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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성지순례 ⑪] 어른을 위한 동화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전

픽사 출신 다이스케 다이스 츠츠미-로버트 콘도 “세상에 호기심 갖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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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9호 김금영⁄ 2019.05.15 09:14:40

전시부터 카페, 페어 등 다양한 키덜트(kidult, 아이를 뜻하는 kid와 성인을 뜻하는 adult의 합성어) 성지들을 찾아가 그곳의 특징을 짚어보는 ‘키덜트 성지순례’ 열한 번째 장소는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전이다.

 

전시장을 찾은 로버트 콘도(왼쪽), 다이스케 다이스 츠츠미.(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지저분하다고 학교 친구들에게 늘 놀림당하는 피그(pig). 댐 위 풍차에서 사는 피그는 댐 건너 꿈도 희망도 없는 ‘어두움’이 몰려오는 걸 막기 위해 매일 풍차를 돌리고, 이 과정에서 얼굴에 먼지가 묻는다. 마을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이런 그의 노고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폭스(fox)가 전학 오고, 피그는 폭스와 함께 그림을 그리며 처음으로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하지만 피그는 폭스가 자신이 놀림당하는 그림을 그렸다고 오해한 뒤 풍차 돌리기를 멈추고 눈물을 떨군다. 그리고 어두움이 댐을 넘어 몰려오기 시작한다. 이때 쓸쓸하게 앉아 있는 피그의 모습에 같이 아려오는 가슴.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특별전’이 열리는 전시장 외관.(사진=김금영 기자)

이 이야기는 톤코하우스의 단편 애니메이션 ‘댐키퍼: 피그 이야기(Pig: The Dam Keeper)’(이하 ‘댐키퍼’)의 한 장면이다. 이 작품은 2015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분에 노미네이트됐고, 지난해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현재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전에서 상영되고 있다.

‘댐키퍼’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으로도 올해 출간됐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어른들도 몰입한다. 전시장을 찾은 어른 관람객들은 ‘댐키퍼’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신의 이름을 ‘폭스’라 적는 여우의 모습에 웃음이 터지기도, 쓸쓸한 피그의 모습에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모습도 보였다. 그렇다. ‘댐키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했다.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주고받고 그럼에도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 시대 어른들을 위한 동화.

 

톤코하우스의 대표 캐릭터인 폭스(맨 앞줄 왼쪽)와 피그(맨 앞줄 오른쪽)가 서울을 배경으로 인사를 건네는 모습.(사진=톤코하우스)
‘댐키퍼: 피그 이야기(Pig: The Dam Keeper)’ 영상 스틸 이미지. 폭스(왼쪽)와 피그는 함께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사진=톤코하우스)

‘댐키퍼’는 톤코하우스의 대표 작품이다. 톤코하우스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주요 멤버로 ‘토이스토리 3’ ‘월-E’ ‘몬스터 대학교’ ‘카2’ ‘라따두이’ 등의 작품에 참여한 로버트 콘도와 다이스케 다이스 츠츠미가 독립해 2014년 설립한 곳으로 2D, 3D 영화를 비롯해 TV 시리즈, 도서, 게임, 교육 자료 및 전시회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복합 미디어 회사를 지향한다.

이번 전시는 이런 톤코하우스의 스케치, 원화, 캐릭터, 영상물 등 140여 점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위치한 톤코하우스 스튜디오 모습이 전시장 내 재현되고, 다양한 작품들이 어떻게 제작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현재 작업 중인 캐릭터들과 미공개 작품들도 한국에 처음으로 공개한다.

 

‘댐키퍼’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자료들이 설치된 전시장.(사진=김금영 기자)

전시장 한켠에는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KIAFA)와 협업,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톤코하우스 작품들 재해석한 작품들이 설치됐고, 증강현실 앱을 다운받아 실행하면 움직이는 3차원 가상 캐릭터를 전시장 전경에 담아보는 경험도 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시장을 찾은 로버트 콘도, 다이스케 다이스 츠츠미는 “이번이 한국 첫 방문으로, 톤코하우스가 하는 일을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힌 뒤 “픽사는 굉장히 훌륭한 스튜디오였지만 아티스트 개인으로서 더 성장하고 싶어 톤코하우스를 설립했고 어느덧 5주년의 시기를 맞이했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댐키퍼’와 관련된 클레이 아트도 전시돼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댐키퍼’ 피그에 공감하는 어른들

 

‘댐키퍼’ 캐릭터와 관련된 설명들.(사진=김금영 기자)

대표작인 ‘댐키퍼’는 톤코하우스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들은 “우리는 가족, 문화, 예술 등 우리를 둘러싼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는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닌 취약한 점, 약한 점, 개인적으로 겪는 어려움들을 항상 서로 이야기하면서 아이디어를 착안한다”며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가족이 다 같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댐키퍼’ 또한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다. 어둡고 탁한 공기가 몰려오는 상황을 상상으로 만들었는데 영상을 보고 서울의 공기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또 알려지지 않은 영웅 이야기와 서로와의 관계 속 생기는 여러 감정들 등 환경오염, 미세먼지, 학교 내 따돌림과 같은 사회 이슈까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 가족의 사랑과 친구와의 우정, 책임감과 이타 정신, 환경 보호에 대한 톤코하우스의 작품 주제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댐키퍼’ 속 캐릭터인 피그의 거대 조형물이 설치됐다.(사진=김금영 기자)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일본, 한국, 캐나다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모인 20명의 구성원으로 인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보다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로버트 콘도와 다이스케 다이스 츠츠미만 해도 각각 미국, 일본 출신으로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이들은 “톤코하우스는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이 모여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는 게 강점이다. 구글, 픽사 등 큰 규모의 스튜디오가 미국적인 애니메이션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주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면 톤코하우스는 서로의 문화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으며 스토리를 구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는데 한국 출신의 에릭 오는 개인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담은 SF 프로젝트 ‘레오’를 현재 준비 중”이라며 “그래서 이번 한국 전시 오픈이 뜻깊기도 하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톤코하우스 작업을 한국에 소개하는 동시에 우리 또한 많은 영감을 받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톤코하우스의 또 다른 대표작인 ‘뭄(Moon)’을 소개하는 공간.(사진=김금영 기자)

또 이번 전시가 중점을 두는 건 교육 프로젝트. 톤코하우스는 미국에서도 예술 작품을 통한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만 4~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술과 교육을 접목시킨 톤코하우스의 워크북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현 톤코하우스 아트디렉터이자 전 구글 비주얼 디자이너, 두들러로 활동한 마이크 더튼이 담당했다.

 

2019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을 맞아 5월 넷째 주에 마이크 더튼이 내한,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쌍방향 워크숍도 진행 예정이다. ‘댐키퍼: 피그 이야기’ 감독을 맡았던 에릭 오도 한국을 방문, 강연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 대한 지식과 경험담을 나눈다.

 

전시장 한켠에는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KIAFA)와 협업,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톤코하우스 작품들 재해석한 작품들이 설치됐다.(사진=김금영 기자)

로버트 콘도와 다이스케 다이스 츠츠미 또한 이번 전시 개막 전 이미 한국의 초·중·고등학교를 방문해 예술과 창의성에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이번 전시장 2층에는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벽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놓았다.

 

이들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작품을 보는 분들이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다. 그래서 작품을 만드는 것과 예술 교육 모두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예술 교육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 호기심을 갖고 다른 관점으로 살펴보는 것, 그 과정을 함께 해보고자 한다. 한국은 굉장히 문화적으로 풍부하고, 예술 교육 프로그램과 아티스트 숫자가 굉장히 높은 나라다. 그래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접 벽에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공간.(사진=김금영 기자)

톤코하우스의 궁극적인 비전도 전했다. 이들은 “톤코스튜디오라고 이름을 정할 수도 있었겠지만 톤코‘하우스’라 정한 건 정말 가족이 모이는 집처럼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사업적 측면에서의 성장도 중요하나 우선순위는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창조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공간으로 앞으로 꾸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청담동 톤코하우스 특별 전시장에서 8월 31일까지.

 

톤코하우스는 일본, 한국, 캐나다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모인 20명의 아티스트로 구성됐다. 톤코하우스 작업실에서 작업 중인 아티스트들의 모습.(사진=톤코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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