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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증권가 IB 경쟁, 갈수록 뜨거운 이유 ‘셋’

“캄캄한 시장 탓 살길은 기업투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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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3호 손정호 기자⁄ 2019.04.08 10:06:13

내년 증권업계는 대형사와 중소형사별로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증권사의 수익이 감소했는데, 이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손정호 기자) 증권사들의 투자은행(IB) 사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 사업인가를 받은 일부 대형증권사들은 투자처 찾기가 한창이며, 후발주자들은 시장 진입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증권사들이 전통적인 주식시장을 떠나 새먹거리에 올인하는 이유는 뭘까.

IB(investment bank)는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회사채 발행 등 기업과 관련된 투자사업을 펼치는 금융사를 이른다. 전통적인 사업영역인 브로커리지(주식위탁관리)와 금융상품 판매 등을 발전시킨 형태로, 골드만삭스 등 선진국 대형 증권사들의 주된 사업모델이다.

우리나라 대형 증권사들도 현재 사업의 중심축이 이 분야로 이동하는 추세다. 특히 기존의 투자은행 차원을 뛰어넘는 초대형IB가 시장의 새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어음발행 등 사업 분야가 넓기 때문이다.

실례로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초대형IB 사업자 인가를 받기 위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병철 사장은 지난달 26일 주총에서 “올해 안에 초대형IB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자본확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자기자본금 4조원 기준을 맞춰야 초대형IB 신청이 가능한데, 신한금융투자의 현재 자본금은 3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를 6000억원 더 늘릴 계획이다.

하나금융투자의 도전도 점쳐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작년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3조원으로 늘렸다. 금융권에서는 이 회사가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만큼 향후 자기자본 4조원 요건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금융지주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가 초대형IB 시장에 진입하면, 기존 5개사(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NH투자·삼성·KB증권)에서 7파전으로 시장이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분야 기존 증권사들은 관련 전문가를 승진시키는 등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미래에셋대우는 IB 법인영업 경력이 풍부한 조웅기 사장을 부회장으로 올렸고, IB 1부문 대표였던 김상태 부사장은 총괄직을 신설한 후에 IB총괄 사장으로 이동시켰다.

한국투자증권은 IB 전문가인 정일문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정했다. 정 사장은 IB본부장, 기업금융본부장 등을 해온 인물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IB 사업에 공을 들여온 최희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연임했다.

아울러 초대형IB의 노른자위로 꼽히는 단기금융업(발행어음)에 대한 도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단기금융업은 자기자본 200% 안에서 만기 1년의 어음을 발행, 자금을 조달해 이윤을 남기는 시스템이다. 가령 10억원짜리 어음을 연리 3%로 발행해 투자금을 유치한 뒤, 이를 다시 연리 5%로 기업 등에 빌려줘 2%의 수익을 거두는 구조다. 이처럼 ‘땅 집고 헤엄치기’ 식이다보니 ‘노른자위 사업’으로 꼽힌다.

현재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두 곳 뿐이다. 올해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가 점쳐지고 있다. KB증권은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금융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文정부 ‘자본활성화’에 힘받아

이처럼 증권사들이 새로운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코스피지수의 부진 속에 전통적인 수입원인 수수료 수익이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7년 7월 25일 사상 첫 2000선을 돌파한 코스피는 이후 12년 동안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해왔으며, 현재 2100선 언저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은행 이자만큼의 수익도 나지 않게 되면서 거래량이 과거 전성기에 비해 반토막난 상태다. 이는 거래수수료로 먹고사는 증권사들에게 큰 타격을 안겼고, 이로 인해 이들이 새먹거리 찾기에 나서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미중무역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좀처럼 풀리지 않는 남북관계, 우리경제를 떠받치던 반도체 시장의 경기저하 우려,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악화 등 여러 악재가 동시에 겹치면서 개미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주요 상장사들에 대한 이익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 조정되면서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130곳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컨센서스)는 24조4317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석 달 전 전망치보다 27.7% 줄고 한 달 전보다는 7.3% 하향 조정된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2조3154억원에서 7조4641억원으로 39.4% 줄었고 SK하이닉스(3조9937억원→1조7588억원), 현대차(959억원→8188억원), LG화학(5502억원→4410억원), 삼성전기(3856억원→2502억원), 롯데케미칼(4613억원→3896억원) 등도 감소 폭이 컸다.

이는 올해 코스피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고, 주식 거래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로운 사업의 중요성과 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도 IB사업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정부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핵심 국정목표로 내걸고 있는데 대표적인 방법론이 ‘모험자본 육성’이다. 모험자본은 상대적으로 투자위험은 크지만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투자하는 자금이다. IB는 모험자본 공급 기능을 갖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상생과통일 포럼’의 조찬간담회에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증권사들이 모험자본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IB사업 활성화가 요구되며, 이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해 길을 열어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혁신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개혁을 통해 금융권으로부터의 자금 수혈을 원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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