서는 신약 하나를 후보물질에서 제품화하는데 걸리는 기간을 10~15년, 비용은 약 1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1988년부터 2012년까지 281개의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집계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개발 성공률은 34%(총 355개 신약후보 물질 중 119개가 신약 승인)로 폐쇄형 혁신(총 463개 후보 물질 중 51개 승인, 11%)보다 성공률이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사들이 여기에 쏟는 투자금도 증가하고 있다. 동아ST, GC녹십자, 부광약품, 한독 등은 최근 10년간 500억~1000억원, 안국약품, 종근당, 보령제약, LG화학 등은 10억~50억원을 여기에 투자하고 있다.

여전히 성공률 낮아…리스크 고려해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고 있다.

딜로이트 집계에 따르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개발 성공률이 기존 방식(11%)보다 높다고 하지만 34%에 불과하다.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제품화될 가능성은 3개 중 1개인 셈이다.

실제로 기술 수출 뒤 제품화가 무산된 사례는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기술수출 성과 발표 뒤 취소 발표로 홍역을 앓았던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 7억3000만달러(약 8220억원) 규모의 표적항암제 ‘올무티닙’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약 1년만인 2016년 9월 이 계약이 돌연 해지 됐다. 결국 얻을 수 있었던 금액은 원래 기대 금액의 10분의 1 이하인 6500만달러(약 735억원)였다.

이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중국 뤼신에 수출했던 ‘올무티닙’ 계약은 2016년 해지됐고, 사노피와 계약했던 당뇨치료제 기술은 총 계약 규모가 줄어드는 수모를 겪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6년 세포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기술을 일본 미츠비시타나베에 총 6677억원 규모(계약금 300억원)로 판매하는 데 성공했으나 2017년 12월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종근당 역시 2016년 자프겐사에 기술수출했던 ‘벨로라닙’ 관련 계약이 파기됐다. 원래 비만 치료제로 개발된 이 약물을 자프겐이 희귀질환인 프래더 윌리 증후군 치료제로 확장하려다 실패한 것.

물론 이는 제약사의 잘못이라기보다 신약개발 과정의 특성 탓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제품화 성공 시 지급되는 총 계약금액만 주목받다 보니 성공 가능성의 불투명성이 간과됐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효율적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신약 제품화의 100%는 누구도 보장 못 한다. 최종 과정이라는 임상 3상을 통과한 뒤에도 부작용이 생기면 그 약은 없어질 수 있다. 신약 개발의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하고 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오픈 이노베이션이라고 해도 중견 기업이 지는 부담이 적지 않다”며 “우연한 기회에 얻어걸린 행운이 아니라 꾸준한 투자 끝에 성과가 나오는 것으로 이해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샴페인을 따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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