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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오거돈 부산시장 1년] “바닥 다진 지난 1년 … 이제 성과 보여드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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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5호 부산 = 변옥환 기자⁄ 2019.07.29 09:08:50

오거돈 부산시장. 사진 = 부산시 제공

(CNB저널 = 부산 변옥환 기자) 지난해 6월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승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광역지자체 가운데서도 부산의 정권교체가 이목을 끌었다. 지난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작된 이래 기존 보수 정당이 차지하고 있던 부산시장 자리를 오거돈 당시 후보가 당선되며 23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룬 것이다.

오랜 기간 보수의 표밭이었던 부산을 뒤엎는 일대 사건이었다. 당시 시민들의 변화에 대한 기대는 컸으며 오 시장도 “23년만의 정권교체는 부산을 제대로 바꿔보라는 시민의 명령이라 생각한다”며 부산 민선 7기의 막을 올렸다.

그러나 민선 7기 부산시의 앞길은 꽃길처럼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오거돈호의 정무라인 중 박상준 정무특보와 박태수 정책수석이 1년도 안 된 시점에 사퇴했고, 르노삼성차 등의 노사갈등이 불거졌으며, 리얼미터의 직무수행 지지도 평가에서 첫 달 13위로 시작해 한때 16위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5월 13위를 기록하는 등 좀처럼 지지도를 올리지 못했다.

반면 성과 또한 적지 않았다. 오 시장의 공약이행 의지는 뚜렷했다. 오 시장의 일자리 창출 정책 덕에 부산시는 고용노동부 주관 ‘2019 전국 지자체 일자리 대상’에서 우수사업 부문 ‘최우수상’, 공시제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며 일자리의 양과 질을 높이는 성과를 과시했다.

CNB저널을 만난 오 시장은 “지난 1년은 지금껏 없었던 길을 만들고자 한 도전의 시간이었으며, 지난 23년간의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이룬 1년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지난달 24일 부산 강서구 소재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열린 ‘르노삼성 임단협 조인식’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르노삼성차 노조 관계자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 부산시 제공

지난 1년의 성과

지난 1년의 성과에 대해 오 시장은 3가지를 꼽았다. ▲묵인되고 방치돼온 갈등 현안, 미결 사항을 정면에서 해결 ▲시정의 중심을 사람에 두기 ▲부산의 미래를 위한 설계도 그리기다.

우선 부산국제영화제를 영화인들과 소통해 정상화시킨 것, 형제복지원 진상 규명, 오페라하우스 설계 재검증, 최근 구포가축시장 폐업 등 길게는 수십 년 묵은 과제들을 해결했다는 것이었다.

또 지난 1년 간의 시정은 사람에 중심을 두고 삶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추진하는 과정이었음을 밝혔다. 시민청원공간인 OK 1번가를 통해 자성고가교 철거, 뉴스테이 사업 전면 재검토 등 시민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했으며, ‘아이 다가치 키움’ ‘고교 무상급식 확대’ 등도 모두 사람 중심의 시정 철학을 반영한 정책이었다.

부산의 미래를 세우기 위해 부산 내부를 통째로 고치는 부산대개조 계획은 물론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2030 월드엑스포 유치 등의 추진은 세계를 향한 허브 도시가 되기 위한 것임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지난 1년이 우등상은 안 되지만 진보상 정도는 되지 않겠나”라며 “시민들에게 우등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민생과 경제의 어려움에 책임감 느껴

반면 취임 이후 부산의 민생과 경제 부분을 아직 해결하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현재 오 시장이 진행하고 있는 16개 기초자치구를 돌아보는 정책 투어에서 현장의 목소리는 “너무 살기 힘들다”는 게 많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오랫동안 누적돼 온 경제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얘기하면서도 부산시장으로서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 시장은 청년의 희망을 키울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부산 발전에 여·야 따로 없다”

‘23년만의 정권교체로 부산에서 첫 진보 계통 시장으로 선출된 것에 대해 책임감이나 사명감, 부담감은 없었는지’라는 질문에 오 시장은 “시장에 취임하고 항상 강조해 온 것이 경계 없는 협력이다. 부산 발전을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진보라는 사전적 개념이 ‘수준이 나아지거나 높아진다’는 뜻에서 보면 진보 계통 시장이 맞겠다. 그러나 정치적인 보수, 진보의 의미로 보면 조금 설명이 필요하다. 저는 지금껏 행정가로서 살아왔으며 제가 겪은 부산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발전시켜 보고자 시장 선거만 4번 도전해온 것”이라고 함축했다.

실제 지난해 부산시가 국비 예산을 가장 많이 확보한 것도 여야가 같은 목소리를 낸 덕분이라고 오 시장은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진보계통 시장으로서 색깔을 명확히 한다는 그런 책임감에 얽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제가 속한 당의 목소리도 소중히 듣겠지만 상대방의 주장도 경청해 ‘시민을 위해 가장 옳은 길’이 무엇인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부산 인재개발원에서 오거돈 시장이 장애인의 두리발 차량 탑승을 돕는 ‘일일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 부산시 제공

1년간 세 번 조직개편 하며
‘부산 맞춤형, 완성형 조직체계’ 구축


민선 7기 들어 무려 세 차례 시행한 조직개편에 대해 오 시장은 “새로운 변화를 위한 시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정 조직의 변화가 필요했다. 부산의 특성을 반영하며 최적화된 맞춤형, 완성형 조직체계를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시는 1차로 그간 사업 추진을 지연시키는 ‘옥상옥(지붕 위의 지붕)’이란 지적을 받아온 시정혁신본부와 실·국·본부장 직속의 정책팀은 과감히 폐지하고 시민과 소통하는 시정을 위해 시장 직속의 시민행복추진본부를 신설했다.

이어 2차로 혁신성장을 통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할 성장전략본부, 시민생활과 밀접한 친환경분야 컨트롤타워 환경정책실을 신설했다. 부산의 성장과 친환경을 위한 조직을 세운 것이다. 또 최근 3차 개편으로 관광마이스산업국, 건축주택국, 민생노동정책관을 신설했다.

세 번의 조직개편에 대해 그는 “이전 정부가 장기간 외부용역에 몇십 억의 예산을 쓰며 1, 2년을 허비하고 현실과 맞지 않는 조직개편을 했던 사례가 있었다”며 “민선 7기는 용역을 줄이고 실제 조직을 운영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1년 이내 자체적으로 개선점을 찾아내 완성형 체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고 자부했다.

2년차는 체감할 수 있는 성과에 박차

민선 7기 출범 2년차의 시정운영 방향에 대해 그는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 창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전했다. 시민 체감을 위한 정책으로 ① 시민 물, 미세먼지 문제 해결 ② 부산대개조,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에 속도 ③ 2030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지정 ④ 일자리 창출, 창업혁신 플랫폼, 청년 정책 로드맵 등을 제시했다.

① 맑은 물 확보를 위해 낙동강 표류수 고도정수 처리를 강화하며 낙동강 수질 개선, 기수담수화 등 취수원 다변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또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항만 야드트랙터 연료를 LNG로 교체하고, 육상 전력 공급 설비를 단계적으로 확충해 항만 미세먼지를 집중적으로 줄인다. 이어 친환경 자동차 보급, 도시 숲 확대 등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② 민선 7기 1년차에 준비한 부산대개조 이행을 위해 실행계획을 완벽히 수립하고 추진체계 구축도 마쳐 실행력을 한층 높인다. 또 지난달 국무총리실로 이관된 김해신공항 문제가 더 이상 정치적 논리로 왜곡되지 않도록 결정 시기를 앞당기는 데 사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③ 2030 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가 유치활동을 본격 시작함과 함께 오는 11월 열릴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개최로 아세안 국가와의 교류를 튼튼히 할 예정이다. 또 문현, 센텀 지구를 중심으로 물류-관광-금융 등 블록체인 기반의 신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할 계획이다.

일자리 만드는 최선의 방법은 ‘기업 투자’
중견·중소기업 발전도 의미 있어


④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유치, 특히 대기업 유치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오 시장은 “기업 투자가 활발히 이뤄져야 고용 창출과 관련 산업 촉진 등 경제 활성화가 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지역 중견·중소기업의 발전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 투자도 중요하다. 그러나 중견·중소기업이 우리 시에서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사업이 확장돼 지역의 주요 산업을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꾸준히 만들어 나가는 것도 의미 있다”면서 “우리 시는 미래 산업의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을 중점 유치함으로 부산형 일자리를 확대하고 산업 경제의 틀을 확대해 동남권과 연계된 상생 경제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 대기업뿐 아니라 선도적 중소기업들이 우리 시에 투자하고 사업을 추진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끊임없이 전개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오 시장은 전했다.
 

오거돈 시장은 최근 ‘경청투어’를 통해 부산의 청년, 임산부, 중년층 등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열린 청년 경청투어 모습. 사진 = 변옥환 기자

부산 떠난 청년들 돌아오려면
‘자립’ ‘활력’ ‘참여’ 보장해야


날로 줄어드는 부산의 청년 인구도 큰 문제다. 현재 부산 인구 342만 명 중 청년 인구는 70만 명 수준이다. 청년 고용률은 40.3%로 전국 평균 42.9%에 못 미친다. 반면 청년 실업률은 12.4%로 전국 평균인 9.7%보다 훨씬 높다. 특히 지난해 줄어든 부산 인구 2만 7000여 명 가운데 41%인 1만 1000여 명이 청년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민선 7기 청년 정책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로드맵은 크게 3개 분야로 ‘자립 보장’ ‘활력 보장’ ‘참여 보장’이다. 자립 보장은 청년 구직 활동비, 주택 공급, 월세 지원,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활력 보장은 중소기업 근무 청년 복지비 지원, 청년 채용 기업 지원 등이다. 참여 보장은 청년 주체의 정책 제안, 청년 예술가 첫 창작활동 지원 등이 있다.

“청년이 들아오고 정주하는 부산이 되려면 특정 분야별 정책으로는 해결이 될 수 없다. 청년의 요구에 부응하는 청년 정책으로 응답할 때 비로소 청년이 행복한 청년 중심도시 부산이 실현될 것”이라며 부산 지역 청년들의 요구와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다짐이었다.

슬로건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의 핵심은 시민 행복


민선 7기의 슬로건인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의 실현을 위해선 그 초점을 시민 행복에 둬야 한다는 게 오 시장의 지론이다. 동북아 해양수도 구상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정책은 꼭 대단위 산업이나 엄청난 예산을 들인 사업이 아니라 본다. 지금 시행 중인 ‘걷기 좋은 부산’과 ‘소확행 사업’이 그러하다”고 밝혔다.

걷기 좋은 길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시민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도시로 가는 첫 출발점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시는 3년 간 1조를 투입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그야말로 걷기 위해 부산에 가자는 말이 나오도록 할 것이다. 높은 빌딩이 무엇이 중요한가? 살기 좋고 걷기 좋은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사갈등은 ‘시민 우선 원칙’ 지키며
합리적 대화로 해결해야“


노사 간 갈등도 지난 1년 동안 잦았다. 특히 르노삼성자동차의 이례적인 임단협 장기화는 전국적 관심사가 됐었다. 파업이 발생하면 협력업체 등 당사자뿐 아니라 시민도 불편함과 경제적 타격을 입기 마련이다.

오 시장은 “노사 간 갈등 상황에서 민선 7기 원칙은 ‘노동과 인권의 가치, 시민의 행복’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노동자의 노동, 인권의 가치와 단체행동권으로 대표되는 헌법상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시민 불편은 최소화했다”고 돌이켰다.

그 중 르노삼성 노사 임단협이 지역경제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오 시장은 “시의 역할이 제한적이어서 접근하기 참 어려웠다”며 “먼저 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관련 부품업계 현안 간담회를 열고 산업부 관계자와 함께 부산공장을 찾아 대책을 논의하는 등 상생협력의 길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 문제는 시민 우선 원칙을 지켜나가며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풀어간다면 반드시 해결되리라 믿는다. 또 파업에 대비해 시민 편의 조치도 미리 취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금융·해상물류 중심도시’ 이루고파
임기 내 안 되더라도 기반 튼튼히 할 것


임기를 마칠 때까지 부산에서 해결하고픈 가장 큰 숙제에 대해 오 시장은 “국제적 도시로서 위상을 갖추게 만들고 싶다”는 큰 포부를 밝혔다. 대한민국 안의 부산을 벗어나 세계로 나가겠다는 뜻이다.

오 시장은 “예를 들면 싱가포르·홍콩과 같이, 더 나아가 그들을 뛰어넘는 국제 금융, 해상 물류의 중심 도시로 부산이 서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이자 꿈”이라며 “만약 임기 내 실현이 안 된다 하더라도 그 기반만이라도 튼튼히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산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위치와 잠재적 역량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현실 가능한 이야기”라며 “부산 시민들께서 급변하는 변화를 잘 지켜봐주시길 바란다”며 오 시장은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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