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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vs SK이노베이션 소송전 진실은?

‘회사 기밀 넘겼나’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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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2호 정의식 기자⁄ 2019.07.01 10:20:08

LG화학(왼쪽)과 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이 자사의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 각사

(CNB저널 = 정의식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배터리 소송전이 해외는 물론 국내로까지 확전되면서, 급기야 LG그룹과 SK그룹의 정면 승부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양사가 다양한 논리를 내세워 자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가운데, 결과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이 날로 확전 중이다.

지난 4월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Trade Secrets) 침해’ 혐의로 제소하면서 시작된 양사의 소송전은 지난 10일 SK이노베이션이 서울중앙지법에 LG화학을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영업비밀 침해가 전혀 없었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사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LG화학의 주장은 명확하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을 기점으로 불과 2년 만에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대거 빼갔다는 것. 이 인원들 중에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 중인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인력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위 인력들의 입사지원 서류에 2차전지 양산 기술 및 핵심 공정기술 등과 관련된 LG화학의 주요 영업비밀을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게 하는 등 명백한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

일반적인 입사지원 서류와 달리 LG화학에서 수행한 상세한 업무 내역은 물론 프로젝트 리더, 프로젝트를 함께한 동료 전원의 실명까지 기술하게 했고, 해당 인력들이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건에서 1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하는 등의 방식으로 LG화학의 선행기술과 핵심 공정기술 등을 유출했다는 게 LG화학 측의 주장이다.

그 결과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핵심 인력을 대거 빼내가기 전인 2016년 말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가 30GWh에 불과했으나,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430GWh로 14배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SK “원천기술 달라…인력 빼가기 아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근거없는 트집 잡기”라는 입장이다.

지난 5월 LG화학으로부터 소송을 당하자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개발기술 및 생산방식이 다르고 이미 핵심 기술력 자체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어 경쟁사의 기술이나 영업비밀이 필요 없다”며 “경쟁사가 주장하는 형태인 빼오기 식으로 인력을 채용한 적이 없고 모두 자발적으로 온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해외 업체의 NCM622를 구매해 사용하는 LG화학과 달리 SK이노베이션은 국내 파트너와 양극재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방식을 통해 성장해 왔으며, 생산공정방식도 다르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은 국내외 배터리 업계 중 유일하게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thium-ion Battery Separator, LiBS)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보해 차별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인력 빼가기 주장에 대해서도 “그간 공개모집 방식의 경력직 채용을 통해 많은 구성원을 신규로 채용해 왔지만, 회사가 먼저 개별 구성원을 직접 접촉해 채용하는 이른바 ‘빼오기 식’ 채용이 아니라 공개채용을 통해 자발적으로 지원한 후보자들 중에서 채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LG화학이 영업비밀 침해의 근거로 제시한 입사서류 등에 대해서도 “후보자들이 자신의 성과를 입증하기 위해 정리한 자료로 SK이노베이션 내부 기술력을 기준으로 보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어서 모두 파기했다”고 일축했다. 또, 이 같은 형태는 “기업들이 경력직을 채용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0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LG화학에 대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접수하면서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LG화학)가 2011년에 LiBS(리튬이온분리막) 사업에 대한 소송 시에도 ‘아니면 말고 식’으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1, 2심에서 패소 후에야 합의종결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그때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게시판에선 “양사 급여 차이가 원인”

양측의 입장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블라인드’ 등 대기업 직원들의 익명 게시판에서는 SK이노베이션에 유리한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LG화학, LG이노텍, LG전자 등 LG그룹 소속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이 “SK 가려고 이력서 쓰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야지 왜 소 기강을 잡나” “이직자들을 스파이 취급한다” 등 자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있는 것.

이들에 따르면, 이직 논란의 근원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급여 차이다. 실제로 두 회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의 1인 평균 급여액이 8800만원인 반면, SK이노베이션은 1억28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직의 자유와 영업비밀 유출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급여가 많은 곳으로 직장을 옮기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지만, 회사 기밀을 경쟁사에 넘겼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결국 사법당국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두 회사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판단된다.

LG그룹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연구개발 인원이 200여명이라는데 그중 76명이 LG화학 출신이라면, 이건 사실상 한 사업부를 인수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SK그룹이 인수합병으로 급속성장한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번 사안도 ‘기술은 사들이면 된다’는 식의 마인드가 적용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블라인드 게시판 여론 등에 대해서도 “이직자들이 여론전을 벌이는 것일 수 있다”고 일축했다.

또다른 LG그룹 관계자는 “SK측이 사안의 심각성을 오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국 ITC가 지난달 30일 소송조사 개시를 결정했는데, 이는 심각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는 “ITC가 조사를 시작했다는 건 이미 LG화학의 소송 내용을 충분히 검토했고, 그 주장에 근거가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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