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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화장’ 옛말 … 커지는 남성 화장품 시장

‘남성 전용’ 내세운 색조 브랜드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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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1호 옥송이⁄ 2019.06.14 10:27:34

색조 화장을 하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남성 색조 제품 출시 및 성별 구분 없이 사용하는 '젠더리스' 제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 사진 = 라카 홈페이지 


화장품 업계 불문율로 여겨졌던 공식이 깨지고 있다. 젠더리스(남녀 구분이 없는 현상)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색조 화장품은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공식 대신, 남성 색조 제품 출시 및 남성이 색조 브랜드의 모델로 등장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남성 전용·젠더리스 뜬다

과거 남성들에게 있어 화장이란 기초화장품(스킨,로션) 정도의 피부 관리를 의미했지만, 최근에는 외모에 투자하는 그루밍족이 늘어나면서 뷰티 업계에도 변화가 불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8월 ‘엉큼하다, 몰래하다’는 뜻의 남성 스타일링 브랜드 ‘스니키(SNEAKY)’를 선보였다. 평소 메이크업에 관심이 있지만, 주위 시선을 걱정하는 1824세대 남성들을 타겟으로 설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스니키는 애경산업 최초의 남성 브랜드”라며 “계획 단계부터 일반적인 스킨케어보다 남성 색조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화장품 사용에 서툰 남성들이 많아 ‘과도하게 티 나지 않고 사용하기 편한’ 제품들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애경산업은 색조를 주력으로 하는 남성전문 스타일링 브랜드 '스니키'를 출시했다. 사진 = 애경산업 

 

제품은 자외선차단제, 컬러 립밤, 아이브로우 및 눈썹 정리 가이드 스티커, 클렌징 등 총 11종이다. 사측에 따르면 스니키는 출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었고, 올해 2월까지 인기품목 분석 결과 ‘스니키 페이크업 컬러립밤’이 판매 1위, 자외선차단제와 컨실러가 2, 3위를 차지했다. 이 제품들은 자연스러운 생기와 톤 보정이 특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7년 ‘형들의 화장품’를 콘셉트로 한 남성 전용 브랜드 ‘브로앤팁스’를 내놨다.

이 브랜드는 사내벤처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으나 ‘카카오메이커스’ 완판, 헬스앤뷰티(H&B)스토어 ‘랄라블라’ 전국매장 입점 등 남성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올해 아모레퍼시픽의 정규브랜드로 편성됐다.

관계자는 “브로앤팁스는 올 하반기에 클렌징폼·헤어왁스·남성청결제 등 20대 남성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추가할 계획”이라며 “이 외에도 아모레는 남성 전용 상품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형들의 화장품'을 콘셉트로 '브로앤팁스'를 선보였다. 사진 =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성별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젠더리스 영역 구축에 나섰다. 지난달 1500만 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세계적인 안무팀 ‘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와 함께 개발한 온라인 전용 화장품 브랜드 ‘밀리언뷰티(Million Beauty)’를 출시하면서다.

개성을 중시하는 Z·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하기 위해 글로벌 유튜브 스타와 제품 개발 단계부터 함께 했고, 남성 화장에 거부감이 없는 세대 취향에 맞춰 커버 쿠션·톤업크림·미스트 등 남녀공용 성격의 제품으로 구성했다.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에서는 뚜렷한 젠더리스 열풍이 불고 있다. 색조 화장품 브랜드 ‘릴리바이레드’는 이례적으로 남성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고, 색다른 마케팅 결과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130% 증가했다. 역시 색조 브랜드인 ‘라카’는 성별 경계 없는 파운데이션, 립스틱, 아이섀도우 등을 선보였고, 입점 6개월 만에 매출이 10배 늘어났다.
 

LG생활건강은 1500만 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세계적인 안무팀 ‘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와 함께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 브랜드 제품들은 '남녀공용' 성격이 강하다.  사진 = LG생활건강 


남성들 “메이크업은 자신감”

남성 색조 화장품 출시가 늘어나는 이유는 관련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남성용 색조 화장품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 성장했다. 이는 같은 기간 스킨케어 성장률(24%)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제품 종류도 다양해졌다. 피부톤을 보정하는 BB크림·쿠션 팩트를 비롯해 아이브로우 펜슬의 판매가 늘어났고, 남성용 눈썹칼이나 다리털 제거용 다리숱정리기 등도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색조 화장품 브랜드 ‘릴리바이레드’는 이례적으로 남성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고, 큰 인기를 얻게 됐다. 현재는 남녀 모델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홍대역 부근 H&B스토어 '롭스'에 위치한 '릴리바이레드' 코너. 사진 = 옥송이 기자 


이같은 시장이 변화하는 이유에 대해 소비자들은 과거와 달리 편견이 없어졌다는 점을 꼽는다.

출근 전 컨실러와 립밤을 주로 사용한다는 직장인 A씨는 “얼굴에 여드름이 올라오면 여성들이 피부 고민을 하듯, 남성들도 마찬가지다. 저 같은 경우는 주로 뾰루지가 올라온 붉은 부분을 컨실러로 가려준다”며 “취업준비생 때 면접 보러 다니면서 처음 사용하게 됐는데, 만족스러워서 지속적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당한 톤 보정 등의 색조 화장품 사용은 깔끔한 인상을 줄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며 “면접 및 직장생활에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감 부여 등 자기만족의 측면도 크다”고 덧붙였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10대 후반~20대 남성들은 메이크업에 대한 거부감이 낮다. 이는 화장하는 남성 아이돌이나 유튜브 스타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젊은 세대는 메이크업 자체에 대해 남녀 구분 없이 자기관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색조브랜드 '라카는' 메이크업에 대한 기존 관성을 깨는 '젠더 뉴트럴 메이크업 브랜드'를 설립 취지로 한다. 사진 = 라카 홈페이지 


이어 “그러나 아직까진 직접 매장에서 색조 화장품 사기를 꺼리는 남성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주로 온라인이나 H&B스토어 판매가 주를 이루지만, 남성 색조 수요가 늘고 있고 시장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 채널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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