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이성호 기자) 본격적인 5G 시대 개막과 맞물려 통신요금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 전파를 일제히 송출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앞서 기업용 서비스를 내놓은 바 있다. 이어 오는 3월 제조사들이 5G용 스마트폰을 출시하면 곧바로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5G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 어떠한 요금제를 내놓을 것인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가격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은 초광대역·초저지연·초연결이 특징으로 꼽힌다. 4G LTE보다 최대 전송 속도는 20Gbps로 최대 20배 가량 빠르고, 지연 속도는 1ms로 LTE대비 100분의 1로 확 줄어든다.
이 같은 5G 시대에는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UHD 초고화질 영상, 홀로그램 등과 결합한 실감형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문제는 사용 요금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하겠지만 일각에서는 5G요금제가 LTE보다 1만원~1만5000원 가량, 약 30% 정도 오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같은 가정 하에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요금수준을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
5G 서비스가 도입되면 서비스의 다양화로 현재보다 데이터 사용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가계통신비 부담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통신비는 가계지출에 부담이 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7000원인데 이중 통신비가 13만7800원으로 5.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인 이상 가구 기준으로는 2016년 14만4000원에서 2017년 16만7000원으로 증가해 3~4인 가구들의 경우 통신비로 매달 20~30만원 안팎이 지출되는 현실이라는 것.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무선전화 가입자당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2015년 10월 4GB를 넘어선 이후 2018년 12월 8GB를 돌파함에 따라 5G 시대에서는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해 요금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10월 이동통신 사용자 1123명을 대상으로 인터넷조사를 실시한 결과, 통신3사 이용자(800명) 요금제 중 3만원 미만이 11.9%(95명), 3만원대 35.1%(281명), 4만원대 15.1%(121명), 5만원대 15.4%(123명), 6만원대 12.6%(101명), 7만원대 이상 9%(79명)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5G 서비스 실시를 빌미로 통신비용이 올라가서는 안 된다고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월 2만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2GB 이상을 보장하는 ‘보편요금제’ 강제 도입 등도 제시하고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5G 시대 가계통신비 부담 어떻게 낮출 것인가’ 토론회에서 “혁신과 다양화를 빌미로 이통3사(SKT, KT, LG유플러스)가 이용·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올리는 방향으로 요금 정책을 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바라봤다.
이어 안 소장은 “통신재벌 3사가 한 회사당 매해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현실에서 통신비 인하 여력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참여연대에서는 2004년~2016년까지 이통3사의 2G·3G·LTE 원가관련 회계자료 및 인가자료를 분석한 결과, 1위 사업자인 SKT의 경우 적정이윤을 포함한 총괄원가(사업비용+투자보수)를 제외하고도 약 19조4000억원의 초과이익이 발생했다며 그동안 누려온 막대한 영업이익이 5G요금을 책정할 때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데이터 단위(1MB)당 평균요금수준을 약 6원(2016년 기준)에서 2원대로 경감한다는 방침으로 지속적인 가격인하정책은 이통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데이터량 증가, 이통사에 이익
이통3사는 난감한 표정이다. 이 같은 추세에 실제로 수익이 줄고 있는 것.
SK텔레콤은 2018년(구 회계기준 적용)에 매출이 전년 대비 3.7% 감소한 16조9629억원,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시 21.8%나 줄어든 1조2254억원을 기록했다. KT도 매출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23조7517억원이었으나, 영업이익은 11.4% 감소한 1조2184억원이다.
이는 선택약정할인 가입자 증가 및 취약계층 요금감면 확대 등의 여파다.
LG유플러스는 매출은 전년 대비 0.7% 늘어난 12조3677억원, 영업이익은 3.7% 증가한 8566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무선서비스 매출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유선서비스를 강화함에 따른 것이다.
이통사들은 신규 5G 요금제를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정책 기조상 인상폭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는 2022년 데이터 1G당 2000원을 목표로 요금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며 “대략적으로 산정해도 LTE대비 5G 요금은 동일한 트래픽을 기준으로 예상하면 30% 이상 저렴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5G 도입으로 인해 통신사 매출액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봤는데 왜일까.
김 연구원은 “단위당 요금 인하에도 불구하고 속도 향상에 따른 페이지 뷰의 증가, 차세대 미디어의 도입에 따른 트래픽 급증이 예상되기 때문에 주력 요금제는 30% 이상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5G 시대에 트래픽은 폭증할 수밖에 없어 매출액이 증가한다는 것으로 단위당 요금을 낮추되 고가 요금제에 대한 데이터 통화량을 크게 늘리고 요금제간 데이터 제공량에 큰 차이를 둠으로써 ARPU(가입자 당 평균 매출액) 상승을 유도할 것이란 예상이다.
과거 LTE 도입 당시 통신사들은 월 6만2000원 요금제에 월 무료 데이터 3G를 제공하며 요금제 업셀링을 유도한 바 있다. 당시 3G 스마트폰 가입자 월 평균 데이터 트래픽이 1G 수준이었으니 대략 3배에 달하는 데이터를 제공해 요금제 상향 조정을 꾀한바 있다는 얘기다.
한편,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영업이익은 수년간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5G 도입을 앞두고 이통사들이 인하 여력이 있다는 시민사회단체 주장에 대해서는 따져볼 것도 많지만 일일이 입장을 밝히진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