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3만 900톤. 지난 2016년 유럽의 플라스틱 생산자 협회인 유로맵이 한국의 2020년 플라스틱 소비량을 예측한 수치다. 숫자로만 보면 감이 오지 않지만, 1인당 소비량을 환산하면 1년에 국민 1인당 약 145.9㎏의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셈이다. 이는 보고서에 등장하는 63개국 가운데 3위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처럼 한국은 ‘세계적인 플라스틱 소비 대국’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여기서 유통업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플라스틱 소비 대국이라는 오명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유통업계에서 생산하고 배출하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소비자로 하여금 일회용 플라스틱을 쉽게 소비하고 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본격적인 규제책을 내놨고, 해당 규제의 첫 타겟으로는 유통업계 가운데 하나인 카페 업계를 지목했다.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다 마시고 나면 해당 컵은 바로 ‘쓰레기’가 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규제에 따라 카페 업계는 지난해 8월부터 매장 내에서의 일회용 컵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기자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역시 이 때문이다. 해당 규제가 시행된 지 반년이 된 올해 2월, 카페 내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행태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취재하면서 부터다.
확실히 다수의 매장에서 다회용 컵(머그컵) 사용은 정착했지만, 일회용 빨대 사용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면, 남은 커피를 다시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포장하려고 줄을 길게 늘어 선 직장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따라서 업계만 규제하는 것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선 업계만 규제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이 병행돼야 한다.
그래서 작은 실천이지만, 기자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로 했다. 처음부터 생활 전반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은 무리가 있는 만큼, ‘커피를 마시는 단계’ 수준에서부터 시작해 점차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종류 많은 텀블러에 비해 ‘대체 빨대’는 접근성 떨어져 …
자체 규제책의 첫 단계로서, 가장 먼저 구매를 고려한 것은 텀블러다. 텀블러는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만큼 카페마다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의 텀블러가 출시돼있었다. 오히려 너무 종류가 많아서 고르기 힘들었을 정도였다.
결국 고민 끝에, 보온·보냉이 모두 되는 스테인리스 소재의 텀블러를 구매했다. 사용해보니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 특히 이동 중에도 쏟을 우려 없이 시원하거나 따뜻한 커피를 가지고 다닐 수 있고, 소액이지만 텀블러 사용 시 카페에서 커피 값이 할인 된다는 점도 보상받는 기분이다.
하지만 얼음이 들어간 음료의 경우에는 손으로 들고 다니기에 다소 무겁고, 빨대가 텀블러에 구성되지 않은 탓에 빨대를 사용하고 싶을 때는 다시 일회용 빨대로 손을 뻗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다회용 빨대를 구매했다.
다회용 빨대 구매는 텀블러를 구매할 때와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텀블러의 경우 종류가 많아서 고르기 어려웠다면, 다회용 빨대는 시중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직접 상품을 보고 구매하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주로 인터넷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기자 역시 소셜커머스 업체를 통해 주문했다.
다회용 빨대는 크게 스테인리스와 실리콘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스테인리스 빨대는 오래 사용할 수 있지만 차갑고 딱딱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실리콘 소재의 빨대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결국 누군가의 피해로 돌아오는 '부메랑'
말랑한 질감이기에 이에 부딪히는 느낌이 나지 않고 차갑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지만, 빨대를 휴대할 파우치가 함께 구성되지 않아서 불편했다. 실리콘 빨대는 소재의 특성상 먼지가 달라붙기 쉽다. 위생을 감안하면 별도의 파우치가 필요해진다.
다행히 사용하지 않는 파우치 하나가 빨대의 길이에 맞아서 빨대용 파우치로 사용하기로 했지만, 이와 같은 불편함을 느낀 것은 기자뿐만이 아닌 듯했다. 실리콘 빨대 구매 후기 가운데는 결국 마땅한 파우치를 찾지 못해 플라스틱 소재의 지퍼백을 파우치로 사용하고 있다는 후기도 있었다. 좋은 의도로 ‘대체빨대’를 구매했어도 실질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결국 플라스틱 제품을 이용해야 하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
한국은 지난해에서야 플라스틱 감축을 공식화했다. 따라서 단기간 안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도 환경을 위해 조금씩만 ‘수고’한다면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플라스틱 대체용품’ 사용은 플라스틱 대체용품의 다양성과 접근성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편으로는 해양생물들의 죽음, 개도국 빈민들의 피해 등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당시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국 누군가의 피해와 고통의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불편한 진실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하루빨리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