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창업 생태계 활성화’ 바람이 분다. 최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이들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은행들이 늘어나면서다. 은행업계는 왜 ‘스타트업 육성’에 빠졌을까.
금융권, ‘핀테크랩’ 경쟁 가열
금융권이 ‘핀테크랩’을 통해 스타트업 직접 발굴 및 육성에 나섰다.
핀테크랩은 스타트업의 경영·법률상담, 전용공간 제공, 나아가 투자 유치까지 지원하는 금융사 내부 전담 조직이다. KB·신한금융그룹, KEB하나·우리·농협·IBK기업은행도 각자의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지난 2015년 3월 국내 최초의 핀테크랩 ‘KB이노베이션허브’를 개소했다. 이 핀테크랩은 자문 협력 기관인 HUB파트너스로부터 유망한 스타트업을 추천을 받아 ‘KB스타터스’를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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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총 62개사를 KB스타터스로 선정했으며, 159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달에는 계열사로부터 10건 이상의 제휴와 10억 원 이상의 투자유치를 달성한 스타트업을 일컫는 ‘10-10클럽’이 탄생하기도 했다. 2020년까지 100개 이상의 KB스타터스를 선정 및 육성하고, 제휴를 확대할 계획이다.
같은 해 ‘신한 퓨처스랩(Future’s LAB)’을 선보인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5기 육성 기업을 선정했다. 총 250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약 83억 원의 직접투자가 이뤄졌고, 선정된 기업은 디지털 신기술 자문 지원, 금융 솔루션, 투자 육성 작업 등을 지원받는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11일 신한 퓨처스랩 제2출범식에서 “향후 5년간 혁신·벤처기업을 대상으로 2조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 특히 핀테크를 대상으로 250억 원의 직접투자를 진행할 것”라며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KEB하나은행 역시 2015년 6월 스타트업 발굴·협업·육성 프로그램인 ‘원큐 애자일 랩(1Q Agile Lab)’을 설립했고, 이후 8기까지 총 64개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선정 기업은 사무 공간, 사업화 협업, 경영 및 세무컨설팅, 직·간접투자, 글로벌 진출 등이 지원된다.
이 회사는 향후 3년간 200억 원 이상 지분투자, 연내 5000억 원 수준의 직간접 투자 유치, 유망 스타트업과 지역 거점대학과의 산학연계활동 및 청년창업 지원 등 새로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 '디노랩' 출범식을 진행했다. 디노랩은 '디지털 이노베이션 랩'을 줄인 것으로, 스타트업이 ‘공룡(Dinosaur)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의미다.
디노랩은 사무 공간, 컨설팅, 경영 등을 돕는 '위비핀테크랩'과 기술 서비스 개발 분야 중심의 '디벨로퍼랩'으로 나눠 운영된다. 특히 디벨로퍼랩은 ‘아마존웹서비스’와 협력해 클라우드 개발환경, 금융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기술자문 등을 디노랩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에게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지난 3월 자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NH디지털 챌린지+’ 1기 참여 기업 33곳을 최종 선정했다. 이 프로그램은 스타트업 맞춤형 성장단계 지원 프로그램으로, 초기자본 투자부터 홍보·법률·재무 분야 컨설팅과 멘토링을 지원한다. 서울 양재에 위치한 ‘NH핀테크 혁신센터’ 사무공간도 무료로 제공한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3일 ‘IBK창공(創工) 구로 2기’로 20개 기업을 최종 선발했다. 창공은 스타트업이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투‧융자, 컨설팅, 사무공간 등의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지원하는 창업육성 플랫폼이다.
AI(인공지능), IT(정보통신), 친환경제품 등 기술력과 시장성을 겸비한 기업들이 선발됐으며, 9월까지 5개월 동안 ‘IBK창공’의 창업육성 프로그램을 지원받게 된다. 이번 구로 2기 모집에는 306개 기업이 지원해 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금융권의 스타트업 지원, 왜? “윈윈 기대”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은 사회공헌적인 측면도 있지만, 일방적인 도움은 아니다”라며 “은행과 스타트업 양측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기술제휴나 협업을 통해 동반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투자’ 측면도 있다. 신생 기업들의 초기 정착을 돕고, 나아가 해외 진출의 기반을 닦음으로서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 지원은 실패 확률이 적은 투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지원 및 직접 투자를 통해 노하우를 공유하고, 실제로 핀테크 사업 육성에 기여되는 측면이 있다”며 “향후에도 가치 있는 투자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계의 스타트업 지원은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의지도 작용하고 있어서다.
지난 20일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서울 신한디지털캠퍼스에서 열린 ‘2019년 제1차 중소기업 금융지원위원회’에서 박영선 장관은 “제2의 벤처 붐의 확산을 위해 신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주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기술보증기금과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은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기업 지원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