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5호 정의식⁄ 2019.04.19 15:30:45
최근 공개된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한국을 대표하는 50대 브랜드의 가치가 1년 동안 약 4.2% 커졌다. 상위 톱10 브랜드의 면면은 2018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SK하이닉스가 새로 10위권 내에 진입했고, 아모레퍼시픽은 11위로 밀려났다. SK하이닉스 외에 카카오의 브랜드 가치가 급성장했고, CJ ENM, 넷마블, DB손해보험, 대림산업 등이 새로 50위권 내에 진입해 눈길을 끌었다.
50대 브랜드 가치 총액 4.2% 증가… 삼성전자 비중 ‘압도적’
지난 10일 브랜드컨설팅그룹 인터브랜드가 ‘2019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네이버 등 쟁쟁한 대기업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최상위 브랜드로 지목됐고, 50대 브랜드의 가치 총액은 약 152조 원으로 평가됐다. 2018년 브랜드 가치 총액 146조 원과 비교하면 약 4.2% 늘어난 수치다.
전체 브랜드 1위는 올해도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약 66조 4611억 원으로 평가됐는데, 이는 지난 2018년보다 5.3% 늘어난 수치다. 2위는 약 15조 199억 원의 현대차, 3위는 약 7조 6848억 원의 기아차였으며, 4위와 5위는 네이버(5조 5129억 원), 삼성생명(3조 7044억 원)이었다.
이외에 SK텔레콤(3조 5849억 원), LG전자(2조 9920억 원), KB국민은행(2조 9850억 원), 신한은행(2조 9300억 원), SK하이닉스(2조 8222억 원) 등이 10위권 안에 랭크됐다.
삼성전자 쏠림 현상은 올해도 여전해 2위부터 10위까지 모든 브랜드를 합해도 1위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에 현격히 모자랐다.
SK하이닉스‧카카오, 브랜드 가치 급성장
Top 10 중 눈에 띄게 브랜드 가치를 늘린 기업은 단연 SK하이닉스였다. 타 기업들이 대부분 한자릿수 대 성장에 그친 반면 SK하이닉스는 무려 36.5%나 성장해 2조 8222억 원의 브랜드 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보다 2계단이나 상승해 10위권 내에 최초 진입하는 성과를 남겼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매출 40조 4451억 원, 영업이익 20조 843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4%, 52%씩 성장,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2018년 브랜드 전담팀을 신설해 브랜드 파워 강화에 주력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창립 35주년을 맞아 “We Do Technology”라는 슬로건을 도입하고, 새로운 관리체계를 구축해 최첨단 기술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다졌으며, 젊은 연령을 타깃으로 한 광고를 잇따라 내놓으며 국내외 합산 유튜브 조회수 1.5억 뷰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B2B기업의 광고가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두 번째로 높은 성장세를 보인 기업은 카카오다. 카카오의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26.5%나 늘어난 1조 118억 원으로 평가됐으며, 순위도 30위에서 22위로 무려 8계단이나 올라섰다. 카카오는 2018년 ‘카카오 3.0’이라는 브랜딩으로 카카오 서비스 간 시너지를 강화했고, 음악, 웹툰‧웹소설, 게임, 영상 등의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외에 LG생활건강(17.5%), LG유플러스(15.9%), 코웨이(15.3%), 신세계백화점(12.6%) 등이 브랜드 가치가 크게 성장한 기업들로 분석됐다.
넷마블‧DB손보‧대림산업… 50위권 ‘뉴 페이스’
새롭게 Top 50에 합류한 기업들도 관심을 끌었다. CJ ENM, 넷마블, DB손해보험, 대림산업 등 4개 기업이 50위권 내에 새로 진입했다.
가장 두드러진 신규 진입 기업은 단연 CJ ENM이다. CJ ENM은 2018년 7월 CJ E&M과 CJ오쇼핑의 합병으로 탄생한 회사다. 2018년 CJ E&M은 36위였고, CJ 오쇼핑은 45위였기 때문에 두 회사의 합병법인인 CJ ENM이 올해 26위를 차지한 건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당시 두 회사의 브랜드가치는 각각 5361억 원과 4177억 원이어서 합해도 올해 CJ ENM의 브랜드 가치인 1조 423억 원과는 약 1000억 원의 차이가 난다.
CJ ENM의 브랜드 가치가 커진 것은 미디어 부문에서 ‘미스터 션샤인’을 포함한 콘텐츠의 성공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1%, 80% 증가했고, 커머스 부문 역시 단독 브랜드와 T커머스, 모바일 채널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린 데 기인한다. 앞으로도 CJ ENM은 미디어와 커머스의 전문성 강화와 융복합 신사업 모델 수립을 통해 높은 성장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넷마블과 DB손해보험, 대림산업 등은 각기 46위(4246억 원)와 48위(3392억 원), 49위(3357억 원)로 50위권 내에 합류했다.
넷마블의 경우 2018년 실적은 아쉬운 면이 있지만, 올해는 다양한 신작을 국내와 해외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어서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넥슨 인수에 성공할 경우 국내 최대 게임사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DB손해보험은 2017년 동부화재에서 DB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린 회사로, 최근 손해보험업계의 전반적 난조에도 국내 빅5 손해보험사 중 하나로 자리를 굳혔다. 특히 업계 최초로 가족사랑 브랜드 사이트를 론칭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어 지속적인 브랜드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대림산업은 전년보다 매출이 줄었음에도 영업이익은 약 56% 늘어 창사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대표 브랜드인 ‘e편한세상’ 상위에 ‘아크로(ACRO)’라는 고급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켰다. 또한 대림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호텔‧골프장 운영 계열사인 오라관광의 사명을 ‘글래드 호텔앤리조트’로 변경하는 등 호텔 사업부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등 13개 사, 브랜드 가치 '역성장'
뜬 브랜드가 있으면 지는 브랜드도 있는 법. 새로 진입한 넷마블, DB손해보험, 대림산업과 달리 셀트리온과 CJ CGV는 50위권 내에서 밀려났다. 두 회사는 2018년 집계 당시 48위와 50위에 랭크됐었다.
이외에 브랜드 가치가 크게 줄어든 기업도 있었다. 현대모비스(–16%)가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신한카드(-14%), 현대카드(-14%), 삼성카드(-11%), LG디스플레이(-14%), 한샘(-13%), 한화생명(-8%), 롯데쇼핑(-8%), 한국타이어(-6%), SK텔레콤(-3%), 현대백화점(-3%), 교보생명(-2%), 현대건설(-1%) 등의 브랜드 가치가 감소했다.
문지훈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대표는 “성장한 브랜드들의 성공 비결은 ‘Iconic Moves(대담한 도전)’였다”면서 “고객을 이해하는 방식, 상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새롭게 정의해나가는 브랜드들만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