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이동근 기자)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는 국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에서 비타민과 홍삼 다음으로 큰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만큼 경쟁도 매우 치열한데, 특히 식품·제약업계에서 자신들만의 특별한 유산균, 즉 특허를 앞세운 마케팅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유산균 특허 마케팅 시장에 대해 들여다보았다.
‘웰니스’(Wellness)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유산균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유산균 시장에서는 특허를 내세우는 업체들이 유난히 많아 눈길을 끈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국내 시장은 2012년에는 519억원에 불과했으나, 2013년 804억원으로 전년 대비 54.9% 성장했고 2014년 1388억원(72.6%↑), 2015년 1579억원(13.8%↑), 2016년 1903억원(20.5%↑), 2017년 2173억원(10.5%↑)으로 고성장을 이어왔다.
하나금융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가 기준 2018년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조사)는 4조3000억원, 이 중 프로바이오틱스는 약 11%(약 4700억원)의 점유율을 차지해 홍삼(약 52%)과 비타민 및 무기질(약 11%)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시장의 특징은 특허전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에서 발표된 논문(‘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논문, 특허, 그리고 시장’ 진태은·정동수)에 따르면 2010~2017년 한국특허정보원 키프리스(KIPRIS)에 등록된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특허는 591개에 달한다. 특히 2014년과 2017년에는 각각 107개, 137개가 등록됐다.
이 591개 특허 중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수가 222개(38%)로 가장 많았다. 이는 기업들이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허 주요 등록 기관 중에는 CJ제일제당이 16개, 셀바이오텍이 13개, 한국야쿠르트가 9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제약업계는 학계와 손잡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상업화된 특허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매출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셀바이오텍이 303억원으로 가장 많고, 콜마비앤에이치 푸디팜사업부문(176억원), 종근당(175억원), 일동바이오사이언스(169억원) 3사가 비슷한 수준으로 2~4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미세먼지 독성 줄이는 유산균까지
유산균 특허전에 가장 공격적인 곳은 CJ제일제당이다. 이 회사는 지난 13일, 유산균 전문브랜드 ‘BYO(바이오)’를 통해 성별과 연령대에 맞는 제품군으로 구성된 ‘20억 생(生)유산균 맨·우먼·키즈’를 출시했다.
이 제품들 역시 특허를 내세우고 있는데, 장유산균 ‘CJLP243’이 그것이다. CJ제일제당의 60년 발효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된 한식 발효식품 유래 유산균으로, 해외 10개국 특허를 취득하고 SCI급 학술지에도 발표된 바 있다.
여기에 CJ 측은 ‘보장균수(1회 분량에서 섭취할 수 있는 유산균 수)’ 증가에 중점을 두고, 자체 개발한 4중 코팅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은 다양한 특허 유산균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선 올해 1월 ‘프로바이오픽스 액티브’와 ‘프로바이오픽스 뷰티’, ‘프로바이오픽스 패밀리’로 구성된 신제품 ‘프로바이오픽스’ 3종을 출시했는데, 장 건강 관련 특허유산균 ‘HY7715’ 적용을 내세웠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대표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 카세이 HY2782’ 균주 조성물이 미세먼지 독성 저감 효과로 특허를 획득했다고도 발표한 바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최근 락토바실러스 카세이 균주를 연구해 미세먼지의 독성을 줄여주는 효과를 밝혀냈다는 것이다.
또 면역증강활성에 관한 특허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HY 7712’, 구취억제 활성에 관한 특허 ‘스트렙토코커스 써머필러스 HY9012’ 등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3월16일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와 하얏트 리젠시 제주 호텔에서 ‘프로바이오틱스와 천연물 기능성 연구를 통한 건강증진 효과 연구협력’을 위한 조인식을 맺고 유산균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동제약 ‘유산균 화장품’ 출시
제약업계에서도 ‘특허 유산균’을 내세운 마케팅이 한창이다.
‘지큐랩’ 시리즈를 내세우고 있는 일동제약은 제품 원료에 특허받은 4중코팅 기술이 적용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했을 때 소화액 등 위장관 내의 다양한 환경요인으로부터 균을 보호해 장까지 살아가게 하고, 제품 보관 중에 발생하는 균 손실을 막아 준다는 것이다.
특기할만한 것은 자체 개발한 특허 등록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 IDCC 3201’의 발효물을 함유한 ‘프로바이오틱 리버스 시리즈’인데, 지난해 말 출시된 이 제품들은 유산균 하면 떠오르는 건기식이 아니라 화장품이다. 피부의 미백에 도움을 주는 나이아신아마이드, 피부의 주름 개선에 도움을 주는 아데노신 등의 기능성 성분이 들어 있다.
일동제약은 관련 기술력을 앞세워 수출도 추진 중이다. 일동홀딩스가 유산균 관련 원천기술 및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난 2016년 분할 설립한 자회사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2일 미국의 원료 유통 전문기업 뉴트라얼라이언스와 유산균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종근당 계열사인 종근당건강은 유산균 제품인 ‘랏토핏’에 유산균이 위산과 담즙산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장까지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정성을 높이는 특허공법을, 동성제약은 모유 유래 특허 유산균 ‘바이오가이아’를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 바이오 전문기업으로 알려진 메디톡스는 특허 유산균을 앞세운 숙취해소제 ‘칸의 아침’을 출시했다. 징키스칸이 전쟁 중에 즐겨 마셨다는 몽골 전통 발효주 ‘마유주’에 함유된 유산균과 동일한 균종 중 효능이 우수한 균주를 발견, 제품화에 성공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이처럼 특허와 관련된 마케팅이 치열한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점, 그리고 업체들의 기술 과시를 통한 선점 효과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건강을 위한 제품 인만큼 기술력을 내세움으로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마케팅의 중요한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산균의 응용 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이 연구과정에서 나온 성과가 특허라는 설명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르는 유산균인 일동의 화장품 제품군이나 메디톡스의 숙취해소제다. 이들은 유산균 하면 떠오르는 건기식 이미지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유산균은 아직도 연구가 계속 진행할만한 부분이 많은 제품이다. 단순히 장에 좋은 것 뿐 아니라 미세먼지, 피부건강 등 유익한 기능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업계에서 지속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관련 제품들을 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소비자들에게 특허와 관련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일부 업체들은) 별로 대단한 특허도 아닌데 포장을 잘 해서 파는 곳도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