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불청객’도 옛말이다. 최근의 미세먼지는 ‘반짝’ 기승을 넘어, 한반도에 ‘상주’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 국회 행안위는 미세먼지를 ‘사회 재난’으로 포함시킨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미세먼지는 명실상부 국가 재난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처럼 연일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는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뷰티업계에서는 ‘안티폴루션(Anti-pollution 공해 대항)’ 화장품이 대세다. 미세먼지를 ‘차단’하거나 ‘씻어낸다’는 안티폴루션 제품들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
미세먼지, ‘클렌징’ 제품 소비 늘렸다
3월 들어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호흡기 질환에 대한 우려는 물론, 피부 고민까지 더해지고 있다.
각종 중금속과 유해물질이 포함된 미세먼지의 크기는 모공의 1/5에 해당할 정도로 작다. 미세먼지가 모공 속에 침투하게 될 경우, 피부 염증과 피부 노화 등의 우려가 뒤따르는 이유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를 ‘씻어내기 위해’ 강력한 세정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것은 안티폴루션(Anti-pollution. 공해 대항) 제품이다. 안티폴루션은 말 그대로 공해 오염에 대항하는 것으로, 대기 중의 유해한 물질이 피부 속에 흡수되지 않도록 돕는 제품을 일컫는다.
H&B스토어인 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이어진 세일기간의 매출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종 세정제 매출이 급증했다. 세안제의 매출은 약 58% 증가했으며, 샴푸 등 헤어 세정제는 45%, 바디 세정제는 44% 증가했다. 클렌징폼의 매출은 봄철 강세인 향수 매출을 넘어섰을 정도다.
올리브영 측은 무엇보다도 안티더스트, 안티폴루션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들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미세먼지 문제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관련 제품들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통계청의 '2019년 1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도 안티폴루션 제품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화장품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소매 판매액지수가 전월대비 0.2% 증가했다. 통계청은 “특히 안티폴루션 화장품의 판매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폼클렌징, 스킨, 두피까지 안티폴루션 제품 ‘봇물’ … 미세먼지 차단 강조
이처럼 미세먼지가 빚어낸 안티폴루션 열풍은 뷰티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화장품 회사들이 앞 다퉈 안티폴루션 제품의 개발 및 출시에 속도를 내면서, 안티폴루션 제품군 자체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폼클렌징부터 두피 케어 제품까지 제품군이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차단과 관련된 연구개발(R&D)과 특허도 이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안티폴루션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 지난 2014년부터 미세먼지의 피부 유해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아모레는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피부 장벽을 약화시킨다는 사실을 검증했고, 관련 기술의 특허 과정을 거쳐 안티폴루션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 아모레는 라네즈, 해피바스, 일리윤, 아이오페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미세먼지 안티폴루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핵심은 외출 전 미세먼지 ‘방어’와, 외출 후 남아있는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것이다. 아이오페의 ‘UV쉴드 선 안티폴루션’은 아이오페만의 기술인 ‘폴루션 쉴드’가 적용돼 자외선과 미세먼지로터 피부를 방어하고, 블루라이트까지 차단한다.
아모레는 모공 외에 두피에도 주목했다. 프레시팝의 ‘두피 클렌징 샴푸’는 미셀라 클렌징 기술과 흡착거품이 미세먼지를 끌어당겨 두피에 쌓인 오염물을 제거해준다. 해당 제품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대비 52% 증가했고,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시행된 이번 달 1~5일까지의 판매량은 전월 동기간 대비 1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LG생활건강은 라끄베르, CNP(차앤박)코스메틱 등의 브랜드를 통해 안티폴루션 제품을 내놓았다. 대표제품은 CNP코스메틱의 ‘안티폴루션비비크림’으로, 이 제품은 미세먼지 흡착 방지 기능을 통해 미세먼지가 모공에 침투되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애경산업의 안티폴루션 대표 제품은 포인트 딥클린 클렌징 라인과 루나 마일드 라인 3종이다. 애경산업에 따르면 포인트 딥클린 휩 클렌저 폼의 2월 매출은 전월 대비 64% 성장했고, 루나 마일드 라인 3종은 올해 1월 대비 2월에 149% 성장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포인트의 제품들이 미세먼지 ‘제거’라면, 루나 마일드라인은 ‘방어’격”이라며 “포인트 제품들은 KC피부임상연구센터 통해 미세먼지 모사체 세정력에 대한 인체 적용 시험을 완료했고, 루나 마일드 라인은 P&K 피부임상연구센터에서 대체 미세먼지 흡착방지 효과에 대한 인체적용 시험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전용 화장품 효과는?
그렇다면 미세먼지 전용 화장품들의 효과는 어떨까.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미세먼지의 ‘차단’과 ‘세정’을 강조하는 화장품 가운데 약 53%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제품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허위·과장 광고가 절반 이상이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3사는 타사의 ‘허위·과장’ 광고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과학적인 검증 과정을 거쳐 안티폴루션 제품을 출시한다고 강조했다.
아모레 측은 “미세먼지의 피부 유해성 확인하기 위해 미세먼지 오염 지역과 청정 지역에 거주하는 고객의 피부상태를 비교 분석하고, 약 2만 5000여 유전자를 분석했다”며 “관련 기술은 특허 과정을 거쳤으며, 특히 자석 반사원리를 활용해 먼지를 튕겨내는 ‘더스트 블록’ 기술은 아모레 안티폴루션의 핵심 기술”이라고 전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도 “(자사의) 안티폴루션 관련 제품들은 식약처에서 인정하고 있는 '미세먼지 흡착 방지' 평가를 진행하거나, 과학적이고 타당성 있는 시험을 진행함으로써 식약처 가이드 동등 또는 동등 이상의 기준을 적용해 출시했다”고 말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도 “애경의 안티폴루션 제품들은 자체 연구는 물론 외부 기관의 실험을 거친 것”이라며 “자체 연구소에서 안티폴루션의 기능과 인체실험 등을 거칠 뿐만 아니라, 객관성을 위해 KC피부임상연구센터 등에서 인증을 거친다. 마케팅 쪽으로 이슈몰이 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전했다.
이처럼 3사는 안티폴루션의 과학적 입증을 주장했고, 식약처의 미세먼지 화장품 관련 분석 자료를 확인해보니 실제로 3사의 제품은 대체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모레퍼시픽 에뛰드의 제품 중 ‘원더포어 타이트닝 에센스’와 ‘순정 진정 방어 선크림’ 두 제품이 실증자료 미비 품목으로 게재돼있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해당 제품들의 경우 화장품의 성분에서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문구 경고’를 받은 것으로, 미세먼지와 관련된 문구들은 모두 삭제 처리했다”며 “그러나 해당 제품들의 특징인 ‘저자극’이나 ‘모공케어’ 등은 입증된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