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1호 옥송이⁄ 2019.03.08 11:16:04
100년 전 한반도는 태극기로 뒤덮였다. 3.1운동을 기점으로 시작된 만세운동은 일제의 식민지배에 저항한 온 민족의 몸부림이었다. 그해 4월 중국 상하이에서는 독립운동의 등불이 된 임시정부 수립이 이어졌다. 기념비적인 한 해였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2019년, 기업과 지자체 등에서 애국선열을 기리는 행사가 한창이다. 특히 금융가의 애국심 고취 마케팅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주요 시중 은행이 모두 애국 마케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금융가의 특별한 애국 마케팅을 살펴본다.
KEB하나은행, 두 달간 세 가지 주제로 ‘대국민 캠페인’
금융가의 애국 마케팅이 활기를 띠고 있다. 3.1운동을 전면에 내세운 특판 예금부터 고객참여 기부 등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가의 애국마케팅은 시중 주요 은행이 모두 참여해 더욱 의미가 깊지만,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기업은 KEB하나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은 일찍이 지난달 초,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대국민 캠페인’을 예고했다. 2월 11일부터 두 달간 ‘가슴 벅찬 그 이름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 하에 △숭고한 희생에 감사합니다 △그들을 기억하겠습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의 국민입니다 등 세 가지 주제의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
먼저 ‘숭고한 희생에 감사합니다’ 주제로 진행되는 독립유공자 후손 생계 및 교육 지원은 KEB하나은행이 가장 정성을 쏟고 있는 부분이다. 이번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한 목표 후원금만 총 4억 원에 달한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목표금액의 절반인 2억 원은 이미 하나금융그룹의 이름으로 기부했고, 나머지 금액은 고객과 함께 기부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의 모바일 앱인 1Q Bank에 신규 가입하면 1000원, 캠페인과 관련된 SNS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면 건 당 500원이 적립되는 방식이다.
‘그들을 기억하겠습니다’는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이어받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통장이 제작됐으며, 하나은행 공식 SNS계정에서는 독립운동가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대국민 감사 댓글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의 국민입니다’는 젊은 층의 나라사랑 의식을 확산하기 위해 기획됐다. ‘하나 되어 외쳐봐, 대한민국 WE ARE 100’ 캠페인에는 하나은행의 모델인 래퍼 김하온이 작사 및 랩에 참여했다. 해당 동영상에서 김하온은 서대문 형무소, 안중근 의사 기념관, 효창공원 등 15곳의 독립운동 사적지를 찾아 경쾌한 리듬의 랩으로 소개한다. 이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SNS의 댓글에는 “좋아요 클릭 수에 따라 기부된다더라. 많이 참여하자” 등 긍정적인 댓글이 다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래퍼 김하온이 참여한 캠페인은 1020세대에게 3.1운동 및 애국선열의 흔적이 우리 주변에서 멀리 있지 않다는 점을 알리는 취지”라며 “이를 통해 젊은 세대의 나라사랑 정신 함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서대문형무소 여(女)옥사 투옥된 독립 운동가들의 목소리 전한다
KB국민은행은 업적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주목했다. KB국민은행은 ‘100년 전 외침이 100년 후 대한민국에게’ 캠페인을 통해 여성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그날의 이야기 시리즈’ 제작, ‘3.1독립선언광장’ 조성 후원 등 의미 있는 애국심 마케팅에 나섰다.
‘다시 부르는 여(女)옥사 8호실의 노래 : 대한이 살았다’는 3.1운동 직후 서대문 형무소 여옥사 8호실에 투옥된 김향화·권애라·신관빈·심명철·임명애·어윤희·유관순 등의 독립운동가가 옥사 내에서 만세운동을 하며 불렀던 노래를 재현한 것이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에 의해 전해진 ‘대한이 살았다’는 올해 초만 해도 선율 없이 가사만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국민은행이 적극적으로 음원 제작에 나섰다. 음악감독 정재일·가수 박정현·KB금융의 모델인 전 피겨스케이터 김연아가 참여했으며, 이들은 각각 작곡과 노래, 내레이션을 맡았다.
음원은 국민은행 홈페이지와 리브똑똑 앱 등에서 무료로 배포되고 있으며, 뮤직비디오 형식의 기념영상은 SNS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해당 영상은 ‘공유’ 또는 ‘좋아요’ 건당 3100원씩 기부금으로 조성되며, 오는 4월 착공하는 3.1독립선언광장 조성에 보탤 예정이다.
3.1독립선언광장은 서울시와 종로구청, 국민은행, 3.1운동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태화복지재단 등의 민관이 협력해 조성하는 광장이다. 4월 착공에 들어가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 준공식이 거행된다.
상해 임시정부 탐방·태극기 인증·특별 우대금리까지
다른 시중은행들도 다양한 애국심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먼저, NH농협은행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오는 15일까지 추첨을 통해 상해임시정부 탐방 여행권 경품을 제공한다.
농협은행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3.1운동 100주년 소감 댓글을 작성하면 추첨을 통해 총 1365명에게 경품을 제공하며, 1등 5명에게는 상해임시정부 탐방 여행권, 2등 20명에게는 GS모바일 주유권(5만원 상당)이 주어진다. NH스마트뱅킹(인터넷뱅킹 포함)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고객을 대상으로는 3.1운동 관련 퀴즈 이벤트가 열린다. 추첨을 통해 총 135명이 선정되며, 역시 1등 5명에게는 상해임시정부 탐방 여행권이 제공된다.
IBK기업은행은 ‘3.1운동 100주년 기념 금리해방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는 31일까지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 모바일지점 ‘IBK큐브’에서 1년 만기 ‘아이원 놀이터적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3100명에게 특별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300명에게는 연 0.55%포인트, 2800명에게는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며, 스마트뱅킹과 인터넷뱅킹을 통해 거치식 상품인 1년 만기 ‘1석7조 통장(중금채)’을 가입하면 연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태극기 게양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태극기 인증샷’ 이벤트를 진행했다. SNS를 통해 태극기 인증샷을 인증 및 공유해 3.1운동의 숭고함을 기렸다.
우리은행의 여자프로농구단은 3.1절 당일 열린 경기에서 태극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파란색이 담긴 특별한 유니폼을 입었다. 우리은행은 예매 선착순 100명에게 기념 유니폼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많은 은행들이 ‘애국 마케팅’을 펼쳤다”며 “수익을 기대하는 행보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고객에게 자긍심과 애국심 고취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은행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