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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국적 FSC(대형항공사)들, 안정 회복 위한 당면 과제는?

대한항공, 조원태 그룹 신임회장 체제 출범…아시아나항공, 매각 앞두고 군살빼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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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7호 윤지원⁄ 2019.05.03 09:22:19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 (사진 = 연합뉴스)

양대 국적 대형항공사가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조양호 회장 별세,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으로 큰 변화를 겪으면서 기업의 향후 운명을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진그룹은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선친 영결식 후 8일만에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에 오르며 승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매각을 결정한 뒤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 휴직,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하며 몸값 높이기를 시작했다.

대한항공: 조원태 신임회장, 한진그룹 새 총수 지정될 것

한진칼은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열고 한진칼 사내이사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한진칼 이사회는 "조 신임회장 선임은 고 조양호 회장의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지속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조원태 신임회장은 부친인 고 조양호 회장 영결식 이후 8일 만에 회장직에 올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고 구본무 회장 별세 후 한 달 만에 회장으로 취임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르다.

한진그룹이 이처럼 신임회장 선임을 서두른 이유는 공정위가 이달 상반기 내로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과 이들 그룹을 대표하는 동일인(총수)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이에 앞서 새 총수를 세우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조원태 신임 한진칼 회장. (사진 = 한진칼)


조 회장의 상속 절차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한진칼이 그룹의 새 동일인 지정 신청을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는 보유 지분율 외에도 그룹의 운영·지배구조에서의 사실상의 영향력을 크게 고려하는 만큼 조 신임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 신임회장은 2003년 8월 한진그룹 IT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의 영업기획 담당으로 입사해 2004년 대한항공 경영기획팀 부팀장 등을 거쳐 2016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총괄부사장, 2017년 대한항공 사장에 취임했다. 대한항공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지난해 미국 델타항공과 태평양노선 조인트 벤처(JV) 출범, 아시아·태평양항공사 협회(AAPA) 사장단회의 개최를 이끄는 등의 성과를 보여 왔다.

조 신임회장의 첫 숙제는 다음달 1~3일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 무대에서 주최국 대표 겸 총회 의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대한항공의 새 수장'으로 얼굴 도장을 확실히 새기는 일이다.

IATA는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국제협력기구로, IATA 총회는 '항공업계의 UN총회'로도 불릴 정도로 큰 행사다. 이번 서울 총회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것으로 고 조양호 전 회장이 유치를 주도했다. 조 신임회장은 선친이 생전에 쌓아 온 글로벌 네트워크와 협력관계를 충실하게 계승하고, 경영 기반을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고 조양호 회장 빈소의 영정. (사진 = 연합뉴스)


막대한 상속비용, KCGI와의 지분 대결에 부담

장기적으로는 선친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상속해 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조 신임회장 일가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한진칼 지분의 28.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 중 고 조양호 전 회장 지분이 17.84%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삼남매는 각각 2.3%대의 지분을 고르게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KCGI가 최근 지분을 14.98%까지 늘리며 조 신임회장의 경영권을 견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은 지난달 16일 기준 종전 5.36%에서 4.11%로 줄었지만, 두 주주의 지분율은 20%에 육박한다.

그런데 조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상속세는 조 신임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결정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전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등 그룹 상장 계열사의 주식 가치는 약 3579억 원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인 50%을 적용하면 상속세는 1789억 원이다. 그런데 가업을 승계할 때 더해지는 '최대 주주 할증 과세'로 인해 상속세율은 65%로 올라간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상속세는 23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상속세는 분납이 가능하고, 주식담보대출과 배당 소득으로 이를 부담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출 한도나 지난해 배당금을 고려하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상속받은 주식 일부를 매각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 있다.

증권가는 조 신임회장 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을 처분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당, 5년 분납, 부동산 처분, 보유 현금 등에 더해 한진칼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 상속세 재원 마련이 충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신증권 양지환 연구원은 이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조 회장 일가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진칼의 지분을 포기할 가능성은 작으며, 조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조 회장의 타계로 후계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더라도 이로 인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핵심 계열사인 한진, 대한항공, 진에어 등은 현재의 구도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격납고. (사진 =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연내 매각 위한 '군살 빼기' 시작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근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며 리더십 부재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일단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했으며, 하루빨리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계획이다.

이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하고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 6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유동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매각이 결정된 아시아나항공은 연내 매각이 원만하게 완료될 수 있도록 몸값 높이기에 돌입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내실을 다지기 위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먼저 지난달 17일 조직개편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안전 이슈 해소를 위해 노후 항공기를 정리하겠다고 밝힌 자구안 시행을 위해 정비본부 산하에 정비품질부문을 신설하고 정비품질팀과 정비검사팀을 합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83대 중 기령 20년 이상의 노후 항공기가 19대(22.9%)로 국내 항공사 중 노후 항공기 비율이 가장 높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 (사진 = 연합뉴스)


사장 직속의 안전·보안실 산하 안전예방팀과 안전심사팀은 안전품질관리팀으로 통합하고, 운항본부 산하 운항표준팀과 운항평가팀은 운항표준평가팀으로, 운항훈련팀과 운항훈련지원팀은 운항훈련팀으로 통합했다.

전략기획본부는 구매부문을 경영관리본부로 이관하고 전략기획부문과 재무부문만 남겼다. 이와 함께 전략기획본부장에 진종섭 상무, 전략기획담당에 임수정 상무, 재무담당임원 업무 대행에 최재형 부장을 임명하고, 지난해 감사보고서 감사의견 '한정'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김이배 전략기획본부장과 김호균 재무담당 상무의 사표를 수리했다.

수익이 적은 노선도 정리한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경영 쇄신책을 내세우면서 ▲자산 추가 매각 ▲조직개편 ▲비수익 노선 정리 등의 원칙을 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초 비수익 노선 정리를 위한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으며, 운수권과 무관하게 탑승률이 56~57%로 저조한 인천 발 러시아 사할린 노선, 하바롭스키, 팔라우 코로르 노선 등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탑승률이 70% 미만인 인도 델리, 일본 미야자키를 비롯해 평균 탑승률보다 낮은 일본 치토세, 센다이, 중국 구이린, 옌타이, 톈진 노선 등은 개편할 것으로 꼽히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객실 승무원들. (사진 = 아시아나항공)


직원들, "체질 개선은 환영"…구조조정 불안감 가중

매각 준비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는 두 가지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과정을 거치면서 내실을 다지는 계기가 되고, 그동안 뿌리 깊던 부조리 또한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또한 SK나 한화그룹 등 대기업집단으로 매각될 경우 사원 복지 및 근무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자구안과 관련해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불안감 역시 고개를 들고 있다. 노후 항공기 퇴출과 비수익 노선 정리는 결국 불필요한 인력에 대한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지난달 29일 아시아나항공은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자구노력 동참을 위한 무급휴직(희망휴직)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2월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무급휴가를 경영 위기 타개를 위해 확대한다는 것이다.

희망휴직 대상은 2016년 이후 희망휴직을 하지 않았던 직원들로 국내 일반, 영업, 공항 서비스직, 의무직, 운항관리직, 항공엑스퍼트직 전체와 국내 정비직 중 사무업무 수행자다. 기장·부기장 등의 운항직과 객실 승무원, 정비직 등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무급휴직 기간은 최소 15일~최대 3년이다.

이어 '희망퇴직' 신청도 받기 시작했다. 대상은 2003년 12월 31일 이전 입사자로, 국내에서 근무하는 일반·영업·공항서비스 직군 중 근속 15년 이상자다. 이달 중순까지 신청을 받아 인사팀 심의 후 희망퇴직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퇴직 일자는 다음달 30일이다.

희망퇴직자에게는 퇴직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2년간 지원 등 혜택을 준다. 퇴직 위로금은 2년 치 연봉(기본금+교통보조비)을 계산해 지급한다.

아시아나항공 구성원들의 온라인 대화방에서는 인력 축소에 대한 걱정스런 대화가 오가고 있다. 한 직원은 "노후 항공기 퇴출과 비수익 노선 정리 등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하지만 구조조정의 초점이 인건비 줄이기에 맞춰질 것 같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고백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진 = 연합뉴스)


유가·환율 상승, 또 다른 변수

다양한 자구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외부 요인인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 추세가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 개선 노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지난달 22일 미국이 이란 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의 예외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두바이유 가격은 각각 배럴당 65.7달러와 71.02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원유 공급 확대를 위해 OPEC에 증산을 요청하면서 WTI가 배럴당 63.3달러까지 낮춰졌고, 이후 비슷한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1일 기준 배럴당 63.6 달러를 기록 중이다.

원-달러 환율 역시 2일 기준 1165원을 나타냈는데 지난달 20일 이후 급등하며 2017년 1월 말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강세가 계속 이어져 1200원 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에도 하반기 국제유가 급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으며 350억 7191만 원(별도 기준)의 연간 영업 손실을 낸 바 있다. 연간 유류비만 전년 대비 27.3% 증가한 1조 8293억 원에 달했다. 아시아나항공에서 지난해 연료유류비가 차지한 비중은 29.3%로 같은 기간 대한항공의 연료유류비 비중보다 2% 가량 높았다.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한 구조라 국제유가 상승은 또 다른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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