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부터 카페, 페어 등 다양한 키덜트(kidult, 아이를 뜻하는 kid와 성인을 뜻하는 adult의 합성어) 성지들을 찾아가 그곳의 특징을 짚어보는 ‘키덜트 성지순례’ 열 번째 장소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이다.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지금 30~40대 세대가 어렸을 때 늦잠을 잘 수 있는 일요일에도 오전 8시 기상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기 위해. 인트로 음악이 시작되고 디즈니 캐릭터들이 하나둘씩 춤을 추기 시작하는 그 순간 느꼈던 희열이란!
디즈니의 대표 캐릭터라 할 수 있는 미키 마우스부터 올해 개봉할 ‘겨울왕국’까지 디즈니는 한 세기에 가깝게 어린이를 비롯해 어른들에게까지 폭넓게 사랑받아 왔다. 특히 3월 ‘덤보’를 시작으로 ‘알라딘’ ‘라이온 킹’의 실사 영화와 ‘겨울왕국2’ 등 다수의 디즈니 영화 개봉으로 디즈니는 올해 유독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이하 ‘디즈니’전)은 디즈니의 팬을 위한 자리로, 특히 키덜트 세대의 추억을 자극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서울디자인재단, 지엔씨미디어가 손을 잡았다. 전시는 2017년 ‘픽사 애니메이션 30주년 특별전’(이하 ‘픽사’전)이 열렸던 DDP 배움터 디자인전시관에서 열린다. 당시에도 서울디자인재단과 지엔씨미디어가 전시를 공동 주최한 바 있다.
홍성일 지엔씨미디어 대표는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픽사’전이 뜨거운 호응을 받았고 ‘디즈니’전이 뒤를 잇는다. 또 애니메이션 전시냐고 할 수도 있지만 지난 30여 년 동안 전시 기획을 꾸준히 해오며 기본으로 삼은 건 유사한 전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각 전시 자체가 지닌 고유성이 분명히 있고, 여기에 방점을 둔다”며 “이번 전시를 위해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6년여의 준비 기간을 가졌다. 디즈니 소속 아티스트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구현된 환상적인 캐릭터를 통해 애니메이션의 철학과 예술성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앞서 먼저 관람객들을 만났던 ‘픽사’전이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구현된 애니메이션 영상을 주로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디즈니’전은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보다 강하다는 데 차이점이 있다. 직접 디즈니 아티스트들의 손으로 그려진 원화 작품들이 전시의 중심축을 구성해 화려한 영상 효과보다 사각사각 그려진 연필선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화려한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어린 세대에겐 다소 낯설고도 신선한 느낌을, 디즈니의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기억하는 어른 세대에겐 추억의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1928년 미키 마우스 탄생부터 오랜 역사를 지닌 디즈니인 만큼 원화 작품들의 양 또한 방대하다. 너무 많은 작품들 가운데 고르다보니 ‘알라딘’이 빠졌을 정도.
메리 월시 ‘디즈니 애니메이션 리서치 라이브러리’(이하 디즈니 ARL) 총괄 디렉터는 “디즈니 ARL은 디즈니가 90여 년 동안 만든 650만 개가 넘는 모든 작품을 보존, 관리해오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디즈니의 유산과도 같다”며 “다만 이 자료들은 대중들에게 공개되지 않았었는데 전시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일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홍성일 대표 또한 “이번 전시는 디즈니 ARL이라는 정확한 주체가 있다. 디즈니의 역사적 오리지널리티, 즉 애니메이션의 시작점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며 “이 때문에 영상화 부분이 약해보일 수도 있지만 디즈니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창작자의 근본적인 아트워크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가치 있는 전시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디즈니 스튜디오 아티스트들의 핸드 드로잉 첫 공개
또한 디즈니의 자료를 공개하게 된 계기는 애니메이션이 지닌 힘에 대한 신뢰성에서도 비롯됐다고. 메리 월시 디렉터는 “애니메이션은 20세기의 고유한 예술 형식이다. 모든 세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힘이 있고, 명작은 보는 이에게 감동뿐 아니라 창의력,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삶에 활력을 준다”며 “디즈니에 끊임없이 이어진 관심에 이번엔 보답하고자 한다. 디즈니의 예술성, 기술력, 혁신성을 느끼며 함께 교감하는 즐거운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디즈니 스튜디오 아티스트들이 손수 만들어낸 핸드 드로잉, 콘셉트 아트, 3D 모형, 30여 개의 영상 콘텐츠까지 500여점에 이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장뿐 아니라 매표소와 아트샵 등 모든 곳에서 디즈니의 주제가가 들려 전시에 대한 몰입을 높인다.
또한 한국 전시에서는 대형 멀티미디어 월이 특별 설치됐다. 한국 전시를 위해 디즈니 ARL의 감수를 받아 새로 제작된 이 특수 효과 영상은 디즈니 영화 속 대표적 상징들을 환상적이고 몽환적으로 표현해 관람객이 마치 애니메이션 배경 속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올 겨울 개봉 예정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겨울왕국2’ 관련 자료도 이번 전시를 통해 미리 엿볼 수 있다.
전시는 크게 5가지 섹션으로 구분된다. 전시의 첫 시작인 ‘생명을 불어넣다’ 섹션에서는 초기 애니메이션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대형 조이트로프(1934년 영국에서 발명된 시각 장치로, 연속 그림이 그려진 원통을 회전시켜 그림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디즈니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음향 효과를 입혀 디즈니 캐릭터들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었는지 살필 수 있다.
두 번째 섹션 ‘마법의 시작’엔 총 천연색으로 이뤄진 세계 최초의 장편 만화영화 ‘백설공주의 일곱 난장이’부터 ‘피노키오’ ‘판타지아’ ‘밤비’ 그리고 ‘덤보’의 제작까지 이어진 디즈니의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동물 캐릭터들의 풍부하고 섬세한 움직임, 자연의 아름다움과 혹독함을 담기 위해 이어진 디즈니의 연구 과정에 집중하는 섹션이다.
세 번째 섹션 ‘마술을 부리는 듯한 제작자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가진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스케치와 콘셉트 아트, 배경 그림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세계를 소개한다. 이어지는 네 번째 섹션 ‘새로운 차원을 향해’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향하는 디즈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늘 새로운 것을 갈망하던 디즈니의 아티스트들이 1990년대 디지털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을 맞으면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어떻게 주요 수단으로 활용했는지 보여준다. 또한 당대 주요 음악가들과의 협업, 음악적 스토리텔링까지 살핀다.
마지막 섹션 ‘인류의 화합’은 “새로운 것을 원하는 모든 이의 꿈과 희망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디즈니의 철학을 집대성한 공간으로, 초기부터 최근 작품에 이르기까지 늘 현실에 가까운 작품을 제작하는 동시에 미래의 세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소개한다.
메리 월시 디렉터는 “나 또한 어린 시절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꿈을 키우며 자랐다. 영향 받은 캐릭터를 하나만 꼽으라는 건 자식 중 어느 자식이 가장 예쁘냐는 질문과도 같을 정도로 모든 작품에 애정이 있다”며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함께 성장했고, 지금의 어린이들도 디즈니 캐릭터에 많은 애정을 쏟고 있다. 이 모든 세대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는 힘을 이번 전시에서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DDP 배움터 디자인전시관에서 8월 1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