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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항공기 11.5조 원 규모 구매…조원태 회장, 보잉과 윈-윈 거래

신임 회장, 든든한 우군 얻어…노후 항공기 교체 위해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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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3호 윤지원⁄ 2019.06.27 11:03:46

대한항공이 미국 보잉사로부터 11조 원 이상의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조원태 회장 취임 이후 첫 대규모 항공기 구매 계약이자 2015년 13조 원 규모의 항공기 도입 이후 4년 만에 또다시 대규모 투자여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산 무니어(Ihssane Mounir) 보잉 상용기 판매∙마케팅 수석 부사장, 케빈 맥알리스터(Kevin McAllister)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 겸 CEO,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존 플뤼거(John Plueger) 에어 리스 코퍼레이션(Air Lease Corporation) 사장이 18일 저녁 (현지 시간) ‘파리 국제 에어쇼’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Le Bourget) 보잉의 B787-10 20대, B787-9 10대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B787 항공기 모형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18일 ‘파리 국제 에어쇼’(둘째 날)가 열린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공항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케빈 맥알리스터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 존 플뤼거 에어 리스 코퍼레이션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보잉 사의 B787-10 항공기 20대와 B787-9 10대를 도입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는 대한항공이 B787-10 기종 10대를 에어 리스로부터 리스로 도입하고 나머지 20대는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며, 해당 항공기들은 2020년 하반기부터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들여올 예정이다.

총 계약 금액은 미화 97억 달러, 한화로 약 11.5조 원이다. 이 중 구매 금액은 63억 달러(7.5조 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이 이번 계약으로 국내에 최초 도입하는 B787-10 항공기의 래핑 이미지. (사진 = 대한항공)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를 우군으로

이번 계약은 조원태 회장 취임 후 첫 대규모 항공기 도입 계약이며 11조 원이 넘는 대규모 계약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이번 계약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신규 항공기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으면서 4년 만에 추가로 큰 계약을 체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계약 발표가 있기 전 유안타증권 남정미 연구원은 지난 11일 리포트에서 대한항공이 “지난 4년간 항공기 투자에 연 평균 2조 원을 투자하며 연간 13.3대의 항공기를 도입했다. 특히 3000억~4000억 원 수준의 보잉 B777을 20대 도입하며 투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2015년 파리에어쇼에서도 국내 항공업계 사상 최대인 100여 대(확정구매 60대, 옵션 40대), 13조 원 규모의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대한항공은 보잉의 B737 MAX-8 기종과 에어버스의 A321NEO 기종을 각각 50대씩 계약했으며 B777-300ER 항공기도 추가로 2대 도입했다. 해당 항공기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남 연구원은 “(2015년 계약 항공기들은) 중소형 기종으로 과거 대비 투자금액은 축소될 전망”이라며 “이에 투입되는 금액은 5조~6조 원으로 예상된다. B737MAX의 경우 최근 발생한 추락 사고 등의 문제로 항공기 안전이 확보되는 시기까지 도입이 연기될 전망이다. 항공기 도입 시기 지연으로 특히 올해 항공기 투자금액은 1조 원을 크게 하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7년 국내 첫 B787-9 항공기의 운항을 개시했다.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들이 B787-9 프레스티지석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 대한항공)


그런데 이번 파리에어쇼에서도 대한항공은 11.5조 원어치 신규 항공기를 또 도입하기로 했다.

격년으로 개최되는 파리에어쇼에서는 매번 보잉 및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조사와 글로벌 항공사들 사이에 총 1000여 대 규모의 항공기 신규 계약이 체결된다. 이번 파리에어쇼에서도 에어버스는 첫날(17일)에만 123대의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보잉은 최근 B737MAX 기종의 잇따른 추락 사고의 여파로 첫날 한 대의 항공기도 팔지 못하고 있었는데, 둘째 날 대한항공이 보잉의 매출도 올려주고, 체면도 세워준 것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이번 파리에어쇼를 앞두고 B787 외에도 에어버스의 경쟁 기종인 A350의 도입도 검토했으나, A350은 대한항공이 사용하지 않는 엔진을 탑재하고 있어 B787 일괄 구매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보잉에 더욱 좋은 결과가 됐다.

위기의 보잉, 기사회생(起死回生)

이날 보잉은 대한항공 외에 다른 항공사와도 대규모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브리티시항공 등의 지주회사인 IAG는 이날 B737MAX-8과 MAX-10을 최대 200대 도입하기로 보잉과 계약했다.

첫날은 에어버스의 신규 계약이 보잉을 압도했지만 둘째 날은 대한항공과 IAG 덕분에 보잉이 글로벌 신뢰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IAG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MAX-8은 기체결함 문제로 지난 3월 전 세계에서 운항이 금지된 문제의 항공기다. 이 기종은 사고 이후 신규 주문이 끊겼을 뿐 아니라 기존 주문취소가 125건까지 늘어났다.
 

보잉이 2015년 12월 8일 B737MAX의 초도기 공개 행사. (사진 = Flickr 유저 Aka The Beav)


이에 대해 보잉은 최근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자동항법시스템을 개선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자체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발표했고 조만간 규제 당국의 테스트를 거쳐 운항 재개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또한, WSJ은 IAG의 CEO인 윌리 월시가 보잉 737 조종사 출신이며, 그는 자신이 직접 MAX-8의 종전 시스템과 신규 시스템을 테스트해봤다면서 “미래를 볼 때 B737MAX는 훌륭한 항공기”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항공사에게 있어 신규 항공기 도입은 매우 중요한 경영 사안이기 때문에 보잉, 에어버스와 우호적인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유리하다. 그는 신임 조 회장이 항공업계에서의 입지를 서둘러 다지기 위해 이번 기회를 통해 대한항공 기단의 현대화를 앞당기는 동시에 보잉을 자신의 든든한 우군으로 만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투자액 부담은 크지 않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이번 계약이 대한항공의 항공기 투자 축소 기조와 어긋나는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지난 2월 중장기 경영발전 방안을 발표하면서 2023년까지 항공기 190대(1분기 말 기준 167대), 현금창출능력 1조 원 이상 개선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는데, 2015년 대규모 계약에 이어 2년 만에 11.5조 원 규모의 투자를 또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으로 대한항공이 2025년까지 도입하기로 확정된 항공기 수는 B737MAX 30대, A321NEO 30대, B787 30대 등 90대로 늘어났다. 여기에 옵션 40대가 더해질 수도 있다. 대한항공이 수익성 중심의 영업과 현금흐름 개선을 통한 차입금 상환이 아닌 외형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대한항공 객실승무원들이 B787-9 항공기 앞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 = 대한항공)


그러나 이런 우려와는 달리 이번 계약이 대한항공의 항공기 투자 축소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의 최고운 연구원은 20일 리포트를 통해 “2월 밝혔던 중장기 경영발전 방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며 “실질적인 부담은 2021년부터 반영되기 때문에 내년까지 연간 Capex(설비투자액)가 1조 원 내외로 줄어드는 점에는 변함 없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보잉이 B737MAX 사고 이후 신규 계약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상황이라 대한항공의 실제 구매가격은 공시된 계약가격을 크게 하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분석의 근거로 들었다.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구매 항공기의 대당 가격을 합한 총 규모는 11.5조 원으로 나타나지만 대량 구매시 디스카운트가 30~50% 적용되는 관행이 있고, 구매 대금 또한 수년에 걸쳐 분할 납부한다. 최 연구원은 이보다 더 큰 디스카운트가 적용될 것으로 추정한 것.

최 연구원은 또한 “실질적인 부담은 2021년부터로 예상된다”며 “연간 Capex가 올해 5천억 원, 내년 1조 원 내외로 줄어드는 점에는 변함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이 창사 50주년을 맞아 공개한 클래식사진전 가운데 예전 B747 항공기의 흑백사진. (사진 = 대한항공 트위터)


중대형기 세대교체 시기 임박

대한항공은 이번 B787 도입이 기종 현대화를 적극 추진하기 위해서이며, 새로 도입되는 B787은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A330, B777, B747 중 오래된 항공기를 대체하게 된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 역시 “대한항공의 중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신기종 도입은 불가피하다”며 “신규 도입 대다수가 교체 수요일 것이다. 향후 공급 효율화의 관건은 기존 노후 항공기의 축소 속도”라고 분석했다.

국적 항공사들은 국토교통부와 지난 2015년 안전을 위해 20년 이상 된 노후 항공기 운항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자율협약을 맺었다. 최근 각 항공사가 신규 항공기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시장 성장 속도에 맞는 기단 확대의 목적 외에도 이 자율협약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노후 항공기 교체를 서둘러야 할 필요도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보유 여객기 135대 중 12.4%에 해당하는 18대가 20년 이상 노후한 항공기다. 국내 각 항공사가 보유한 20년 이상 노후 기체 비율은 아시아나항공이 14.9%(11대)로 가장 높지만, 대한항공이 18대로 가장 많다.

대한항공의 20년 이상 노후 항공기는 모두 여객기이며, 특히 22년이나 된 여객기 5대는 모두 중대형 여객기(B747 1대, B777 2대, 에어버스 A330 2대)다. 그밖에도 15년 이상 된 B777 14대, 거의 15년 된 A330 21대 등 교체 시기가 임박한 중대형 항공기가 많다.

즉 2015년에 100대 규모의 도입을 결정한 B737MAX 및 A321NEO로 이들을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결국 B787과 같은 중대형 항공기의 신규 도입은 불가피하고 시급한 과제였다.

 

 

대한항공, B787 앞세워 신규 노선 발굴하고 LCC 추격 따돌릴 것

B787은 ‘드림라이너’라고 불린다. 중대형의 광동체 항공기이면서 과거의 B757 및 B767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되었고, 2009년 최초 비행했다. 보잉의 항공기 중 처음으로 기체 대부분에 탄소 섬유를 사용해 내구성이 향상되었고, 연료효율이 극대화된 항공기다.

대한항공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B787 드림라이너 기단을 보유하고 있는 항공사다. 대한항공은 2017년에 처음으로 B787-9를 국내에 도입, 그해 6월에 캐나다 토론토 노선에서 첫 국제선 비행을 시작했으며 올해까지 총 10대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기존 장거리 노선은 점보 제트기인 B747 및 쌍발엔진 항공기 중 가장 큰 B777, 에어버스의 ‘수퍼 점보’ 항공기 A380 등이 담당하고 있었다. 이들 대형·초대형 항공기는 500~800여 석의 좌석을 장착하고 있어 많은 승객을 한꺼번에 멀리 실어 나르는 장점이 있지만, 여객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장거리 노선에서 운영하기엔 경제적이지 않은 단점이 있었다.

반면 B787은 태평양 횡단이 가능한 중장거리 여객기이면서도 300여 개 좌석을 장착할 수 있는 크기여서 저수요 장거리 노선을 알차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중·단거리 협동체 항공기인 B737 MAX에 비해서는 많은 승객을 싣고 더 먼 거리의 노선을 운영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 운영하게 될 '드림라이너' 기단, B787-9(위)와 B787-10 항공기 합성이미지. (사진 = 보잉)

특히 이번에 대한항공이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B787-10은 드림라이너 모델 중 가장 큰 신기종이다. 동체 길이는 기존 B787-9보다 5m 정도 더 크고, 좌석은 40석 더 늘어난 300석 이상 장착이 가능하다. 최대 운항 거리는 1만 1910㎞ 정도로, B787-9보다는 2200㎞ 정도 짧아졌지만 여전히 태평양 횡단을 넉넉하게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보조연료탱크까지 장착한 B737MAX 기종의 최대 운항 거리보다 두 배 가까이 긴 거리다.

참고로 인천공항-뉴욕 JFK공항 간 태평양 항로 비행거리는 약 1만 1114km이다.

이처럼 B787 드림라이너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외 저비용항공사(LCC)의 도전에 맞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대한항공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하다. 또한 기존 대형 항공기들이 담당하던 중·장거리 노선에 추가로 투입이 가능한 동시에 그동안 수요가 많지 않아서 개발되지 못한 신규 장거리 노선을 개척할 수도 있다.

조 회장은 이번 파리에어쇼에서 신규 항공기 도입 MOU를 체결하면서 “연료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을 뿐 아니라 승객과 화물을 더 수송할 수 있는 B787-10은 B787-9와 함께 대한항공 중·장거리 노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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