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수식 기자) ‘치느님’ 몸값이 논란이다. 인건비 상승, 배달료 등으로 주요 프랜차이즈 치킨값이 2만원에 육박한 가운데 롯데마트가 가격을 확 줄인 ‘통큰치킨’을 내놔 화제다. 소비자들은 ‘진짜 치킨값’이 궁금하다. 여기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최근 닭고기 가격이 내렸음에도 ‘국민간식’ 치킨값은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그런가하면 롯데마트는 9년 만에 ‘통큰치킨’을 내놓아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통큰치킨은 롯데마트가 창사 21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이벤트 제품으로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3일까지 저렴한 가격에 팔았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덕분에 롯데마트가 준비한 12만 마리가 모두 매진됐고, 이후 고객들의 재요청으로 5월초 또 한 차례 판매행사가 진행됐다. 이때 준비한 닭 17만 마리도 모두 소진했다.
통큰치킨의 일반 판매 가격은 7810원, 엘포인트(L.Point) 회원 할인을 받으면 5000원이다.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점에서 판매되는 2만원대 치킨값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통큰치킨 가격은 다른 대형마트에서 파는 치킨값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회사가 가지고 가는 마진을 최대한 줄여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들의 성원에 앵콜 행사를 준비했으며, 나아가 매월 일주일씩 이벤트성으로 통큰치킨을 판매할 계획도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통큰치킨은 지난 2010년 롯데마트에서 선보였지만 당시 ‘골목상권 침해’라는 질타를 받으며 불과 일주일 만에 행사를 접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소비자들이 보여준 성원에 힘입어 앵콜 이벤트까지 진행됐고, 나아가 정기적인 행사도 고려 중이다.
한 소비자는 CNB에 “집에서 (치킨을) 자주 시켜 먹었는데 가격이 부담돼 그 횟수가 줄었다. 최근에는 롯데마트나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할인행사를 많이 하고 있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닭고기 가격도 내린 걸로 알고 있는데 치킨값은 왜 그대로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생닭가격과 치킨값 달리 봐야
실제로 한국육계협회 시세 통계에 따르면, 치킨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9∼10호 닭고기(냉장·벌크) 1㎏ 가격은 4월 17일 기준 3308원으로 집계됐다. 이보다 3개월 전인 1월 17일 기록한 4538원보다 1230원(27.1%) 낮은 가격이다.
육계 생계(중 기준·운반비 포함) 가격도 마찬가지로 4월 17일 1890원으로 나타나 이보다 3개월 전 2690원보다 29.7% 내려갔다.
하지만 교촌, 비비큐(BBQ), BHC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에선 치킨값이 여전히 1만5천원~2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교촌치킨은 배달료 2000원을 받기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 비비큐는 치킨값을 1000~2000원 인상했다. 이내 다른 업체들도 동일한 방침을 내렸고, 서비스로 제공되던 음료 등도 유료화 되면서 소비자가 실제 결제해야 하는 금액은 2만원에 육박했다.
업계 측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닭고기 가격은 때에 따라 오르내리기 때문에 매번 가격을 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4월 기준 생계 가격은 평년 수준인 1890원이다. 생계의 연간 평균가는 2016년 1846원, 2017년 1893원, 지난해 1784원으로 매년 1700~18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 유난히 가격이 떨어지게 느껴지는 건 사상최고치였던 1월 가격 2690원과 비교한 차이 때문이다.
인건비 상승이 ‘치명타’
육가공업계 관계자는 “지난 연말과 연초에 성수기 수요가 몰려 수급이 일시적으로 출렁인 데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하지 않아 가격이 많이 오른 경향이 있다”며 “통상 2~4월은 닭고기 비수기여서 수급이 안정돼 가격이 내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계 가격이 2000원에 살짝 못 미치기 때문에 절단·염지 등의 가공 과정을 거치면 프랜차이즈 업체에 납품되는 가격은 4000원 안팎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치킨값이 안 내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인건비 상승’이다. 최저임금이 2017년 6470원, 2018년 7530원, 그리고 올해 8350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곧 ‘배달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가맹점주들은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배달업체와 계약을 맺고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업체들 역시 배달원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수료를 건당 500~1000원씩 올리고 있다.
복잡한 유통과정도 빼놓을 수 없는 가격상승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치킨의 유통경로는 생닭(농가), 닭고기 가공업체(하림·마니커 등),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교촌·비비큐·BHC 등), 가맹점 순”이라며 “각 단계마다 마진이 줄어든다”고 전했다. 또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치킨값이 올라도 임대료와 인건비, 배달수수료 등이 같이 올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