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게임 속 캐릭터가 현실로 나오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이 시장은 작년 기준 12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이를 반영하듯 여러 기업들이 캐릭터 전문샵을 오픈하며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편집자주>
① 엔씨소프트 작은 영웅들 ‘스푼즈’
새로운 5명의 주인공…‘명성’에 ‘휴(休)’를 더하다
(CNB저널 = 손정호 기자)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엔씨소프트의 ‘스푼즈’ 매장은 만화세상으로 연결되는 비밀통로 같다. 지난 7일 이곳을 찾았다.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다. 지난달 말 문을 연 따끈따끈한 신생매장이다.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캐릭터 매장을 팝업스토어(일시적인 형태)로만 운영해왔다.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신촌점, 롯데시네마 잠실 롯데월드몰과 건대입구점, 홍익대 네코코치에서는 실험을 한 셈이다. 상시매장(플래그십스토어)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통 다른 기업의 캐릭터샵은 게임이나 영화 속 주인공을 그대로 상품으로 만든다. 이와 달리 엔씨소프트는 캐릭터사업을 위한 별도의 주인공과 스토리를 만들었다. ‘스푼즈’라는 이름으로 묶인 5명의 주인공이다. 비티(BT), 신디(Cindy), 디아볼(Diabol), 핑(Ping), 슬라임(Slime)이다.
1층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비티 인형 두 개가 서로 마주보면서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비티의 티타임’이라는 코너다. 포토존의 성격을 갖고 있다. 방문객들은 이 인형 앞에서 웃으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캐릭터 팝아트 전시도 하고 있다. 귀여운 5명의 주인공들이 프린트된 시리얼과 세제박스, 통조림 등이 바로 그것. 정중앙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고객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서 만든 모조품이다.
나머지 공간(선반)에는 인형, 쿠션, 필통, 메모지, 볼펜, 열쇠고리, 지갑, 편지지, 파우치, 스마트폰과 노트북 케이스 등이 진열돼 있다. 이런 문구류 상품들은 구입할 수 있다.
제품마다 개성이 강하다. 작은 수첩 하나만 해도 분홍색, 노란색, 하늘색 등 각각의 색상을 갖고 있다. 여기에 각기 다른 포즈의 주인공들 모습이 예쁘게 그려져 있다.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얘기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벽에 걸린 TV가 보인다. 이를 통해 5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도 있다. 매장 곳곳에 새겨진 형형색색의 네온사인 문구들이 인상적이다.
지하 1층에서도 주로 문구류를 판매한다. 아울러 티셔츠와 담요, 에코백, 우산 등 생활용품도 갖추고 있다.
스푼즈 관계자는 CNB에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상품이 아기자기하게 귀여워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출시 전에 주요 타깃 고객들이 선호하는 가격대를 조사했다. 가성비가 좋기 때문에 앞으로도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이돌그룹 뉴이스트(NUEST)와의 협업도 포인트다. 뉴이스트는 스푼즈의 광고모델이다. 매장 오픈을 기념해 로고가 새겨진 플라워볼(스노우볼의 일종)을 선보이고 있다. 이 콜라보레이션 플라워볼을 구입하면, 추첨을 통해 뉴이스트 팬사인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 기회를 노리는 뉴이스트 팬들도 매장을 많이 찾는다.
또 다른 관계자는 CNB에 “뉴이스트를 좋아하는 10~20대의 젊은 여성 팬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며 “콜라보레이션 상품과 이벤트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뉴이스트와 협업한 라인업을 계속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 2층은 카페다. 이곳도 앙증맞은 주인공들로 가득하다. 벽면에는 ‘스푼즈 아일랜드’ 지도가 그려져 있다. 가장 큰 산의 꼭대기에는 체리가 놓여 있다. 이 산은 만년설, 민트밭, 초콜릿층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브랜드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카페에서는 커피와 밀크티 등의 음료와 함께 베이커리를 제공한다. 2층 한쪽에 있는 조리실에서 직접 달콤하고 신선한 빵을 만든다. 크로아상, 프레즐, 머랭, 타르트 등 다양한 베이커리들이 있다. 캐릭터의 이름을 단 귀여운 빵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확행 전도사’ 된 영웅들
스푼즈 아일랜드는 발트해 중심에 있는 작은 섬이다. 일하는 것도 노는 것처럼 즐겁고 한가로운 가상의 세계다.
5명의 주인공들마다 특징이 있다. 비티는 유유자적하며 털을 뿜뿜 뿜는 양이다. 만사가 태평한 성격으로, 매일 느긋하게 텃밭을 가꾸거나 낚시를 즐기면서 행복한 일을 찾는 게 일상이다. 신디는 민트색의 초코 요정이다. 폰당쇼코 마운틴에서 살고 있다. 마냥 행복하게 사는 친구로, 신나는 기분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시킨다.
디아볼은 수줍음이 많은 전직 악마다. 너무 낯을 가리는 성격 때문에 지옥에서 쫓겨났다. 항상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산다. 핑은 뭐든 잘 먹는 아기용이다.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 멍한 표정이 트레이드마크다. 슬라임은 말랑말랑 작고 귀여운 생명체다. 부드럽고 달콤한 것이 있는 곳에서 생겨난다.
엔씨소프트는 스푼즈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달려 달려’ ‘올라 올라’)과 웹툰도 선보이고 있다. 게임은 롯데시네마 스마트폰 앱의 게임 메뉴에서 즐길 수 있고, 웹툰은 네이버 공식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② 영화·현실 경계 없앤 ‘CJ CGV 씨네샵’
어벤저스 영웅들 기획전…헐리웃 가는 ‘웜홀’
서울 용산아이파크몰에 있는 CJ CGV의 씨네샵은 ‘헐리우드’로 연결되는 웜홀(우주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통로) 같았다. 지난 13일 이곳을 찾았다. 미국 영화 중심의 도시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었다.
CGV는 전국 42개 극장에서 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형태에 따라 정규매장과 이동형으로 구분된다. 극장 규모가 큰 곳에서는 정규매장, 작은 곳에서는 이동형으로 운영한다.
메인 개봉영화 기획전과 스테디셀러(꾸준히 팔리는 상품) 코너로 구성돼 있다. 기자가 찾았을 때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기획전이 한창이었다.
가게 앞에는 이 영화의 포스터와 주요 히어로의 상품이 놓여 있다.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이다. 피규어(실제 모습과 거의 같은 인형)를 중심으로, 히어로가 그려진 열쇠고리, 유리컵, 마우스패드, 텀블러, 스케쥴러, 볼펜 등 다양하게 준비했다.
인기상품은 상시 판매한다. 벽면 쪽으로 디즈니와 픽사 등 헐리우드 주요 스튜디오의 이름이 적힌 선반을 세워놓았다. 디즈니 코너에는 미키마우스와 도널드덕, 푸우, 담비가 그려진 문구류와 의류 등이 있다. 픽사 코너에는 ‘토이스토리’ ‘몬스터 대학교’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그려진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카드홀더와 뱃지, 젤펜, 파우치, 노트, 필통, 쿠션, 3D 엽서 등이다.
매장 중앙에는 다양한 인기 캐릭터 상품들이 있다. 방금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에서 나온 듯이 보일 정도로 현실감이 넘친다. 니모, 덤보, 앨리스, 미니언즈, 미키마우스, 엘사 공주 등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기자를 바라본다. 주로 문구류와 의류이지만, 틴케이스(철제 보관상자)나 액체괴물(점액질 형태의 장난감), 팝콘통 같은 특이한 상품도 있다.
한쪽 구석에는 인형뽑기기계가 자리해 있다. ‘픽 미(Pick Me)’라고 적혀 있는 이 기계 안에는 니모와 덤보 등이 가득 들어있다. 동전을 넣고, 기계손을 움직여서 원하는 인형을 뽑을 수 있다.
전시물도 재미있다. 한쪽에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주인공의 방을 실사 크기대로 만들어놓았다. 구름이 있는 하늘색 벽지 위로 이 시리즈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노랑과 빨강 등 원색을 강조한 귀여운 책상 위에는 작은 모형 텔레비전과 스탠드, 공룡인형이 있다. 선반에는 작은 주인공 인형이 앉아있다. ‘토이스토리’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푸우 캐릭터를 형광색 네온싸인으로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귀엽고 낙천적인 푸우가 꿀통을 들고 웃고 있다. 벽면에 붙어 있는 작은 모니터를 통해 ‘몬스터 대학교’ 에니메이션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 20대 여성 고객은 CNB에 “디즈니 캐릭터들을 활용한 제품들이 너무 귀여워서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손님은 CNB에 “제가 살고 있는 지방 소도시에는 이런 캐릭터샵이 없다”며 “우연히 이곳을 발견하고 너무 기뻐서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씨네샵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곳에서는 주로 헐리우드 영화의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을 판매한다.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등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 작품의 정식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을 확보했다. 공식 라이선스를 획득해 상품을 기획하고 제작한다. 이중 70%는 직접 기획해 만든 PB(Private Brand, 유통사에서 만든 것) 제품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영화관을 찾은 시민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영화 굿즈 스토어’라는 아이덴티티에 맞게, 향후에는 헐리우드 외에 다양한 국가의 캐릭터 기획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CGV 관계자는 CNB에 “오는 6월 ‘토이스토리 4’, 12월 ‘겨울왕국 2’ 등 다양한 영화 개봉에 맞춰 기획전을 진행할 것”이라며 “높은 인기로 품절된 마블 여권 케이스처럼 이곳에서만 찾을 수 있는 시그니처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국내 극장에서만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해외지점(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터키, 미국)에서도 이 가게의 매력에 빠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온라인샵을 강화하는 방법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계획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포부가 담겨 있다. CJ그룹은 ‘그레이트 CJ’ ‘월드 베스트 CJ’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레이트 CJ’는 오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월드 베스트 CJ’는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중 문화콘텐츠 사업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CJ그룹은 크게 문화콘텐츠(CJ CGV, CJ ENM), 식품(CJ제일제당,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물류(CJ대한통운, CJ올리브네트웍스) 부문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씨네샵 사업이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확장하는 데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