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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5G’ 유혹하지만 야구 6회, 스타데이트 2시간 넘으면 혼쭐?

이통사들의 이상한 계산법… 5G 요금제, 사용자 고려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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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5호 윤지원⁄ 2019.04.15 09:54:00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K-아트홀에서 열린 '세계 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 행사에 통신 3사 사장이 참석해있다. 왼쪽부터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박정호 SKT 사장. (사진 = 연합뉴스)

세계 최초 5G 이동통신이 '무제한' 요금제 논란으로 시끄럽다. KT와 LG유플러스의 '무제한 요금제' 약관에 일일 데이터 사용량을 제한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드러나서다. 소비자 사이에 허위 광고 논란이 일었고, 문제가 커지자 두 업체는 해명과 함께 해당 조항을 부랴부랴 삭제했다. 소비자들은 이통사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有)제한과 무(無)제한의 차이 모르나?

"덮어놓고 쓰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말이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의 5G 완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얘기다.

KT와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이 달 초 5G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데이터 사용량 및 속도에 대해 '완전 무제한'이라고 소개한 5G 요금제에 사실은 제한이 걸려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KT는 "이틀 연속 일 53GB를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 2G 속도인 1Mbps(초당 1메가비트)로 데이터 속도 제어를 적용하고 이용 제한, 차단 또는 해지될 수 있다"는 단서가 있었고, LG유플러스는 "2일 연속으로 일 50GB를 초과해 사용하는 경우 해지 또는 데이터 속도 제어, 차단 등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완전 무제한'이라는 표현과 모순되는 이들 조항에 소비자들은 허위 광고 의혹을 제기했다.
 

2일 서울 광화문 KT사옥에서 열린 KT, 5G 서비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필재 부사장이 모델들과 다양한 5G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제한이 있는 5G '완전 무제한 요금제' 논란 관련 뉴스. (사진 = 연합뉴스 TV 화면 캡처)


KT 측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일반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아니며, 홈페이지에도 명시된 조항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대용량 5G 콘텐츠가 많아져 일반 사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난다면 일일 사용량 제한을 푸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지적은 필요에 따라 제한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제한이 없다는 뜻의 '무제한'이라는 말로 현혹한 데에 관한 것이었다. "제한을 걸되 요금제 이름에서 무제한을 빼든지", "조건부 무제한이라고 쓰면 어디 덧나나", "국어도 모르는 대기업" 등등 비아냥 섞인 비난의 목소리가 일어났다.

KT는 결국 9일 '2일 연속 일 53GB를 초과해 데이터를 사용하는 경우'라는 조항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용약관에 '상업적 이용이나 과도한 데이터 유발 시 속도를 제어하거나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은 그대로 유지했다. KT는 해당 조항이 일반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정으로, 사업용 또는 상업용으로 데이터를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통신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도 이어 11일 '일 50GB 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등 수습에 들어갔다.
 

KT의 데이터 FUP 관련 조항. (사진 = KT 웹페이지 화면 캡처)


데이터 FUP의 문제는 아닌 듯

이통사들은 이러한 제한 조항이 데이터 공정 사용 정책(데이터 FUP: Fair Use Policy)의 일환으로, 서비스 품질 관리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데이터 FUP'란 데이터를 비정상적으로 많이 사용하여 네트워크 부하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다른 일반 사용자들의 통신 품질 저하를 일으키는 일부 '악성 헤비 유저'들을 경계하기 위한 방안으로, 통신망 제공 업체라면 대부분 이 조항을 두고 있다.

KT는 데이터 FUP 조항에서 ▲데이터를 자신 혹은 제3자의 사업용, 상업용 등의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서버나 임시저장장치를 설치해서 사업용, 상업용으로 이용하거나 ▲CCTV, M2M장비 등으로 개인용도 외 사용하는 등 "네트워크 과부하를 유발하는 경우는 이용 제한/차단 또는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지적이 나온 것은 '무제한 데이터'를 악용하는 사용자에 대한 대책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엄연히 제한 정책을 쓰면서 '완전 무제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내용이 대다수다.

그밖에도 일부 소비자들은 이통사의 FUP 조항이 불특정 다수의 일반 사용자를 '잠재적 악성 헤비 유저'로 보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데이터 유발'의 기준이 모호해 자의적인 해석으로 일반적인 헤비 유저에게도 무분별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망 제공자가 악성 헤비 유저만을 필터링할 수 있는 정교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한, KT가 당장은 53GB라는 기준을 제외하긴 했지만 약관에 남아있는 관련 조항에 따르면 여전히 다른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은 남아있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근본적인 문제점은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SK텔레콤 '5G 론칭 쇼케이스'에서 개그맨 양세형, 양세찬 형제가 5G VR 게임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5G 시대인데 50GB가 과한가?

또한, 소비자들은 논란이 된 요금제가 고가의 5G 전용 요금제이면서도 일일 데이터 사용량 한도를 50GB~53GB로 정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기자는 LTE 요금제로 월 100GB의 데이터를 받아 사용한다. 평소 와이파이를 아예 켜지 않고,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고화질 동영상을 하루 평균 2~3시간씩 매일 시청하고 있지만 제공된 데이터의 절반도 소진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5G 요금제에서 50GB는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바로 이통사들이 5G 개통과 함께 내놓은 전용 서비스다.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이나 초고화질 스트리밍 같은 5G 전용 콘텐츠는 HD급 동영상 시청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양을 훨씬 빠르게 소모한다.

예컨대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이 회사가 제공하는 고화질 VR 콘텐츠인 스타데이트 서비스는 1시간에 25~35GB의 데이터를 소모한다. 따라서 일일 50GB 데이터 사용량 제한에 걸리지 않으려면 아무리 길어도 하루 2시간 이상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관련 TV 광고에서처럼 잘생긴 차은우와 가상 스타데이트를 즐기느라 어린 조카에게 "어지간히 하라"는 일침을 맞을 정도라면, 악성 헤비 유저로 분류되어 불이익을 받게 된다. 열혈 팬의 '사는 낙'이 업체에 의해 하루 두 시간으로 제한되는 셈이다. 월 요금을 십여만 원씩 내는 'VVIP' 고객인데도.
 

SBS TV '모닝와이드'가 지난달 19일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해 초고화질(UHD)로 생방송했다. (사진 = SBS)


이통사 기준대로라면 그밖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실컷 즐길 수 없을 게 불을 보듯 뻔했다. VR로 초고화질 야구 중계를 시청하고 싶어도, 2시간 정도의 제한이라면 길어야 6회까지밖에 못 보거나, 주말 3연전 중 하루는 5G가 아닌 일반 중계로 봐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디스플레이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4K UHD 초고화질 영상 콘텐츠가 보편화 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프리미엄급 초고화질 TV와 연동시켜 4K UHD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주말에 집에서 쉬면서 밀린 미드나 영화를 하루 종일 몰아 보는 '빈지 워칭' 족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제한 조건에서는 한 편에 15GB~20GB에 달하는 4K 영화를 5G 무선망을 이용해서 하루 두 편 이상 다운로드 받는 것은 크나큰 모험이 된다.

사용자들이 월 10만 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가면서 '완전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는 이유는 이처럼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매 순간마다 데이터를 더 소모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일일이 고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무제한' 요금제 약관의 제한 조항이 사용자의 여유를 제한하려 한 셈이다.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2월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아그란비아 전시장에서 열린 모바일전시회 MWC19(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KT 부스에서 '5G 플레이그라운드'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통사가 데이터 사용량 예측 잘못했나?

굳이 5G 전용이나 초고화질 대용량 콘텐츠를 예로 들지 않아도 5G의 빠른 전송 속도는 막대한 데이터의 소모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가의 요금에 대한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더 넉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SK텔레콤은 이 회사의 5G 전송 속도가 최대 2.7Gbps에 달한다고 밝혔다. 다른 두 회사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LTE의 약 20배 속도라고 자랑한다. 그만큼 아차 하면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쓰게 된다는 얘기다.

웹서핑을 하던 사용자가 만약 수많은 멀티미디어 요소들로 구성된(데이터 용량이 큰) 웹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원하는 내용이 아니어서 스크롤을 내리지 않고 뒤로 가기를 눌러 빠져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뒤로 가기를 아무리 빨리 눌러도 5G 환경에서는 해당 웹페이지의 모든 데이터가 이미 순식간에 다운로드 된 후일 것이다. 스크롤 다운 시 화면 로딩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편리한 기술이어야 하지만, 제한된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까운 데이터를 순식간에 날리는 셈이 된다.

유튜브에 점점 늘어나는 고화질 동영상은 더 문제다. 스트리밍 동영상은 네트워크 품질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도 버퍼링이나 화질 저하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현재 재생 장면 이후 수십 초~수 분 가량의 데이터를 미리 일정량씩 다운로드하면서 진행된다.

만약 동영상 제공 업체에서 이 '미리 다운로드' 구간을 제한해놓지 않는다면, 5G의 막강한 네트워크 속도는 뒷부분 수십 분 분량까지 순식간에 다 다운로드 해 버린다. KT 홈페이지에서는 HD급 2GB 영화 1편을 다운로드 하는 데 0.8초밖에 안 걸린다고 밝히고 있으니, 사용자가 해당 영상을 계속 볼까 말까 판단하는 짧은 시간동안 수 GB의 데이터가 헛되이 소모되어버릴 수 있다.
 

KT의 5G 슬림 요금제. (사진 = KT 웹페이지 캡처)


5만 5000원 요금제의 정체는?

5만 5000원짜리 최저가 5G 요금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이통 3사의 5G 요금제 중 최저가 요금제는 월 5만 5000원으로 가격이 모두 동일하고 제공되는 데이터만 업체 별로 차이가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월 8GB의 5G 데이터를 제공하고, LG유플러스는 9GB를 제공한다. 해당 데이터를 소모한 뒤에는 3사 모두 1Mbps로 속도가 제한된다.

앞서 말한 대로라면 8~9GB로는 VR 스타데이트같은 콘텐츠는 30분도 즐길 수 없다. 야구 중계는 1회 말까지도 볼 수 없을 것이다. 4K UHD 초고화질 영화는 한 달에 한 편도 볼 수 없다. 2GB짜리 HD급 영화를 5G의 속도를 이용해 0.8초 만에 다운 받아도, 한 달에 네 편을 보면 데이터 끝이다. 게다가 앞서 말한 웹이나 유튜브를 둘러보다가 원치 않은 웹페이지에서 '버퍼링 방지용' 데이터가 순식간에 소모되는 상황이 몇 번 반복되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애초에 웹 서핑 위주로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HD급 화질의 영상이나 볼 용도였다면, 굳이 사용자가 LTE 대신 5G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 그럼 5만 5000원짜리 5G 요금제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LG유플러스의 5G 라이트요금제는 매월 9GB의 데이터를 다 쓰면 최대 1Mbps로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 가능하다고 한다. 1Mbps는 스트리밍 동영상 시청시 SD 수준보다 떨어지는 화질로만 가능한 속도다. (사진 = LG유플러스 웹페이지 캡처)


이에 참여연대는 이통 3사의 5G 요금제가 최저 5만 5000원부터 13만 원까지 고가로 형성된 것에 대해 "이용자 차별 행위"라고 비판했고, 국민의 가계통신비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기존의 LTE 요금제에서도 이미 이용자 차별 행위라는 의혹이 감지된다고 주장한다. 저렴한 3만 원대 LTE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6만 원대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에 비해 데이터 100MB당 적게는 39.9배에서 많게는 66배나 비싼 요금을 부담하고 있다는 것. 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요금을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더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여 사실상 저가요금제를 무력화시키는 명백한 '이용자 차별 행위'라고 참여연대는 주장했다.

최저가 5G 요금제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5만 5천원은 '최저가' 치고는 비싸지만 기존의 대용량 LTE 데이터 요금제보다는 저렴하며, 저가형 LTE 요금제의 기본 제공 데이터보다 많은 데이터를 준다. 기존 LTE 서비스 이용에 크게 불만이 없던 사용자의 심리적 저항을 덜게 만드는 절묘한 가격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의 교체 시기가 되면 '어차피 바꿀 폰, 더 우수한 5G를 쓰는 데 이 정도 사용료라면 부담스럽지 않다'며 신규 5G 사용자가 될 수 있다.

 

이들이 5G의 놀라운 속도에 감탄하는만큼 기본 제공된 데이터는 너무 빨리 소진되고, 이후 1Mbps의 속도 제한은 이전 LTE나 3G 통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 다시 LTE로 돌아가자면 스마트폰을 바꾸거나 5G 폰의 우수한 성능을 무용지물로 만들어야한다. 따라서 이들이 5G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하면서 데이터 양과 관련된 불편을 덜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대용량 고가 구간으로 요금제를 옮기는 수밖에 없게 된다는 논리다.

 

3G에서 LTE로 바뀌던 시기에도 이와 유사한 불편을 겪으며 통신비 상승을 경험했다는 소비자들은 이통사들이 5만 5천 원짜리 5G 요금제를 폐지하거나, 데이터 소진 후 적어도 LTE에 견줄만큼의 속도를 제공해야만 소비자 기만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소비자는 "네트워크 과부하 방지를 위해 일일 데이터 사용량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는 이통사의 입장을 이해하더라도, 5G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그 제한 기준을 일 50GB로 책정한 것이나 요금제에 따른 월 제공 데이터 양을 10GB 이하로 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통사가 요금제별로 제공할 적정 데이터를 책정하면서 사용자들의 데이터 사용 패턴이나 대용량 콘텐츠의 대중화 트렌드 등의 다양한 요소를 어떻게 고려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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