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7호 옥송이⁄ 2019.05.08 09:12:26
‘비대면(非對面)’은 사회적인 현상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생활 속 많은 부분을 ‘혼자’ 해결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면 마케팅’이 강세인 분야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줌마’가 있다. 디지털·비대면 물결 속에서도 ‘정’과 ‘인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영업 최일선의 어머니 마케팅을 살펴본다.
‘코코 도입·명칭변경’ 훨훨 나는 ‘야쿠르트 아줌마’
한국야쿠르트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세월만큼이나 변한 것도 많지만, 단 한 가지 변치 않은 점은 ‘야쿠르트 아줌마’의 존재다. 이 회사 설립 3년 뒤인 1971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야쿠르트 아줌마는 지난해 말 기준 1만 3000여 명에 이른다.
대개의 ‘방판 사업’이 예전만 못하다지만,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회사의 ‘마스코트’로서 불황을 빗겨나갔다. 오히려 새로운 변화를 적극 도입하면서, 더욱 날개를 펼치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변화는 기존 손수레를 대체하는 ‘코코(COCO)’다.
지난 2014년 도입된 코코는 영어 ‘COLD’와 ‘COOL’의 합성어로, 세계최초의 전기식 이동형 냉장카트다. 냉장카트이기 때문에 야쿠르트 외에도 콜드브루 커피, 유제품, 밀키트(Meal-kit. 식사키트) 등 다양한 제품을 넣고 다닐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타고 다닐 수 있어 기동성도 한결 좋아졌다.
한 야쿠르트 판매 아주머니는 “야쿠르트 판매를 10년째 하고 있는데, 코코가 생기고 나서 확실히 편하다”며 “매일 6시간 정도씩 일을 하는데, 코코를 타고 다니다 보니 오르막길 갈 때도 수월하고 체력 소모가 덜 하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 결제 되냐고 묻는 분들이 많으신데, ‘결제 단말기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코코에서 구매하셔도 카드 결제 된다”며 “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 ‘하이프레시’와도 연결돼 있어, 인터넷이나 핸드폰으로 주문하면 우리가 바로 배달해 드린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판매책으로서 역할이 커지면서, 회사 측은 올해 초 호칭 변경에 나서기도 했다. 야쿠르트 외에 신석식품 등으로 판매 영역도 넓어졌기에 ‘야쿠르트’로 한정짓지 않는 의미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신선함을 뜻하는 ‘프레시’와 건강을 관리한다는 의미의 ‘매니저’를 합친 ‘프레시 매니저’로 정해졌다.
‘라이프케어 컨설턴트’ 진화한 웅진코웨이 코디
웅진코웨이는 지난 2일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이해선 대표를 비롯해 600여 명에 달하는 ‘코디(코웨이레이디)’가 참석했다. 그만큼 코디는 이 회사에서 중요하다.
지난 1989년 설립된 웅진코웨이는 국내 최초로 ‘생활가전 렌털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때문에 기존 ‘소유’에 한정됐던 소비·유통 트렌드를 ‘공유’로 바꾸고 생활가전제품의 대중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 과정에서 ‘어머니 세대’로 구성된 코디의 역할이 컸다.
회사 설립과 같은 해 80여 명의 인원으로 시작한 코디는 현재 약 1만 3000여 명으로 확대됐다. 서비스 초창기의 역할은 제품 점검에 한정됐지만, 점점 전문성을 키워나가면서 회사 서비스 경쟁력 강화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는 회사에서 취급하는 제품이 정수기 외에 비데, 매트리스, 공기청정기 등으로 늘어나면서 코디의 활동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주방, 화장실, 안방 및 거실 등 집안 곳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게 됐고, 현재는 ‘라이프케어 컨설턴트’로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덕분에 최근에는 코디로 활동하는 2~30대 젊은 층도 늘어났지만, 여전히 코디 전반을 이끄는 주춧돌은 4~60대 어머니들이다. 어머니 특유의 꼼꼼함이 서비스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진다는 평가다.
이 회사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소비자 A씨는 “최근 미세먼지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라서 공기청정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마침 코디님이 추천해줘서 설치하게 됐다”며 “정수기부터 늘 꼼꼼하게 관리해주셨기에 믿음이 가고, 집안 공기도 한층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줌마 마케팅 안고 가는 두 기업 “디지털 시대도 함께”
두 기업에게 ‘아줌마’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양사가 아줌마들의 손을 잡고 오랜 세월 함께 하는 이유는 단연 실적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017년 매출 1조 원 시대를 연 이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매출 1조 원을 넘겼다. 기존 홈페이지와 쇼핑몰을 통합해 만든 ‘하이프레시’의 실적 역시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데, 온오프라인 연계로 더욱 ‘스마트’해진 ‘프레시매니저’의 도움이 컸다.
고객이 하이프레시에 주문을 넣으면 즉시 배송이 가능한 동네 야쿠르트 아줌마에게 주문 내역이 전달되고, 곧바로 배달돼 고객들의 편리함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2조 7073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외 719만 고객 계정이 바탕이 된 결과다. 이에 고객들에게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전자식 서비스 도구 ‘코디 서비스 키트’를 코디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양사는 앞으로도 각 사의 상징인 ‘야쿠르트 아줌마’와 ‘코디’의 존재를 강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 있어서 ‘야쿠르트 아줌마’는 상징이고, 힘이다. 향후 ‘건강컨설턴트’로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최근 ‘프레시매니저’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매니저 어머님들은 물론 고객님들도 호의적으로 인식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주변에 ‘건강 매니저’가 함께 한다는 것을 고객들이 느끼시도록, 코코 및 프레시매니저와 고객이 함께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