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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다른 기업 멀쩡한데 왜 조양호 한진 회장만 낙마?

국민연금이 주도한 소액주주의 반란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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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3호 손정호 기자⁄ 2019.04.08 10:06:13

3월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표이사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박탈을 알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손정호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기아자동차와 현대그룹의 이사선임에 사실상 찬성표를 던져놓고 유독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이사연임을 반대해 파란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이 조 회장에게 냉혹했던 이유는 뭘까.

국민연금공단이 이번 주총시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국민연금은 27일 대한항공의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10.57%)이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들면서 결국 조 회장은 고배를 마셨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정관에 따르면 참석 주주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연임된다. 따라서 조 회장은 20년만에 경영권을 잃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최태원 SK 회장을 제외한 다른 주요기업의 주총에서는 총수일가를 직접 겨냥하지 않았다.

기아자동차는 한국전력 땅 매입 당시 여러 잡음으로 국민연금과 표대결을 했다. 국민연금은 남상구 가천대 석좌교수가 당시 감사에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재선임에만 반대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기아차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에서는 기권을 선택했다. 장기적인 주주가치 고려를 이유로 판단을 내놓지 않은 것이다.

총수일가의 사내이사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다른 기업들의 주총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정리됐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총수일가 중에서는 전례가 드물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게 됐다. 향후 국내 주총시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회장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총에서는 분식회계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선임안에 반대했다. 하지만 안건은 예정대로 통과됐다.

효성도 국민연금의 반대에 부딪혔다. 국민연금은 분식회계 감독 소홀의 이유로 손병두 전 부회장과 박태호 전 본부장의 사외이사, 최중경 회장의 감사위원 재선임에만 반대했다. 하지만 뜻을 꺽지도 못했다.

신세계도 상황이 비슷했다. 국민연금은 원정희 법무법인광장 고문의 사외이사 선임에만 반대했다. 법무법인광장이 신세계와 계열사인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부문 분할·합병 등 업무를 맡아 독립성을 헤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안대로 통과됐다.

조 회장은 이번 주총시즌에서 재계 총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낙마했다. 주주들의 반대로 총수가 사내이사직을 상실한 경우는 재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왜 조양호만 낙마 했나

이렇게 된 데는 2명의 딸(조현아 전 사장·조현민 전 전무)과 부인(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까지 온 가족이 갑질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도 배임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렇다 보니 주총에 앞서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가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든 바 있다. KCGI는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12.01%)을 소유하고 있다.

KCGI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KCGI의 주주제안이 주총에 상정되지는 않지만, 외부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드는 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한진칼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33.34%다. 이를 모두 합하면 3분의1 수준이다. 외국인(24.77%), 소액주주(30.32%) 등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다른 소액주주들이 힘을 합하면 안건 통과가 무산될 수 있는 구조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한항공 경영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대표이사직을 잃은 것이지 소유권을 빼앗긴 것은 아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 지분(17.84%)을 통해 계속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아들인 조원태 사장 쪽으로 빠르게 경영권의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전문경영인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오히려 이전보다 경영이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종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CNB에 “조양호 회장이 앞으로 한진칼 사내이사직이라도 지키려면 주주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배당을 늘리던지, 기업가치를 올리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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