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손정호 기자) 증권사들은 1분기에 대부분 좋은 실적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 27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 성장했다. 순이익은 2186억원으로 44.5% 늘어났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 유일하게 2000억원대 이상을 기록했다.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자산관리(AM), 투자은행(IB), 자산운용(트레이딩) 등 모든 분야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NH투자증권도 웃었다. 이 회사는 영업이익(2370억원)이 34.5% 늘었다. 당기순이익 1716억원으로 전년 같은 때보다 33.7% 성장했다. 기업공개(IPO)와 회사채 발행 등의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호실적을 보였다. 이 증권사는 영업이익 1659억원으로 22.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413억원으로 36.7% 늘었다. 작년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으로 최고성적표를 다시 썼다. 법인영업(홀세일), 개인영업(리테일) 등 대부분의 사업부가 고르게 성장했다.
KB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 1176억원으로 0.54%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873억원을 달성해 작년 같은 때에 비해 6.6% 올랐다. 자산관리(WM) 부분의 수익이 개선되면서 선방한 것으로 풀이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영업이익 854억원으로 29.8% 성장했다. 당기순이익은 6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시기에 비해 48.7% 성장했다. 인수자문 수수료 증가 등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SK증권은 영업이익 127억원, 당기순이익 210억원으로 164%, 228% 증가했다. SK그룹에서 매각돼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SK그룹 물량 축소 우려가 있었지만 이익 개선세가 뚜렷해진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으로 주춤한 곳도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1분기 영업이익(1420억원)과 당기순이익(1682억원)이 전년 같은 시기보다 각각 33.8%, 16.2% 줄었다. 매출(4조6897억원)은 38.4% 성장했다. 미래에셋생명 지분 매입과 희망퇴직 등 일시적인 비용이 발생해 일부 수치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했다.
삼성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1496억원)과 순이익(1171억원)이 각각 16.9%, 11.6% 줄었다. 다만 매출(2조1760억원)은 67.3% 증가했다. 하지만 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는 성장한 수치라 앞으로 흐름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 137억원, 당기순이익 167억원을 보였다. 작년 같은 시기보다 영업이익은 32.7%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11.8% 증가했다. 일시적인 비용 발생과 계산법 차이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에 “1분기 증권가는 작년 하반기와 비교해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며 “브로커리지 수익이 양호한 가운데 투자은행(IB) 사업부의 실적도 좋은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하반기 전망은 밝지 않다. 1분기의 ‘핑크빛 실적’을 계속 잇기가 힘들어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무역규모의 25%에 달한다. 철강과 반도체 등 원자재를 많이 수출한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산업의 부진도 시름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수출을 대표하는 효자품목이지만,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줄었다. 이런 상황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 주가가 하락하면서 거래량이 줄어들 수 있다.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점도 우려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베트남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항의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고질적인 ‘한반도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대내외 문제들이 코스피지수에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1분기 상승세를 타면서 2240선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점점 하락국면으로 접어들어 2000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증권사의 수익은 증시의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 주가지수가 높아야 주식 위탁매매와 기업공개(IPO) 등 비즈니스 기회와 수익이 늘어난다.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하면 증권사 수익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에 “현재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면서 주식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브로커리지(매매수수료) 수익이 줄어들면서 2분기 실적은 다소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