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이성호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1월 14일 공식 출범했다. 2014년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간판을 내린 이후 5년 만에 부활한 것. ‘1등 종합금융그룹’이라는 새로운 도약을 선언한 만큼 향후 추이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하기까지는 여러 곡절이 있었다. 한국금융사의 영욕의 세월이 이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국회·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998년부터 한빛·평화·광주·경남은행·하나로종금 등 5개 금융기관의 부실을 정리하면서 경영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결국 2001년 이 금융사들을 묶어 국내 최초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됐는데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의 출자·출연 방식으로 투입된 공적자금 총액은 12조8000억원에 달했다.
2001년 4월 예보가 우리금융지주 지분 100%를 취득한 이후 정부는 2002년~2010년까지 우리금융 주식에 대한 공모 및 4차례 블록세일을 통해 공적자금 3조6000억원을 회수했다.
이후에도 정부는 투입된 공적자금의 온전한 회수를 위해 2014년까지 4차례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나 유효경쟁 불성립 문제 등으로 민영화하는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이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를 우리은행계열·증권계열·지방은행계열 등의 3개 그룹으로 나눠 매각을 추진한 결과, 증권계열은 NH금융, 경남은행은 BNK금융, 광주은행은 JB금융에 각각 인수됐다.
2014년 11월에는 우리은행을 존속회사로 하고 우리금융지주를 소멸회사로 해 합병했다. 즉 우리금융이 짧은 역사를 마감하게 된 것. 우리은행의 대주주는 우리금융(100%)에서 예보(56.97%)로 변경됐다.
하지만 최종 목표인 완전 민영화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 못 건진 공적자금이 절반에 이르다 보니 정부 입장에서는 속이 탔다. 민영화 과정에서 여러번 시행착오를 겪은 정부는 우리은행이 덩치가 커서 기존 경영권 지분매각 방식(일괄매각)이 어렵다고 판단, 지분을 쪼개서 파는 이른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내놨는데 이게 시장에서 먹혔다.
과점주주 제도는 여러 명의 주주가 작은 지분으로도 각자 경영에 참여할 수 있어 실리를 챙기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2016년 최대주주인 예보의 지분 51.06% 중 29.7%를 나눠서 팔아, IMM PE(낙찰물량 6%), 동양생명(4%), 유진자산운용(4%), 키움증권(4%), 한국투자증권(4%), 한화생명(4%), 미래에셋자산운용(3.7%) 등 총 7개사가 사들였다.
4전 5기 끝에 결국 민영화에 성공한 것으로 이때 2조4000억원을 거둬,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율을 83.4%(12조8000억원 중 총 10조6000억 회수)까지 끌어 올렸다.
민영화의 1등 공신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으로 꼽힌다. 2014년부터 우리은행을 이끌어 강한 은행으로 체질을 바꿔 뛰어난 경영지표를 보여준 것.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연임에 성공했다.
16년 만에 숙원이었던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의 다음 행보는 금융지주사로의 회귀였다. 국내 자산순위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KEB하나, NH농협, 우리) 중 우리은행만 지주회사 체제가 아니다. 은행법상 은행은 자기자본의 20%를 넘어 출자를 할 수 없지만 지주로 복귀할 경우 130%까지 가능해져 사세를 크게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이광구 전 행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되면서 지주사 전환이 주춤해졌다. 이에 이 전 행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손태승 회장(당시 행장)이 결국 지주사 전환을 성사시켰다.
남은 과제는 완전한 민영화
손 회장은 1987년에 입행해 전략기획부장, 우리금융지주 상무(민영화 담당), 관악동작영업본부장, 자금시장사업단 상무,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 선임 부문장을 역임한 바 있다.
2017년 12월 우리은행의 수장으로 오른 손 은행장은 취임일성으로 “기업가치를 높여 내실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제시했다. 전사적인 준비작업이 진행됐고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우리금융지주의 설립을 인가받았다.
이어 올해 1월 14일 1등 종합금융그룹을 달성하겠다며 대·내외적으로 우리금융지주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금융당국에서도 조속한 시일 내에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잔여지분(18.4%)을 매각, 우리금융의 ‘완전한’ 민영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지주는 설립 초기인 탓에 필수업무 중심으로 4본부 10부 1실의 최소 규모 조직으로 구성됐고 그룹 내외부에서 선발된 8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한다. 우리은행,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PE자산운용 등 6개사를 자회사로 뒀고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은 올해 안에 지주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지주 회장으로 손태승 은행장을 선임했다. 손 회장의 임기는 2019년 사업연도에 대한 정기 주주총회(2020년 3월 결산주총) 종결 시까지다.
회장·은행장 겸임체제인데 이는 지주가 닻을 올려도 우리은행의 비중이 99%로 절대적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은행 중심의 그룹 경영이 불가피한 탓이다. 또한 카드·종금의 지주 자회사 이전과 그룹 내부등급법 승인 등 현안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지주·은행 간 긴밀한 협조가 가능한 겸직체제가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손 회장 “비은행권 적극 인수”
이처럼 5년 만에 우리금융지주가 재등판한 가운데 응당 시선은 손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종합금융을 표방하며 지주사를 세웠지만 우리금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자산 비중이 대부분인 탓에 비은행 부문의 주판알을 어떻게 굴릴지가 당면과제다
하지만 당분간은 표준등급법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지주사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령에 따라 기존 금융회사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산출하는 내부등급법을 표준등급법으로 바꿨다.
표준등급법은 금융사의 전체 평균을 적용하기 때문에 위험가중치가 올라가 자본비율이 떨어진다. 즉 BIS비율(자기자본 대비 위험가중자산)이 하락하는 탓에 M&A 추진 시 어려움이 따른다.
올해 재무제표가 확정된 2020년 3월 이후에야 내부등급법 전환을 논의할 수 있는 탓에 약 1년간은 신설 지주사로서 회계상 엄격한 표준등급법을 적용 받아야 한다.
이에 손 회장은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비은행 쪽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고 한다”면서도 “처음 1년은 내부등급법으로 전환 문제가 있어 작은 규모로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저축은행 정도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규모 있는 회사의 경우 직접 인수가 어려우면 다른 곳과 같이 참여해서 지분을 가지고 있다가 내년에 내부등급법으로 변경해 자본비율이 회복되면 나머지 지분을 인수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손 회장은 “우리은행의 지난해 기준 자산은 약 390조원인데 비은행 즉 보험사, 증권사가 없어 다른 곳과 차이가 나보인다”며 “보험은 자본확충 문제로 당장 인수하기 쉽지 않겠지만 증권은 올해 인수를 못 하면 공동으로 지분을 투자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복안이다.
중장기적으로 은행과 비은행의 비율을 6대 4내지는 7대 3정도로 설계한다는 손 회장. 올해에는 기반을 닦고 2~3년 내에 1등 금융그룹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천명한 가운데 향후 금융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