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이동근 기자) 대표이사부터 말단 사원까지 직장인들에게 연봉은 능력의 바로미터다. 또 회사의 운영 방침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나친 ‘급여의 양극화’는 구성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에 CNB가 매출 상위 25개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해 연봉 체계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지난해 중·상위 제약사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은 임직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이사였다. CNB뉴스가 12월 결산 상장 제약사 상위 25개사에 재직하고, 연봉 5억원 이상 받는 임직원 중 사내에서 보수총액이 5위 안에 드는 임직원 31명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 대상은 유한양행, 한국콜마, 녹십자, 한미약품, 셀트리온, 동아ST, JW중외제약,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보령제약, 한독, 동화약품, 삼진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메디톡스, 부광약품 등 15개사였다. 광동제약, 대웅제약, 종근당, 제일약품, 일동제약, 동국제약, 휴온스, 일양약품, 대원제약, 경보제약 등 10개사는 보수총액이 5억원이 넘는 임직원이 없었다.
보수총액 1위 삼바 김태한 대표이사는 총 38억8900만원을 받았으며, 셀트리온 이상준 수석부사장(25억9800만원), 셀트리온 손영기 수석고문(25억7600만원), 셀트리온 이승기 차장(24억5600만원), 셀트리온 박나래 차장(16억82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사실상 바이오시밀러 전문 바이오 회사 2곳이 가장 높은 연봉을 지급한 셈이다. 특히 김태한 대표는 목표·성과·장기성과인센티브로 28억3400만원의 상여금을 받은 것이 전체 보수총액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삼바 측에 따르면 이같은 상여금은 2018년 1, 2공장 안정적 가동 및 3공장 완공 및 Validation을 조기에 성공적으로 마쳐 연간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위탁생산) 능력 세계 1위를 달성하고(36만 리터), CDO(Contract Development Organization, 위탁개발),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임상시험 대행) 등의 신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해 CDMO 기업의 가치사슬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점 등이 감안됐다.
셀트리온의 경우 임원이 아님에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이익으로 높은 보수총액을 받은 직원들이 많았다.
스톡옵션은 회사가 임직원에게 특별히 유리한 가격으로 회사 주식 일부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보너스 개념이다. 이상준 수석부사장은 주당 26만원대 주식을 3만5821원에 9069주를 매입할 수 있는 혜택을 받아, 20억9200만원의 주가차익을 챙겼다. 같은 방식으로 손영기 수석고문은 23억2460만원, 이승기 차장은 23억4670만원, 박나래 차장은 15억7590만원을 받았다.
다만 셀트리온은 직원들에게 과도한 스톡옵션을 부여해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해마다 50만주에 가까운 주식이 매물로 나오면서 주가에 부담이 된다는 것. 셀트리온은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총 49명의 신규팀장과 본부장에게 47만735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한 바 있다.
이밖에 10억원 이상의 보수총액을 받은 임직원은 한국콜마 윤동한 대표이사(15억1695만원), 셀트리온 서정진 대표(13억9500만원), 한국콜마 윤상현 사장(13억6573만원) 등이었다.
고위직 임원이 아니면서 5억원 이상의 보수총액을 받은 이로는 동아에스티의 고득수 부장도 있었다. 고 부장은 급여(연봉)는 6249만원이었지만, 우리사주조합인출금으로 3507만원을, 퇴직금으로 4억3331만원(임금피크제로 인한 ERP프로그램에 따라 지급된 퇴직위로금 2억1317만원 포함)을 받았다.
연봉 1위는 ‘유한양행’
최장 근속은 ‘동화약품’
직원 평균 연봉 대비 보수총액이 가장 높았던 이 역시 삼바 김태한 대표였다. 김 대표는 직원 평균 연봉(6000만원) 대비 무려 64.8배를 받았다. 이어 셀트리온의 이상준 수석부사장(44.0배), 손영기 고문(43.6배), 이승기 차장(41.6배), 박나래 차장(28.5배)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직원 평균 연봉 대비 20배 이상 받은 이는 한국콜마 윤동한 대표(26.4배), 같은 회사의 윤상현 사장(23.7배), 셀트리온 서정진 대표(23.6배) 등이었다.
참고로 5억원 이상 보수총액을 받은 임직원이 존재하는 15개사의 직원 평균 연봉은 유한양행(7540만원), 삼진제약(6908만원), 한미약품(6616만원), 동아에스티(6467만원) 순으로 높았다.
15개사의 직원 평균 근속 연수는 동화약품(138개월), 삼진제약(137개월), 유한양행(134개월), 동아에스티(131개월) 순으로 높았다. 참고로 회사의 역사에 비해 직원 평균 근속 월이 길수록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풀이 가능하다.
매출 대비 보수총액이 가장 높았던 임직원 역시 삼바 김태한 대표 였다. 삼바의 매출(5358억원) 대비 김 대표의 보수총액은 무려 0.73%에 달했다. 참고로 삼바의 2018년 매출은 전년(4646억원) 대비 15.3% 올랐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57억원으로 전년(660억원) 대비 15.6% 감소했다.
이어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강덕영 대표이사(0.44%), 부광약품 김동연 회장(0.41%) 와 부광약품 유희원 대표이사(0.41%), 삼진제약 최승주 대표이사(0.37%) 등이 뒤를 이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NB에 “제약업계는 상장사라고 해도 오너의 입김이 센 편이기 때문에 매출액 대비 오너 일가 경영진의 연봉이 높은 편”이라며 “주식배당금까지 하면 회사 규모에 비해 큰 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바이오 업계에서 더 많은 급여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익 실현이 이미 되고 있는 바이오사 같은 경우는 모르겠지만, 아직 연구 단계로 매출이 미미한 회사들도 높은 급여를 지급하는 경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